상제로 인해 김담이 직명 환수할 것을 동궁에게 상신하다
김담(金淡)이 글로써 동궁에게 상신(上申)하기를,
"신이 성은(聖恩)을 입사와, 신이 호군(護軍)을 제수 받았습니다. 신이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신을 부르시어 서울에 오게 하신 것은 역법(曆法) 한 가지 일에 지나지 않사온데, 종사하는 바도 역시 유망(遺忘)된 것을 고열(考閱)하는 데 불과하여, 지난날 전서(全書)를 수찬하던 일에 비할 바가 아니오니, 비록 일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가하옵니다. 이제 일이 없는 관직에 처하여 가만히 앉아서 국록(國祿)만 허비하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사오니, 비록 평인(平人)으로서 처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속으로 부끄러울 일이온데, 하물며 신같은 사람은 유독 무슨 마음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있으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겠습니까. 매양 성은(聖恩)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다시 말씀 드리려 하였으나, 차마 감히 말씀 드리지 못했사온데, 엎드려 은명(恩命)이 갑자기 내리심을 받자오니 결정할 바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신이 처음 도임(到任)하던 날 즉시 명하여 쌀을 주시고 옷과 신[靴]을 주시며, 인하여 갓[笠]과 띠[帶] 등 몸에 두를 것까지 모두 갖추지 않은 것이 없이 하시고, 또 인견(引見)하심을 내리시므로, 신이 명을 듣잡고 돌아오매,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서 비록 동료에게까지도 감히 그러함을 상세히 말하지 못했었사온데, 이제 또 제배(除拜)하심을 입사오니 실로 전에 없던 총애이옵니다. 신이 망극(罔極)한 슬픔으로서 전에 없는 총애를 입는 것은 비단 부끄러워 몸둘 곳이 없을 뿐 아니오라, 실로 보고 듣기에도 놀라운 일입니다. 대저 한 벼슬을 명하고 한 일을 행함에 있어 시청(視聽)을 놀라게 하는 데 이르게 하면, 역시 국가의 아름다운 일이 아니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특별히 유음(兪音)을 내리시와 작명(爵命)을 환수(還收)하시어, 신으로 하여금 상제(喪制)를 마치게 하소서."
하였으나, 회답하지 아니하였다. 담(淡)이 또 두세 번 상서하였으나 마침내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담(淡)은 성품이 총명하여 학식이 있었는데, 당시 천문(天文)을 아는 자가 담(淡)과 이순지(李純之)뿐이므로, 임금이 부득이 기복(起復)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재주로서 중상(重喪)을 빼앗는 것이므로, 당시 사람들이 모두 옳지 못하게 여기었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3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
○壬辰/金淡以書申東宮曰:
臣伏蒙聖恩, 除臣護軍。 臣竊念召臣來京, 不過曆法一事, 而其所從事, 亦不過考閱遺忘, 而非若向日修撰全書之比, 則雖謂之無事可也。 今處無事之官, 而坐費餼廩, 優游度日, 雖以平人處之, 尙且內愧, 況如臣者, 獨能何心, 處之裕如, 而不知愧赧乎! 每不自揆聖恩, 思欲再瀆, 隱忍未敢, 伏蒙恩命輒下, 不知所裁。
竊念方臣初到之日, 卽命賜米, 仍給衣靴, 乃至笠帶纏身之具, 靡不畢備, 仍賜引見。 臣聞命以還, 輒生愧赧, 雖至僚友, 未敢詳語其然, 今又(驪)〔驟〕 蒙除拜, 實爲無前之寵。 臣以罔極之哀而遽承無前之寵, 非徒愧赧無地, 實駭觀聽。 夫命一官行一事, 而輒至於驚駭視聽, 亦非國家之美事, 伏望特降兪音, 還收爵命, 俾終喪制。
不報。 淡又再三上書, 終不允。 淡性聰警, 有學識。 時解天文者, 淡與李純之而已。 上不得已起復, 然以一藝奪重喪, 時人皆以爲不可。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3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