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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25권, 세종 31년 7월 12일 경인 1번째기사 1449년 명 정통(正統) 14년

세자의 내전 입처 여부에 대해 논의하다

의정부에서 사인(舍人)을 보내어 아뢰기를,

"신 등이 듣자오니, 명일(明日)에 동궁(東宮)께서 대내(大內)로 옮겨 드신다 하옵는데,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지존(至尊)께서는 대궐 밖의 작은 집에 계시고 동궁이 대궐 안의 정전(正殿)에 계시오면 전도(顚倒)됨이 막심하오며, 또 여염(閭閻)의 소가(小家)에 학질(瘧疾)이 흥행(興行)하는데다 화재가 더욱 두렵고, 시절 또한 더위가 심하오니, 청하옵건대, 반드시 환궁하옵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동궁으로 하여금 정전에 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당(小堂)에 옮겨 들게 하여 대궐을 지키게 하려는 것뿐이다."

하였다. 세자가 이계전(李季甸)에게 이르기를,

"사인(舍人)이 와서 아뢴 것은 어제 했던 말 때문인가."

하니, 계전이 아뢰기를,

"이는 신(臣)의 말로 인하여 와서 아뢴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이 일을 가벼이 여겨서 사인(舍人)을 시켜 아뢰게 한 것이 아니오라, 근일(近日)에 유지(諭旨)가 있기를, ‘모든 계달(啓達)할 일은 당상관(堂上官)이 낭청(郞廳)으로 하여금 와 아뢰게 하고, 친히 아뢰지 말라.’ 하셨으므로, 우선 사인을 보내어 청한 것입니다. 윤허하지 않으시면 한 사람의 당상관이 와서 청할 것이옵고, 그래도 윤허하지 않으시면 부문(府門)을 닫고 와서 청할 것이오며, 그래도 또 윤허하지 않으시면 육조(六曹)가 함께 나아가서 기어이 청을 얻도록 하겠나이다."

하였다. 조금 후에 우찬성(右贊成) 김종서(金宗瑞)가 와서 청해도 윤허하지 아니하므로, 물러가서 영의정 황희(黃喜)·좌의정 하연(河演)·좌찬성 박종우(朴從愚)·좌참찬 정분(鄭苯)·우참찬 정갑손(鄭甲孫)과 더불어 다시 와서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 동궁으로 하여금 사정전(思政殿) 동벽(東壁)에 앉아서 정사를 보게 하려고 하였는데, 경들이 굳이 청하므로 함원전(含元殿) 동벽에 앉아서 정사를 보게 하려는 것뿐이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함원전(含元殿)은 곧 내전(內殿)이므로 명분(名分)에 어긋나오니, 역시 옳지 못하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자미당(紫薇堂)은 군상(君上)이 거처하는 곳이므로 들어가 거처할 수 없다. 종회당(宗會堂)송백당(松栢堂)은 원중(園中)에 멀리 있으니 동궁 시녀(東宮侍女)로 하여금 거기에 거처케 하고, 인지당(麟趾堂)은 또 내장(內墻) 밖에 있으니 동궁으로 하여금 들어가서 거처하게 하라."

하였다. 또 아뢰기를,

"동궁이 이미 들어가서 거처하게 되면 전하께서 다시 드시기 어렵게 됩니다."

하고, 육조 당상(六曹堂上)이 잇달아 이르러 또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국가를 가정에 비하면 대소(大小)는 비록 다를지언정 일은 한가지이다. 이제 한 가정을 가지고 말한다면, 부모가 연로(年老)하면 반드시 소가(小家)로 옮기고, 그 아들로 하여금 대가(大家)에 들어가서 지키게 하니, 이제 내가 소가(小家)로 옮겨 거처하여 편안히 지내려는 것이다. 처음에 이 일을 의정부에 의논하였을 때에는 역시 그르다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다시 의심을 내서 청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하였다. 연(演) 등이 아뢰기를,

"그때 상교(上敎)에 이르기를, ‘내선(內禪)은 내 마땅히 하지 않을 것이며, 동궁이 궐내로 옮겨 들어가는 것은 정당(丁當) 짐작해서 하리라.’ 하시기에, 신 등이 상교(上敎)를 흔연히 듣고 감히 다시 아뢰지 않은 것이며, 당초 이 일을 옳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고, 희(喜)가 아뢰기를,

"혐의쩍은 일은 엄격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오니, 동궁은 마땅히 혐의쩍은 것을 분별하여 들어가 거처하지 말도록 함이 가하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혐의쩍은 것을 분별하라고 말을 하는가. 내가 소가(小家)에 거처하여 여생을 보전(保全)하려 하고, 동궁으로 하여금 궁궐에 들어가서 지키게 하고 또 자주 대신을 접견하여 정사를 의논하면 가한 것이 아닌가. 내 지금 병이 있어, 앉으면 열이 나고 누우면 냉(冷)해져서, 아무리 난돌(煖堗)로써 따뜻하게 하려 해도 따뜻하게 할 수 없으니, 대사(大事)는 그만두고라도 인력(人力)으로 할 만할 것은 하는 것이 가한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아니하고 사세(事勢)에 얽매어서 오래도록 대내(大內)에 거처하는 것은 불가하지 않은가. 동궁의 시녀로 하여금 우선당(友善堂) 옆 소실(小室)에 들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희(喜) 등이 아뢰기를,

"궐내는 어디나 가한 데가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동궁으로 하여금 들지 말고 내가 환궁하기를 기다리라. 단 환궁을 오는 봄에 하든지, 혹 3년 후에 하든지, 혹 10년 후에 하든지 나로 하여금 임의대로 하게 하면, 내 마땅히 안락하게 지내겠노라. 또 지금 기무(機務)가 번다(繁多)해서 내가 감당할 수 없으니, 1품 이상 제수하는 일은 대사(大事)이므로 내 마땅히 할 것이나, 그 나머지 서무(庶務)는 일체 세자에게 위임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희(喜) 등이 아뢰기를,

"서무는 동궁이 모두 이미 재결(裁決)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은 것은 2품 이상을 제수(除授)하고 과죄(科罪)하는 것과, 행향사(行香使)를 낙점(落點)하는 등의 일이온데, 2품 이상은 범죄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계달(啓達)하는 때가 적고, 또 과죄(科罪)하면 반드시 파출(罷黜)된 자가 있을 터이온데, 이미 제수한 것은 알고 파출된 것을 알지 못하면 가하겠습니까. 행향사의 낙점하는 것도 역시 많지 않사오니 동궁에게 위임하심이 불가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노대신(老大臣)이 더위를 무릅쓰고 간곡히 청하니 내 우선 따를 것이요, 후에 다시 상량하여 정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3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3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庚寅/議政府遣舍人啓: "臣等聞明日東宮移入大內, 臣等以爲至尊在闕外小家, 而東宮在闕內正殿, 顚倒莫甚。 且閭閻小家, 瘧疾興行, 火災尤可畏也。 時又熱甚, 請須還宮。" 上曰: "予非使東宮入於正殿, 欲移入小堂, 守闕而已。" 世子謂李季甸曰: "舍人來啓, 因昨日之言乎?" 季甸曰: "此因臣言而來啓, 然非以此事爲輕, 而使舍人啓之也。 近日有旨, 凡啓達之事, 堂上官使郞廳來啓, 毋得親達, 因此姑遣舍人請耳。 不允則一堂上來請, 若不允, 闔府來請, 又不允則六曹偕進, 期於得請耳。" 俄而右贊成金宗瑞來請, 不允。 退與領議政黃喜、左議政河演、左贊成朴從愚、左參贊鄭苯、右參贊鄭甲孫又來請, 上曰: "予欲使東宮坐思政殿東壁視事, 卿等固請, 故欲使坐含元殿東壁視事耳。" 又啓曰: "含元殿乃是內殿, 有違名分, 亦爲未便。" 上曰: "紫薇堂, 君上所居, 不可入處。 宗會堂松栢堂, 遠在園中, 使東宮侍女入居于此。 麟趾堂又在內墻之外, 使東宮入處。" 又啓曰: "東宮旣已入處, 則殿下更入爲難。" 六曹堂上繼至又請, 上曰: "以國比家, 大小雖殊, 事則一體。 今以一家言之, 父母年老, 則必移小家, 使其子入守大家。 今予欲移居小家, 以就安耳。 初以此事議諸政府, 亦不以爲非, 今乃更生疑意以請, 何哉?" 等曰: "其時, 上敎云: ‘內禪, 予當不爲。 東宮移入闕內, 則予當斟酌。’ 臣等欣聞上敎, 不敢更啓, 初非以此事爲是也。" 曰: "嫌疑之事, 不可不嚴, 東宮當別嫌, 勿入可也。" 上曰: "何以別嫌爲言? 予欲居小家, 以保餘生, 使東宮入守宮闕。 又數見大臣議事, 無奈可乎? 予今有疾, 坐則氣熱, 臥則氣冷, 雖以煖堗熨之, 且不能溫。 大事則已矣, 其可以人力爲之者, 則爲之可矣, 乃不能如是, 而拘於事勢, 久居大內, 無奈不可乎? 欲使東宮侍女入友善堂傍近小室, 何如?" 等曰: "闕內則無處而可也。" 上曰: "然則使東宮勿入, 以待予還宮。 但還宮或於來春, 或於三年, 或於十年, 使予任意爲之, 則予當樂爲之矣。 且今機務繁多, 予不能堪。 一品以上除授, 乃是大事, 予當爲之, 其餘庶務, 一委世子何如?" 等曰: "庶務, 東宮皆已裁決, 但所餘者, 二品以上除授科罪及行香使落點等事耳。 二品以上犯罪者不多, 啓達之時少焉。 且科罪則必有罷黜者矣。 旣知除授, 而不知罷黜可乎! 行香使落點, 亦不多矣, 不可委諸東宮也。" 上曰: "老大臣觸熱懇請, 予姑從之, 後更商量以定。"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3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3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