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의 수륙사를 영국사로 옮기는 일에 대해 의논하라 명하다
선공 제조(繕工提調) 정분(鄭苯)과 민신(閔伸), 예조 판서(禮曹判書) 허후(許詡), 참판(參判) 조극관(趙克寬), 참의(參議) 이인손(李仁孫)이 아뢰기를,
"진관사(津寬寺)의 수륙사(水陸社)는 샘물이 불결하고 또 땅도 좁고 하니, 만일 수리하고자 하면 수륙사뿐 아니라, 본사(本寺)도 수리하여야 하겠는데, 도로(道路)가 험조(險阻)하여 재목과 기와를 운반하기에 폐단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중이 말하기를, ‘영국사(寧國寺)는 지세(地勢)가 매우 시원하고 정결하며, 물이 또한 맑고 깨끗하다.’ 하옵고, 옛 책에 또한 이르기를, ‘풍(風)·수(水)·화(火) 세 가지 재앙을 진압하여 나라에 유리하다.’ 하였나이다. 또 창건한 지가 오래지 않고 도로도 평탄하오니, 수륙사를 옮겨 설치하는 것이 편하겠나이다."
하고, 허후가 또 아뢰기를,
"신이 진관사에 이르니, 중이 말하기를, ‘이 수륙사는 태조(太祖)께서 설치한 것이라.’ 하옵더이다. 만일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할 듯하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기신(忌辰)의 수륙(水陸)은 내가 즉위한 뒤에 시작된 것인데, 태조께서 처음에 진관(津寬) 수륙사(水陸社)를 설치하신 것은 처음부터 조종(祖宗)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왕씨(王氏)를 위한 것이니, 어찌 이것 때문에 다른 절에 옮기지 못할 것이 있는가."
하매, 분(苯) 등이 아뢰기를,
"태조께서 처음에 수륙사를 설치하신 뜻이 왕씨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 조종(祖宗)을 위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할 것이 없사옵니다. 마땅히 승지(承旨)와 주장관(主掌官)으로 하여금 영국사(寧國寺)에 가서 편부(便否)를 보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갑자기 정할 수가 있는가. 다만 이것은 중의 집 일이니 탄주(坦珠)·신미(信眉) 등으로 더불어 함께 의논하여야 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4권 6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27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전사(前史)
○庚午/繕工提調鄭苯ㆍ閔伸、禮曹判書許詡、參判趙克寬、參議李仁孫啓: "津寬水陸社, 泉水不潔, 地且狹隘, 若欲修治, 非惟水陸社, 本寺亦當修之, 道路險阻, 材瓦轉輸之弊不貲。 有一僧言: ‘寧國寺勢甚爽塏, 水亦淸淨。’ 古籍亦云: ‘鎭風水火三災, 有利於國。’ 且創建未久, 道路平夷, 移設水陸社爲便。" 詡又啓曰: "臣到津寬寺, 有僧云: ‘此水陸社, 太祖所設。’ 若然則移之他處, 恐或未可。" 上曰: "忌辰水陸, 肇於予卽位之後。 太祖初設津寬水陸社, 初非爲祖宗, 爲王氏也。 豈以此不可移於他寺乎!" 苯等啓曰: "太祖初設水陸社之意, 若爲王氏, 則今爲祖宗移他處, 無所不可, 宜令承旨及主掌官往寧國寺, 以觀便否。" 上曰: "豈可遽定! 但此, 僧家事, 可與坦珠、信眉等共議之。"
- 【태백산사고본】 39책 124권 6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27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