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세종실록123권, 세종 31년 3월 21일 신축 1번째기사 1449년 명 정통(正統) 14년

사헌부에서 병조 관리들을 율에 의해 과죄할 것을 청하나 윤허하지 않다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병조의 관리들이 정병(政柄)을 오로지 천단(擅斷)하여 마음대로 사람을 썼사오니, 징계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청하옵건대, 율(律)에 의하여 과죄(科罪)해서 장래를 경계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난번에 윤배(尹培)최읍(崔浥)의 청을 듣고 최순(崔淳)김자려(金自麗)의 벼슬을 올려 준 것은 정상이 아곡(阿曲)에 관계되므로, 내가 매우 미워하였으니, 그래도 감등(減等)시켰다. 지금 적발된 일은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다만 사사로이 추개(追改)한 것이 잘못이다. 전죄(前罪)에 비하면 매우 가벼우니, 이미 전에 죽이지 아니하였는데 어찌 지금에 이르러서 죽이겠느냐. 이현로최읍과 더불어 오래 사귀었으니 마땅히 그 청을 들었어야 될 터인데, 듣지 아니하였으니 가상하다. 지금 이 일은 광망(狂妄)한 탓으로써 윤배의 소위(所爲)로 인하여 한 것이니, 나도 역시 지나치다고 하지 아니한다. 내가 현로를 허물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 현로홍사을마(洪沙乙麽)의 일에, 의금부(義禁府) 문틈으로 윤배를 불러 자수하기를 타이르고, 또 김세민을 타일러 자수하게 하였으니, 나는 매우 불초(不肖)하다고 여긴다. 그 뒤에 또 채석련(蔡石連)의 일을 자수하였으니, 대저 남의 청탁이 있어서 내가 듣고 하였으면, 사람들이 반드시 불초하다고 할 것인데, 현로는 자기가 불초하다고 이름을 얻는 것을 꺼리지 아니하고, 오직 권기(權琦)를 모함하고자 하여, 거짓 꾸며서 자수하였으므로, 내가 매우 미워하나, 이는 죽일 만한 죄는 아니다. 더군다나, 일이 종사(宗社)에 관계되는 것 외에는 공신의 자손을 법으로 처치하지 아니함은 조종(祖宗)의 성헌(成憲)이니, 이는 또한 죽일 수 없다. 강희가 갑사 시취(甲士試取)에서 맞지 아니한 것을 거짓으로 맞았다고 인정한 것은 역시 심히 불초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죄는 모두 법대로 하지 아니하고 강희만 죽일 수 있겠는가. 이미 죽이지 아니하였으면 공신의 후손에게 이것으로 그칠 뿐이지 어찌 다시 더하겠는가. 당상(堂上)의 죄는 내가 비록 명백히 말하지 아니할지라도 사람마다 아는 바인데, 너희들이 어찌 알지 못하랴. 하물며, 대신은 범연(泛然)한 사람과 비할 것이 아닌데, 지금 직첩(職牒)을 거두고 폐하여 서인(庶人)을 만들었음이 족하거늘, 무엇을 더하겠는가. 너희들이 법에 의거하여 말하는 것은 옳으나, 내가 처리하는 뜻은 이 같을 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22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

    ○辛丑/司憲府啓: "兵曹官吏專擅政柄, 任意用人, 不可不懲。 請依律科罪, 以戒後來。" 上曰: "向者, 尹培崔浥之請, 陞授崔淳金自麗職, 情涉阿曲, 故予甚疾之, 然且減等。 若今所發之事, 皆所當爲, 但私自追改爲非耳, 比之前罪, 大有輕矣。 已於前不殺之矣, 何至此而殺之耶! 李賢老則與崔浥交久, 宜若聽其請而不聽, 可嘉也。 今此事, 亦以狂妄, 因尹培所爲而爲之耳, 予亦不以爲過也。 予之罪賢老, 非以此也。 賢老洪沙乙麽之事, 從義禁府門隙呼語尹培, 誘以自首, 又誘金世敏以自首, 予深以爲不肖也。 厥後又自首蔡石連之事。

    大抵他人有請, 我聽而爲之, 則人必以爲不肖。 賢老不恤自己得不肖之名, 惟欲謀陷權琦, 飾詐自首, 予甚嫉之, 然此非可殺之罪也。 況事干宗社外, 功臣之孫, 不置於法, 祖宗成憲, 是又不可殺也。 姜曦試甲士, 乃以不中者冒認爲中, 亦甚不肖。 然他人之罪, 皆不如法, 獨於姜曦, 其可殺之乎! 旣不殺之, 則功臣之後, 止此而已, 何更加乎! 堂上之罪, 予雖不明言, 人人所知, 爾等豈不知之! 況大臣, 非泛然之比! 今乃收其職牒, 廢爲庶人足矣, 何所加乎! 爾等據法言之, 是矣。 然予處之之意, 如此而已。"


    • 【태백산사고본】 38책 12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22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