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효지가 지리설로 불당설치 불가를 상소하다
목효지(睦孝智)가 상소하기를,
"생각하옵건대, 지리의 법은 조종산(祖宗山)의 내맥(來脈)으로 근본을 삼는 것입니다. 조산(祖山)의 맥이 높고 수려하며 꾸불꾸불하게 굴곡되어, 혹은 일어나기도 하고, 혹은엎드리기도 하여, 와서 입수(入首)의 곳에 이르러는 단정하고 풍후하여 단절된 곳도 없으며 상파된 곳도 없은 연후에야, 산 기운이 바야흐로 성하고 음덕이 더욱 장구하여지는 것입니다. 초목에 비유하면, 근본이 튼튼하고 오래면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근본이 상하고 쇠잔하면 가지와 잎이 마르는 것과 같음은 필연한 이치입니다. 불당의 터를 보건대, 땅이 세 가지 마땅치 않은 것이 있으니, 동쪽 혈(穴)은 문소전(文昭殿) 주산인데 입수맥이 상파되니, 한 가지 마땅치 않은 것이고, 서쪽 혈(穴)은 경복궁(景福宮) 주산(主山)인데 입수맥이 상파되니, 두 가지 마땅치 않은 것이며, 지세가 높은 것 같으나 승도(僧徒)들이 내왕하여 궁궐을 임하여 누르니, 이것이 세 가지 마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신이 세 번 가서 살펴본 연후에 예전 글을 질정하니, 이순풍(李淳風) 《소권(小卷)》에 이르기를, ‘성(城)으로 길(路)로 끊고 자르고 개천과 도랑을 판것이 모두 기운을 상한 혈이라.’ 하였고, 《명산보감(明山寶鑑)》에는 이르기를, ‘기울어지고 무너지어 패한 것은 이것이 병룡(病龍)이 되니, 병룡은 난산(難産)과 긴 병에 걸린다.’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혹은 큰 물로 충파(衝破)되거나, 혹은 사람의 힘으로 상하여 깨치면, 패룡(敗龍)이 되는데, 패룡은 동네가 많이 패한다.’ 하였고, 《지리신서(地理新書)》에 이전(李筌)이 말하기를, ‘장성(長城)을 쌓아 산맥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진(秦)나라가 망하였고, 기(淇)·변(汴)을 개통하여 지맥(地脈)을 끊었기 때문에 수(隋)나라가 망하였다.’ 하였으니, 신은 생각하건대, 역년(歷年)이 긴 것은 비록 하늘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명(命)에 있으나, 고인(古人)들의 지형(地形)의 말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명산보감(明山寶鑑)》에 이르기를, ‘사관(寺觀)과 신단(神壇)이 머리나 꼬리에 웅거하면 응살혈(應殺穴)이라.’ 하였고, 《곤감가(坤鑑歌)》에 이르기를, ‘사관(寺觀)과 신단(神壇)과 도원(道院)은 백정과 중이 난다.’ 하였으며, 《지남(指南)》에는 이르기를, ‘사관과 영단(靈壇)이 있어도 산수가 특이하면 따로 형혈(形穴)이 생기니 재량에 맡긴다.’ 하였는데, 주(註)에 이르기를, ‘사관과 사단(社壇)의 앞이나 뒤에 있으면 아니되고, 또한 서로 대하여 용(龍)을 다투고 주인을 다투어 지신(地神)이 신불(神佛)에게 공읍(拱揖)하여서는 아니된다.’ 하였습니다. 《용혈명도(龍穴明圖)》에는 이르기를, ‘종과 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 법으로 본다면 없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이상 사관(寺觀)의 의논을 혹 믿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주맥이 상하고 깨어지면 그 해가 심히 큰 것입니다. 주맥의 위가 상하고 깨지어 깊은 웅덩이가 된 곳이 있으므로, 정랑(正郞) 신이현로(李賢老)가 일찍이 이미 계달하여, 흙을 메우고 보충 접속하여 용맥을 완전하게 하였는데, 다시 그 인후(咽喉)에 웅거하여 근맥(筋脈)을 끊어서 불당을 세우니, 이렇게 하면 예전 사람의 복택(卜宅) 상토(相土)하는 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부득이하다면 이 땅뿐이 아닙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특별히 지리에 정통한 자를 명하여 고쳐 정하여서 산맥을 완전하게 하시면 영구히 흉한 탓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신의 지극한 소원입니다."
하고, 승지(承旨) 이의흡(李宜洽) 등은 아뢰기를,
"지리(地理)의 설(說)은 신 등의 감히 알 바는 아니지마는, 다만 맥을 상한다고 말하니, 그 말이 과연 옳다면 불가하지 않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두 맥이 하나는 동쪽에 있고 하나는 서쪽에 있으며, 그 아래는 평지여서 곧 불당의 터이므로 조금도 상관이 없는데, 효지(孝智)의 위인이 자기가 한 것이 아니면 반드시 그르게 여기고 훼방하니, 그 말을 따를 것이 못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5책 94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
○睦孝智上疏曰:
竊惟地理之法, 以祖宗山來脈爲本, 其祖山之脈, 高峻秀麗, 委蛇屈曲, 或起或伏而來, 至於入首之處, 端正豐厚, 無有斷絶, 亦無傷破, 然後山氣方盛, 而蔭益長久。 譬諸草木, 根本旣固, 久則枝葉茂盛; 根本傷殘, 則枝葉枯槁, 理之必然也。
竊觀佛堂之基, 其地有三不宜。 東穴是文昭殿主山, 入脈傷破, 則一不宜也。 四穴是景福宮主山, 入脈傷破, 則二不宜也。 地勢似高, 而僧徒來往, 臨壓宮闕, 三不宜也。 臣三往看審, 然後質諸古文, 李淳風小卷云: "城斷路截, 穿鑿溝渠, 皆傷氣之穴也。" 《明山寶鑑》云: "欹側崩敗, 是爲病龍。 病龍者, 産難長病。" 又云: "或爲洪水衝破, 或爲人力傷破, 則爲敗龍。 敗龍者, 村里多敗也。" 《地理新書》, 李筌曰: "築長城斷山岡而秦亡, 開淇、汴斷地脈而隋亡。" 臣以爲歷年有永, 雖在敬人之休命, 然亦古人地形之說, 不可不察也。
《明山寶鑑》云: "寺觀神壇, 據其首尾, 則應殺穴。" 《坤鑑歌》云: "寺觀神壇幷道院, 出人屠宰及髡黔。" 《指南》云: "寺觀靈壇山水異, 別生形穴任裁量。" 註云: "不宜在寺觀社壇之前後, 亦不宜相對爭龍爭主, 地神拱揖於神佛。" 《龍穴明圖》云: "不聞鍾鼓之聲。" 以此法觀之, 莫若無也。 以上寺觀之論, 雖或未信, 然其主脈傷破, 其害甚大也, 而其主脈之上, 有傷破深坑之處, 正郞臣李賢老曾已啓達, 塡土補接, 以全龍脈, 而更得據其咽(候)〔喉〕 , 斷其筋脈, 建置佛堂。 如是則違古人卜宅相土之法也, 不得已則非此地而已。 伏望特命精於地理者改卜之, 以全山脈, 永無凶咎, 此臣之至願也。
承旨李宜洽等啓曰: "地理之說, 非臣等所敢知也。 但云傷脈, 其言果是, 則無乃不可乎?" 上曰: "兩脈一在東一在西, 其下平地, 乃佛堂之基, 暫不相干。 孝智爲人, 非己所爲, 則必非毁之, 其言不可從也。"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5책 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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