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성균 대사성 김반이 불당 설치를 반대하는 대신들의 청을 들어줄 것을 상소하다
행 성균 대사성(行成均大司成) 김반(金泮)이 상소하기를,
"신이 용렬하고 어리석음으로 오래도록 성균관(成均館)을 더럽히며 은혜를 입은 것이 과하고 후하나 갚기를 도모할 길이 없더니, 이제 말할 만한 일을 듣고 삼가 조목으로 열거하여 들리나이다.
1. 군신과 부자의 도는 천지의 떳떳한 도리(道理)여서 요(堯)는 이것으로 순(舜)에게 전하고 순은 이것으로 우(禹)에게 전하고 우는 이것으로 탕(湯)에게 전하고 탕은 이것으로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에게 전하여서 옛날로부터 잘 다스리고 역년(歷年)이 긴 것을 말하려면 반드시 이제(二帝) 삼왕(三王)의 성한 것을 일컫게 되니, 이때를 당하여 어찌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는 불도가 있겠습니까. 한나라 당나라 이후의 임금들이 믿는 것이 부처였으나 해를 누린 것이 더욱 단촉하였고, 양(梁) 무제(武帝)는 부처를 섬기기를 더욱 부지런히 하여 어복(御服)을 벗고 법의(法衣)를 입고서 친히 사중(四衆)022) 이 되어 회를 베풀고 경(經)을 강하였으나, 말년에 하하(荷荷)023) 하고 죽을 때에 부처가 능히 구제하였습니까 못하였습니까. 전하가 이제 삼왕의 성스러우심으로 이제 삼왕의 도를 행하여 우리 태종의 뜻을 이어서 사사(寺社)를 모조리 개혁하고 불당을 파하여 없앤 것이 대개 여러 해가 되었는데, 다스리는 것이 높아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 한(漢)·당(唐) 이하 인군의 미칠 바가 아닙니다. 지금 들으니, 궁성 북쪽에 다시 불당을 세운다 하니 이것이 비록 위로는 조종을 추복(追福)하고 아래로는 국맥(國脈)을 장구하게 하는 아름다운 뜻이나, 저 불씨가 군신의 의를 멸하고 부자의 친을 끊었으니 장차 무슨 도로 조종을 복되게 하고 국맥을 장구하게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대학문집(大學文集)》에서 말하기를, ‘저 오조화상(五祖和尙)이 후하게 할 데에는 박하게 하고 박하게 할 데에는 후하게 하니, 비록 육도(六度) 오행(五行)이 모두 갖춰지고 원만하더라도 장차 무엇으로 불충 불효의 형벌을 속(贖)하겠는가.’ 하였으니, 그 아비도 없고 인군도 없어서 국가에 도움이 없는 것을 여기서 또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부(政府)·육조(六曹)·대성(臺省)·삼관(三館)에서 오부(五部) 생도(生徒) 수백여 인까지 날마다 간하여 마지 않아도 아직 윤허를 얻지 못하매 통심 실망하지 않는 자가 없는 까닭입니다.
1. 생각건대, 과감하게 말하여 숨기지 않는 것은 인신의 충성이요, 넉넉히 포용하여 어기지 않는 것은 인군의 성한 덕입니다. 그러므로 곧은 말이 비록 지나치더라도 반드시 너그럽게 용서하여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전에 공자가 순(舜)의 지혜를 아름답게 여겨 말하기를, ‘가까운 말을 살피기를 좋아한다.’ 하였고, 이윤(伊尹)이 탕(湯)의 덕을 칭송하여 말하기를, ‘간하는 것을 좇아서 어기지 않는다.’ 하였으니, 순(舜)인들 어찌 가까운 말을 소홀하려 하지 않았습니까만, 오히려 반드시 살피기를 좋아하고 너그러웠으며, 탕(湯)인들 어찌 거슬리는 말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만, 오히려 어기지 않고 들어 좇았으니, 대개 말을 듣는 도리가 만일 살피기를 좋아하여 용납하고 어기지 않아서 좇는 것이 아니면 충성하는 자가 장차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피기를 좋아한 연후에 착한 말을 하게 할 수 있고, 어기지 않은 연후에 곧은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은 성인이 착한 것을 좋아하고 말을 구하는 긴요한 방도로 만세 인주의 큰 법입니다. 지금 전하가 살피기를 좋아하는 지혜가 대순(大舜)과 같고 어기지 않는 덕이 성탕(成湯)보다 나으니 참으로 이제 삼왕의 대성(大聖)이십니다. 정부(政府) 대신은 원수(元首)의 고굉(股肱)이니 한 몸과 같아서 가와 불가한 것을 서로 도와 함께 다스림을 이루는 자이고, 육조(六曹)와 대간(臺諫)은 더불어 함께 천직(天職)을 다스려서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을 닦는 것이니, 이것은 조호(調護) 광구(匡救)하고 유지(維持) 협보(協輔)하여 치평(治平)의 효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임금이 말을 내어 스스로 옳게 여기면 경대부(卿大夫)가 감히 그 그른 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예 예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여 패하는 데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불당을 다시 세우는 일에 성모(聖謀)와 예산(睿算)이 비록 이미 강구되고 계획 되었더라도 정부·육조·대간·삼관(三館) 생도들이 두세 번 신청하는데 오히려 유윤하지 않으니, 대순(大舜)의 묻기를 좋아하는 것과 성탕(成湯)의 어기지 않는 뜻에 어떠합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살피기를 좋아하고 간하는 것을 좇아서 언로(言路)를 넓히고 성덕(聖德)을 더하여 후세에 보이소서."
하였으나, 회답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5책 8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行成均大司成金泮上疏曰:
臣以庸愚, 久玷成均, 蒙恩過厚, 末由圖報, 今聞可言之事, 謹條列以聞。
一, 君臣父子之道, 天地之常經也。 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 而自昔言善治歷年之永者, 必稱二帝三王之盛。 當是時也, 安有無父無君之佛道乎! 漢、唐以下人主之所信者佛也, 而享年愈促。 梁 武帝事佛彌勤, 釋御服持法衣, 親爲四衆, 設會講經, 而末年荷荷之時, 佛能救歟? 否歟? 殿下以二帝三王之聖, 行二帝三王之道, 繼我太宗之志, 盡革寺社, 罷去佛堂者, 蓋亦有年, 而治隆俗美, 非漢、唐以下人主之所能及也。 今聞宮城之北, 復建佛堂, 是雖上以追福祖宗, 下以祈壽國脈之美意, 然彼佛滅君臣之義, 絶父子之親, 將何道以福祖宗壽國脈乎? 故子朱子於《大學》、文集曰: "彼五祖和尙, 所厚者薄, 所薄者厚, 雖六度五行, 具足圓滿, 將何以贖其不忠不孝之刑哉!" 其無父無君而無益於國家, 斯亦可見矣。 此政府六曹臺省三館以至五部生徒數百餘人所以日諫不已, 尙未蒙允, 莫不痛心觖望者也。
一, 竊念敢言不諱, 人臣之克忠; 優容弗咈, 人主之盛德, 故直言雖過, 必須優容而納焉。 昔孔子美舜之智曰好察邇言, 伊尹稱湯之德曰從諫弗咈, 舜豈不欲邇言而忽之哉! 然猶必好察而優容; 湯豈不欲逆言而拒之哉! 然猶弗咈而聽從, 蓋聽言之道, 若不好察而容之、弗咈而從之, 則克忠者將恐懼而不言矣。 故好察, 然後可以來善言; 弗咈, 然後可以聞直言, 此聖人好善求言之要道, 萬世人主之大法也。 今殿下好察之智, 同符大舜; 弗咈之德, 允邁成湯, 眞二帝三王之大聖也。 政府大臣, 元首股肱, 有同一體, 可否相濟, 共成其治者也; 六曹臺諫, 所與共治天職, 而交修不逮者也。 此所以調護匡救, 維持協輔, 以收治平之效者也。 不然則君出言自以爲是, 而卿大夫莫敢矯其非, 唯唯諾諾, 以至於敗。 今佛堂復立之事, 聖謀睿籌, 雖已講畫, 然政府六曹臺諫三館諸生申請再三, 尙不兪允, 其於大舜之好問、成湯之弗咈, 何哉? 伏望好察從諫, 以廣言路, 以增聖德, 以示後世。
不報。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5책 8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