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학 박사 김신민 등이 불당 설치의 불가함을 상소하다
종학 박사(宗學博士) 김신민(金新民) 등이 상소하기를,
"지금 궁성 옆에 절을 짓는다는 말을 듣고 신 등은 비록 언관(言官)은 아니오나 직책이 사유(師儒)로 있어 감정이 마음에 격동하므로 감히 잠자코 있지 못합니다. 공경하여 생각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에서 내신 성명(聖明)과 날마다 오르시는 공경으로 불씨의 탄망(誕妄)한 것을 명백하게 아시니 어찌 공경하여 믿고 높이 받드는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내원당(內願堂)이 조종께서 이루어 놓으신 일이므로 이를 창건하고 새롭게 하여 효도하는 생각을 펴려 하시는 것입니다. 신 등도 또한 전하의 마음이 다른 것이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염려를 일으키는 것은 비록 해되지 않는 것 같아도 후세의 폐단은 말할 수가 없고, 한 불당을 일으키는 것은 비록 경비가 많이 들지 않더라도 궁성 북쪽은 그 장소가 못됩니다. 대궐 뜰은 신료들이 조회하는 곳인데, 불당이 대궐 뜰과 서로 가까와서 조회 받을 때를 당하여 소균(韶鈞)은 앞에서 아뢰고 범패(梵唄)는 뒤에서 들리면 사(邪)와 정(正)이 서로 섞이니 심히 불가하고, 국가가 해마다 흉년이 들어 주려 죽는 사람이 서로 연이어 이루 진휼할 수가 없는데, 어리석고 미혹한 백성들이 이 명령이 있는 것을 들으면 다투어 서로 머리를 깎고 편적(編籍)을 도피하여 노는 사람이 날로 증가되고 군액(軍額)은 날로 감하여질 것이니, 정치에 방해되는 것이 의심이 없는 것입니다. 또 하물며 게으름과 공경은 일정한 법칙이 없고 비태(否泰)021) 는 서로 덮치는 것이니, 처음에는 비록 미미하나 내종에는 반드시 커지는 것입니다. 지금 비록 이루어진 일을 인습하여 조그만 절을 창건하나, 신 등은 깊이 두렵건대 이제로부터 시작하여 사사(寺社)에 대한 말이 날로 새로워지고 달로 성하여져서 후세에 반드시 가리켜 구실을 삼을 것입니다."
하였으나, 회답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5책 8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재정-역(役) / 정론-정론(政論)
- [註 021]비태(否泰) : 비와 태는 모두 괘명(卦名)으로 불운(不運)과 행운(幸運)을 말함.
○宗學博士金新民等上疏曰:
今聞創寺宮城之側, 臣等雖非言官, 職忝師儒, 情激于中, 不敢含默。 恭惟殿下天縱之聖、日躋之敬, 灼知佛氏之誕妄矣, 安有敬信而崇奉之哉! 第以內願堂爲祖宗成事, 思欲創而新之, 以伸孝思, 臣等亦知殿下之心固無他也。 然起一念慮, 雖若未害, 後世之弊, 不可勝言; 興一佛堂, 雖未甚費, 宮城之北, 非其所也。 闕庭, 乃臣僚朝會之地, 而佛堂與闕庭相近, 當其受朝之時, 韶鈞奏於前, 梵唄囂於後, 正邪相雜, 甚不可也。 國家歲比不登, 餓莩相望, 不勝賑恤, 愚惑小民聞有是命, 競相髡禿, 以逃編籍, 遊手日增, 軍額日減, 則無惑乎妨政害治者矣。 又況怠敬無常, 否泰相乘, 其始雖微, 其終必大。 今雖因其成事, 創爲小寺, 臣等深恐自今伊始, 寺社之說, 日新月盛, 而後世必指爲口實矣。
不報。
-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5책 8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재정-역(役)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