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정랑 이영서가 사정 민서의 기생을 간통한 것으로 민서가 사사로이 처벌하여 벌하다
이조 정랑 이영서(李永瑞)가 기생 소양비(笑楊妃)의 있는 곳에 들어갔는데, 이 기생은 사정(司正) 민서(閔敍)가 관계하는 여자이다. 서(敍)가 제 아우 사직(司直) 민발(閔發)과 조카 민효원(閔孝元)을 데리고 지팡이를 가지고 돌입하여 영서를 결박하고, 두발(頭髮)을 자르고 칼로 겨누어 말하기를,
"내가 네 목을 끊지 않는 것은 나의 은문(恩門)인 때문이다."
하고, 죽을 지경이 되도록 때리고, 옷을 빼앗고 뒷결박을 하여 몰고 형조(刑曹)에 이르렀다. 도중에서 한 조관(朝官)이 말에서 내려 애절하게 청하였으나, 서(敍)가 말 위에서 눈을 부라리며 욕질하여 사람이 감히 가까이 할 수 없었다. 형조에서 그 기생은 가두고 영서는 석방하니, 영서가 들것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서(敍)가 무과(武科)를 볼 때에 영서가 시관으로 참여하였으므로 은문(恩門)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튿날 영서의 종이 형조에 고장(告狀)을 올리니, 형조에서 갖추어 아뢰었다. 임금이 승지(承旨)에 게 묻기를,
"너희들의 들은 것은 어떠한가."
하였다. 좌승지 조서안(趙瑞安)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듣기에는 영서가 술이 취하여 중로에 소양비의 있는 곳에 들어갔었는데, 민서가 구타한 것이고, 간음하는 곳에서 잡은 것은 아닙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영서가 과연 서(敍)의 첩을 간통하였다면 진실로 죄가 있다. 그러나 이미 두발을 잘랐으면 그만둘 것이지, 또 노상에서 뒷결박을 하고 구타하고 모욕하였으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였다. 서안(瑞安) 등이 말하기를,
"영서가 비록 서(敍)의 첩을 간통하였다 하더라도 간음하는 현장에서 그 즉시 죽이는 것이 아니면 함부로 구타하여 상하게 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조관은 비록 큰 죄가 있어도 유사가 추핵하여 반드시 계문(啓聞)하고서 관직을 빼앗는 뒤에야 가둘 수 있습니다. 하물며 영서는 정조 낭청(政曹郞廳)이니 서가 어떻게 임의로 때릴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통렬히 징치하여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서의 세계가 어떤 민씨에게서 나왔느냐."
하니, 정원(政院)에서 아뢰기를,
"의친(議親)은 아닙니다."
하매, 드디어 형조에 전지하기를,
"서(敍)와 발(發)의 직첩을 빼앗고 효원(孝元)도 아울러 구속하고 국문하라."
하고, 인하여 하교하기를,
"영서가 만일 죽는다면 서의 무리는 죄가 사형에 관계되니, 마땅히 사형수의 예로 감금하라."
하였다. 영서가 처음에 덮어두고 고발하지 않고자 하여,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에게 부탁하여 민서를 불러서 말하지 말 것을 청하니, 서가 듣지 않으므로 영서가 부득이하여 종을 시켜 고장(告狀)한 것이다. 영서가 처음에 생원(生員)으로 성균관(成均館) 종의 처를 간통하였다가 붙잡히어 두발을 잘리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병조 정랑 이현로(李賢老)가 영서의 집에 이르러 위로하고, 인하여 희롱하는 말하기를,
"자네의 머리털은 꼭 부추나물일세 그려."
하니, 영서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부추나물은 베이면 다시 나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0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5책 7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倫理)
○己未/吏曹正郞李永瑞入妓笑楊妃所寓, 妓乃司正閔叙所私者也。 叙率其弟司直發、姪孝元, 持杖突入, 縛永瑞斷其髮, 以刃擬之曰: "吾不斷汝頭者, 以吾恩門故也。" 杖之濱死, 褫衣反接, 驅至刑曹, 道中有一朝官下馬哀請, 叙於馬上怒目叱之, 人不敢近。 刑曹囚其妓放永瑞, 永瑞舁歸于家。 叙赴武科時, 永瑞參試, 故曰恩門。 明日永瑞奴告狀刑曹, 刑曹具啓。 上問承旨曰: "爾等所聞如何?" 左承旨趙瑞安等啓曰: "臣等聞永瑞被酒, 路入笑楊妃所寓, 閔叙因而毆打耳, 非奸所捕獲也。" 上曰: "永瑞果奸叙妾, 則固有罪矣。 然旣斷其髮, 則可以已矣, 又於路上, 反接歐辱, 無乃已甚乎?" 瑞安等曰: "永瑞雖奸叙妾, 如非奸所登時殺死, 則不可擅自打傷, 且朝官雖有大罪, 有司推劾, 必須啓聞奪職, 然後乃囚。 況永瑞爲政曹郞廳, 叙烏得而擅杖哉! 宜當痛懲。" 上曰: "叙系出何閔?" 政院啓: "非議親。" 遂傳旨刑曹曰: "奪叙、發職牒, 幷孝元禁身鞫問。" 仍敎曰: "永瑞若死, 叙等罪干死刑, 宜以死囚例監禁。" 永瑞初欲掩而不發, 托安平大君 瑢, 召閔叙請勿告, 叙不聽, 永瑞不得已使奴告狀。 永瑞初以生員奸成均館奴妻, 被執斷髮, 至是, 兵曹正郞李賢老到永瑞家慰之, 因戲曰: "君之髮, 正是薤菜。" 永瑞慙赧。 薤菜, 剪而復生故云。
- 【태백산사고본】 38책 120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5책 7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