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취한하는 법의 존폐를 의논하여 존속시키도록 하다
이 앞서 이조 판서 정인지(鄭麟趾)가 각사(各司) 이전(吏典)의 취한(就閑)하는 법을 파하기를 청하였으므로, 정부·육조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영의정 황희(黃喜)가 말하기를,
"이전(吏典)이 근무 기한은 도목(都目)을 채워야 거관(去官)하는 것은 정한 법전이니, 취한(就閑)하는 법이 그들의 소원이 아니고 국가에서 과궐(窠闕)이 없음으로 인하여 부득이 권의(權宜)로 만든 법입니다. 또 이전(吏典)이 겨우 거관(去官)을 얻으면 두어 달이 못되어 곧 파하고 끝내 벼슬길이 없음이 이전(吏典)의 공통된 걱정입니다. 대개 취한(就閑)하는 이전이 어찌 모두 재주가 있겠으며, 그대로 종사(從仕)하는 사람은 반드시 취할 것이 없겠습니까. 만일 입속(入屬)한 날짜가 얼마 안 되고 일을 경험한 것이 오래지 않다고 한다면, 취한(就閑)한 이전(吏典)의 다음 사람이라고 입속한 월일과 집무한 경력이 어찌 모두 보잘것이 없겠습니까. 비록 취한(就閑)의 법을 파한다 하더라도 눌러서 종사하는 사람이 만일 차례로 모두 거관(去官)을 얻게 되는 날에는 장차 누구를 쓸 것입니까. 신은 생각하건대 각조(各曹) 각사(各司)의 낭관(郞官)들이 스스로 제몸을 높이어 모든 일을 오로지 아전의 손에 맡기고, 조금도 검사하지 않다가 어기고 늦은 것을 당하면 취한(就閑)한 자가 많아서 정리를 못하였다고 칭탁합니다. 무릇 조장(條章)을 세우는 데에 있어서 복설(復設)하였다 혁파하였다 함은 신(信)을 보이는 뜻에 어그러짐이 있으니, 공자께서 신(信)으로 생(生)을 바꾼 것이 어찌 공연한 것이겠습니까. 청하옵건대 이미 이루어진 법을 그대로 두소서."
하고, 좌의정 하연(河演)은 말하기를,
"각 아문(衙門)의 높고 낮은 것은 스스로 등차(等差)가 있지마는, 이전(吏典)의 족세(族勢)와 재품(才品)은 막상막하인데 혹은 권무(權務) 9품으로 거관(去官)하는 자가 있고, 혹은 8품으로 거관하는 자가 있으며, 혹은 7품으로 거관하는 자가 있고, 이전(吏典)의 벼슬길이 엽등(蠟等)하는 폐단이 있어 거관하면 높은 데로 앞을 다투어 입속(入屬)하기 때문에 낮은 관사(官司)에는 겨우 한두 사람이 있고, 혹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이 있으니 실로 미편합니다. 《지정조격(至正條格)》 연리승전조(椽吏陞轉絛)를 삼가 상고하건대, ‘찰원(察院)·서리(書吏)는 예에 의하여 반드시 20월을 지내야 보부 영사(報部令史)에 전임(轉任)하고, 일고(一考)의 상(上)이 되어야 대원(臺院) 등의 연리(椽吏)에 승전(陞轉)을 허락하고, 성연(省椽)이 궐이 있으면 대원(臺院)과 고연리(考椽吏) 안에서 뽑아 쓴다.’ 하였는데, 이부(吏部)에서 의논하기를, ‘각 아문(衙門)의 연리(椽吏)·영사(令史)가 궐이 있으면 윗조목에 의하여 전승(轉陞)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옛날에도 또한 이전(吏典) 승차(陞差)의 예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부터 새로 입속하는 이전(吏典)은 모두 권무 9품 거관(權務九品去官) 아문(衙門)에 차정(差定)하여 사만(仕滿)을 기다려 직임(職任)을 주어 8품 거관(八品去官) 아문에 옮기고, 사만(仕滿)을 기다려 7품을 주어 차례로 거관하여 이렇게 승차(陞差)하면 거의 사의(事宜)에 합할 것입니다. 의논하는 자가 말하기를, ‘빈한한 무리가 20여 년을 양식을 자비하여 유경(留京)하는 것이 심히 곤란하다.’ 하나, 성중관(成衆官)이 말과 말구종을 거느리고 20여 년을 지낸 연후에야 6품이 되는 데에 비교하면, 이전(吏典)은 마종(馬從)도 없이 독신으로 유경하니 비록 20여 년을 지나서 7품에 제수하더라도 이것은 괜찮습니다. 하물며, 그 사이에 두 번 품질(品秩)이 승진되니 족히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하고, 우의정 황보인(皇甫仁)·좌찬성 박종우(朴從愚)·우찬성 김종서(金宗瑞)·좌참찬 정분(鄭苯)·우참찬 정갑손(鄭甲孫), 예조 판서 허후(許詡)·병조 판서 김세민(金世敏)·형조 판서 이승손(李承孫)·호조 참판 이선제(李先齊)는 말하기를,
"《속육전(續六典)》의 이전(吏典)의 거관(去官)하는 법이 지극히 자세하고 지극히 구비하여 행한 지가 이미 오래인데, 근년에 이전(吏典)의 고한 것으로 인하여 《육전(六典)》에 실리지 않은 취한(就閑)의 법을 세웠는데, 고친지 두어 해에 그 폐단이 적지 않으니, 이미 행한 《속전(續典)》의 법에 의하소서."
하고, 공조 판서 안지(安止)는 말하기를,
"대개 이전(吏典)된 자가 모두 먼 지방 사람으로서 서울에 붙여 있어 계옥(桂玉)010) 의 간구한 것이 날로 더욱 심하여 만기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래에 실농으로 인하여 정원(定員)에 궐이 생기고, 또 갑사(甲士)·총통위(銃筒衛)를 가설(加設)하였기 때문에 옮겨 들어가는 자가 꽤 있는데, 집무하는 아전으로 취한(就閑)하는 자는 그치지 않고 새로 입속하는 자는 심히 적어서, 여러 관사(官司)의 번다한 사무가 인하여 연체 지완되니 또한 미편합니다. 아직 권전(權典)을 따라서 두어 해로 기한하여 점점 액수를 보충한 연후에 다시 취한(就閑)의 법을 시행하소서."
하고, 병조 참판 김조(金銚)는 말하기를,
"전에는 각사(各司) 이전(吏典)의 집사(執事)하는 자를 모두 체아(遞兒)를 주었는데, 체아를 혁파한 뒤로부터 도목(都目)을 바치고 그대로 종사하는 자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고하고 하소하는 것이 벌떼처럼 일어나므로 이에 취한의 법을 세운 것인데, 만일 지금 고친다면 하소하는 전과 같을 것이고, 만일 그대로 취한한다면 각사에서 일을 폐할 것이니, 그 중에서 집사(執事)가 될 만한 사람은 먹는 것을 주어서 그대로 근무하게 하고, 도목(都目)을 기다려서 거관하는 것을 허락하소서."
하니, 임금이 황희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12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5책 6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군사(軍事)
- [註 010]계옥(桂玉) : 쌀은 비싸기가 옥(玉)과 같고, 땔나무는 귀하기가 계수(桂樹) 나무와 같다는 말로서, 시량(柴糧)이 곤란함을 말함.
○先是, 吏曹判書鄭麟趾請罷各司吏典就閑之法, 下政府六曹議之。 至是, 領議政黃喜曰: "吏典仕滿, 都目去官, 常典也。 就閑之法, 非其所願, 乃國家因無窠闕不得已權宜之法也。 且吏典纔得去官, 不數月而卽罷, 終無仕路, 此吏典之通患也。 蓋其就閑之吏, 豈皆有才, 而仍仕者必無可取也! 若曰入屬日淺, 更事未久, 則就閑之吏之次之人, 入屬日月, 執事經歷, 豈皆疎闊耶! 雖罷就閑之法, 仍仕者若以其次, 皆得去官之日, 將誰與爲用也? 臣以爲各曹各司郞官, 自尊其身, 凡事專委吏手, 或不檢擧, 値有違緩, 托以就閑者多, 不能整理耳。 凡立條章, 隨復隨罷, 有戾示信之義。 夫子以信易生, 豈無謂歟! 請仍已成之法。"
左議政河演曰: "各衙門高下, 自有等差。 吏典族勢才品, 不相上下, 而或有權務九品去官者, 或有八品去官者, 或有七品去官者, 吏典仕路, 有躐等之弊。 去官高處, 爭先入屬, 故卑官則只有一二人, 或無一人者, 實爲未便。 謹按《至正條格》, 掾吏陞轉條: ‘察院書吏, 依例須歷二十月, 轉報部令史, 一考之上, 許轉臺院等掾吏。 省掾有闕, 於臺院及考掾吏內選用。’ 吏部議得: ‘各衙門掾吏令史有闕, 依上轉陞。’ 是則古者亦有吏典陞差之例。 自今新屬吏典, 皆於權務九品去官衙門差定, 待仕滿授職, 移八品去官衙門, 待仕滿授七品, 次次去官。 以此陞差, 庶合事宜。 議者謂: ‘貧寒之徒, 二十餘年, 裹糧留京甚難。’ 然校之成衆官率馬從經二十餘年, 然後得拜六品, 吏典則無馬從獨身留京, 雖經二十餘年而陞授七品, 斯亦可矣。 況其間再陞品秩, 足以暢情。"
右議政皇甫仁、左贊成朴從愚、右贊成金宗瑞、左參贊鄭苯、右參贊鄭甲孫、禮曹判書許詡、兵曹判書金世敏、刑曹判書李承孫、戶曹參判李先齊曰: "《續六典》吏典去官之法, 至詳至備, 行之已久。 近年因吏典所告, 乃立《六典》不載就閑之法, 更改數年, 其弊不貲, 依已行《續典》之法。" 工曹判書安止曰: "凡爲吏典者, 率皆遠方人, 旅寓於京, 桂玉之苦, 日甚一日, 竚待箇滿。 近來或因失農而闕其額, 又因加設甲士銃筒衛, 頗有移入者, 執事之吏, 就閑者不止, 而新屬者甚少。 諸司劇務, 因以滯緩, 亦爲未便。 姑從權典, 期以數年, 漸充額數, 然後更申就閑之法。"
兵曹參判金銚曰: "前此各司吏典執事者, 皆給遞兒。 自革遞兒, 呈都目仍仕者, 不勝其苦, 告訴蜂起, 於是立就閑之法。 若今革之, 告訴如前, 若仍就閑, 則各司廢事, 其中堪爲執事者, 給口食仍仕, 待都目方許去官。"
上從黃喜議。
- 【태백산사고본】 38책 12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5책 6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