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하는 물건을 더럽게 관리하는 것 등에 대한 사복 소윤 정효강의 상서
사복 소윤(司僕少尹) 정효강(鄭孝康)이 글을 올리기를,
"신이 용렬하고 어리석음으로서 지나치게 성은(聖恩)을 입었사온데, 눈으로 옳지 않은 것을 보고 감히 끝내 민묵(泯默)하지 못하여 삼가 좁은 소견을 가지고 조목조목 뒤에 열거하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하람(下覽)을 주소서.
1. 신이 일찍이 영추문(迎秋門)으로부터 내시복(內寺僕)에 사진하는데, 여러 도에서 진상(進上)하는 선물(膳物)을 문바깥 길 가운데에 흩어 놓아서 불결하기가 입으로 말할 수 없었으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궐문 밖에 탁자를 놓고 여러 도의 진상(進上)한 물건을 그 위에 놓으라는 것은 이미 일찍이 입법되어 있는데도 행하지 않으니, 바라옵건대 이 법을 거듭 밝히어 항상 탁자를 문밖에 설치하고, 만일 진상 선물을 모시고 오거든 탁자 위에 안치하고 문을 지키는 자가 곧 승정원(承政院)에 고하고, 승정원에서는 선물에 대한 장문(狀文)을 사옹원(司饔院)에 보내면 별좌(別坐)가 각각 색장(色掌)을 거느려 모시어 돌아가게 하고 또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안치할 곳이 없으니 문밖에 따로 초가집을 세워서 진상 선물을 안치하게 하여 영구히 정한 법식을 삼고, 문소전(文昭殿)과 휘덕전(輝德殿)에 진상하는 선물도 상항(上項)과 같은 폐단이 없지 못할 것이니, 바라옵건대 이 예에 의하여 시행하소서.
1. 신이 지난 가을에 돈의문(敦義門)에서 비 개이는 것을 빌기 위하여 생(牲)을 잡는 곳을 보았는데, 혹은 빈집에서 혹은 노지(露地)에서 재인(宰人)이 도살(屠殺)할 때에 거리 아이 동네 여자가 담처럼 둘러서 있으니 깨끗하게 제사하고 재계를 드리는 뜻에 어찌됩니까. 신의 생각으로는 그 문 옆에 장막을 배설(排設)하고, 무릇 모든 전물(奠物)은 전사관(典祀官)으로 하여금 친히 감독하여 제사에 이바지하여 정성과 공경을 다하게 하기를 바랍니다. 또 제기(祭器)의 변(籩)·두(豆) 같은 것을 혹은 말에 싣고 혹은 새끼로 꼬아서 질머지는데, 비록 씻는다 하더라도 공경하고 삼가는 도리에 어떠합니까. 신은 생각하기를 따로 궤를 만들어서 담아서 깨끗하게 하여야 할 것이라 합니다.
1. 신이 개경사(開慶寺)에서 보오니, 태조(太祖)의 위판(位版)을 항상 불전(佛殿)의 앞 기둥에 봉안하고 날마다 시주 밥을 올리옵는데, 그 앞 기둥은 중과 속인 잡류가 모여드는 곳이어서 신명(神明)에 설압(褻狎)되니, 참으로 미편합니다. 청하옵건대 위판을 혁파하시고 만일 오래 이미 행하여서 혁파할 수 없다면 별전(別殿)에 신위(神位)를 봉안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또 기명과 상(床)은 만든 지가 이미 오래이어서 실로 모두 더럽고 깨어졌으며, 또 공향(供享)하는 쌀이 공신의 보미(寶米)로써 밑천은 살리고 이자를 취하는 것인데, 지금 승도들이 장리를 놓지 못하여 간신히 공진(供進)하니 역시 미안합니다. 신은 엎드려 바라옵건대 재탁 결단하여 시행하소서.
1. 친히 타시는 말과 연(輦)에 대하여 유식한 선비들이 모두 말에 내리지 아니하니 불경하기 막심합니다. 바라옵건대 중국 제도에 의하여 무릇 타시는 말과 연이 출입할 때에는 의장(儀仗)을 갖추어 벽제(辟除)하여 먼지를 범하지 말게 하여 임금을 공경하는 뜻을 다하게 하소서.
1. 행대(行臺)를 발하여 보내는 것은 국가의 법전이어서 태종 때에는 매양 보내어 안행(按行)하여 때없이 적발하였는데, 지금 민간에 폐가 있다 하여 이 법을 행하는 것을 없애고 무릇 척간(擲簡)할 일이 있으면 매양 지인(知印)을 보내는데, 지인과 감찰(監察)을 비교하면 그 폐가 다만 말 1필 사람 하나 더할 뿐입니다. 하물며 지인과 감찰은 명분(名分)이 이미 다르고 처사하는 것이 또 다르니, 비록 옳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어찌 다 말하겠습니까. 신이 생각하건대 서북(西北) 양계(兩界)와 여러 도에 강명(剛明)한 감찰을 뽑아서 때없이 발견(發遣)하여 규찰을 엄하게 하소서."
하였다. 효강(孝康)은 제 집에 불당(佛堂)을 지어 놓고 오로지 부처에 아첨하는 것으로 일을 삼아서, 국가에서 무릇 불사(佛事)를 거행하면 반드시 효강으로 주장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118권 1장 B면【국편영인본】 5책 40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풍속(風俗)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물(人物) / 정론(政論)
○己巳/司僕少尹鄭孝康上書曰:
臣以庸愚, 濫蒙聖恩, 目見非是, 不敢終默, 謹以管見條列于後, 伏惟賜覽。
一, 臣嘗自迎秋門仕于內司僕, 諸道進膳, 散置門外路中, 其爲不潔, 口難容道, 不覺驚駭。 闕門外置卓子, 安諸道進上, 已曾立法而不行。 乞申明此法, 常設卓子於門外, 若進膳陪來, 則安於卓上, 守門者卽告承政院, 承政院送膳狀于司饔別坐, 各率色掌陪歸。 且雨雪日無可安之處, 於門外, 別營草家, 以安進膳, 永爲恒(或)〔式〕 。 文昭、輝德殿進(繕)〔膳〕 , 亦不無上項之弊, 乞依此例施行。
一, 臣於去秋, 見敦義門祈晴宰牲之所, 或於空家, 或於露地, 宰人屠殺, 時街童巷婦如堵而立, 其於禋祀致齋之義何如? 臣謂其門之側, 排設帳幕, 凡諸奠物, 令典祀官親監, 以供祭祀, 以盡誠敬。 且祭器如(邊)〔籩〕 豆之屬, 或載馬, 或貫索而負, 雖曰滌漑, 其於敬謹何如? 臣謂別作櫃子入盛, 以致淨潔。
一, 臣觀開慶寺 太祖位版, 常安於佛殿前楹, 日供施食。 其前楹, 僧俗雜流所聚, 褻狎神明, 誠爲未便, 請革位版。 若久已行之, 未可革罷, 則於別殿奉安神位何如? 且器皿與床, 製造已久, 實皆沔破, 又其所供之米, 因功臣寶米, 存本取利。 今僧徒未能長資, 難苦供進, 亦爲未安, 臣伏願裁斷施行。
一, 親御之馬與輦, 有識之士, 皆不下馬, 其爲不敬莫甚。 乞依華制, 凡御馬輦輿出入, 備儀仗辟除, 勿使犯塵, 以盡敬上。
一, 發遣行臺, 國家令典。 太宗盛際, 每遣按行, 無時發摘, 今有弊於民, 除行此法, 凡有擲簡, 每遣知印。 知印之於監察, 其弊只一馬一人之加耳。 況知印與監察, 名分旣異, 而處事又異, 雖見非是, 豈能盡言! 臣謂兩界與諸道, 擇剛明監察, 無時發遣, 以嚴糾察。
孝康置佛堂于其家, 專以佞佛爲務, 國家凡擧佛事, 必以孝康主之。
- 【태백산사고본】 37책 118권 1장 B면【국편영인본】 5책 40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풍속(風俗)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물(人物)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