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을 파면시켜줄 것을 아뢰는 도승지 유의손의 상서를 윤허하지 않다
도승지 유의손(柳義孫)이 상서(上書)하기를,
"신(臣)은 천성이 본디부터 용렬하고 어리석으며, 학문도 또한 천박하고 고루해서, 행동과 처사(處事)가 모두 적의함을 얻지 못하여, 하는 바가 아무런 도움이 없으며 실수하는 점이 많사오니, 신과 같은 사람은 잠시라도 이 직책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질병까지 나서 여러 10일 동안을 휴가 중에 있었는데도 오히려 완전히 치료되지 아니하여, 심신(心神)이 혼모(昏耗)하고 기력이 쇠비(衰憊)해졌으니, 억지로 출근(出勤)하고자 한다면 병근(病根)이 끓어지지 않아서, 피로로 인하여 다시 발생하게 될 것이며, 또 휴가를 얻어 병을 조섭(調攝)하고자 한다면 직임(職任)이 지극히 무거워서 하룻동안이라도 비워두기는 어렵사오니, 진퇴(進退)가 궁(窮)하고 어려워 용납할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신의 아비 나이는 지금 77세이오며, 신의 어미 나이는 지금 75세인데, 어미는 숙환(宿患)이 있어 항상 병상(病床)에 누워 있사오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 두려운 심정이 마음속에 번갈아 일어나므로, 자나깨나 두려워서 몸둘 곳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성상의 밝으신 감식(鑑識)으로서 살피시고 불쌍히 여기시와, 신의 관직을 파면시켜 소신으로 하여금 정신(精神)을 전일하여 의약(醫藥)에 조심해서 조금 남은 생명을 보전하게 하시어, 신하와 자식의 직책을 다하여 충성과 효도의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11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5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庚戌/都承旨柳義孫上書曰:
臣性本庸愚, 學亦孤陋, 行己處事, 俱未得宜, 動無裨益, 所失則多, 如臣者, 不宜一朝居此職也。 頃加以疾病, 累旬在告, 猶未痊平, 心神昏耗, 氣力衰憊, 將欲勉强仕進, 則病根未斷, 因勞復發。 又欲休暇調攝, 則職任至重, 一日難曠, 進退窮蹙, 若無所容。 (日)臣父年今七十七, 臣母年今七十有五, 而母有宿患, 常在床褥, 喜懼之情, 交激于中, 寤寐兢惶, 罔知所措。 伏望睿鑑照憐, 命罷臣職, 俾小臣專精神謹醫藥, 得保微喘, 以盡臣子之職, 以全忠孝之道。
不允。
- 【태백산사고본】 35책 11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5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