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조정의 의식을 존중할 것을 아뢰니 하연·정인지·황희 등이 의논하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옛날의 사대부(士大夫)들이 임금에게 조회할 때는 반드시 조의(朝衣)을 입었는데, 본조(本朝)에서 이 제도를 따라 사용[遵用]하여 대조회(大朝會)에는 조복(朝服)을 입고, 초하룻날의 조회(朝會)에는 공복(公服)을 입고, 그 나머지 모임과 조계(朝啓) 및 동궁(東宮)에게 조참(朝參)하는 날에는 그대로 상복(常服)을 입게 되니, 다만 고제(古制)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전혀 공경하고 조심하는 뜻이 없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당상관 이상의 관원에게는 단자(段子)와 사라(紗羅)를 사용하도록 허가하여, 중조(中朝)의 제도에 따라 조의 1건(件)을 만들게 하고, 그 혹시 준비하기가 어려운 사람은 본국(本國)의 포물(布物)을 검게 염색하되, 아름답고 깨끗하게 하도록 할 것이며, 3품 이하의 관원에게는 모두 본국의 포물을 사용하여 상항에 의거해서 제조하게 하고, 평상시에는 간수하여 두었다가 조회 때에만 입도록 하고, 여름철의 의복은 높고 낮은 사람이 저포(苧布)와 마포(麻布)를 통용(通用)하게 하고, 관대(冠帶)도 또한 더럽고 파손된 물건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조정의 의식[朝儀]을 존중하게 하소서."
하였다. 정부(政府)에 내려 이를 의논하게 하니, 우의정 하연·우참찬 정인지 등은 의논하기를,
"평상시 의복은 화려한 것이 필요하지 않으며, 조정의 관복(冠服)은 등차(等差)를 분명하게 하고 존비(尊卑)를 분별하는 것이니, 예문(禮文)의 대절(大節)입니다. 조복과 공복의 제도는 이미 이것이 행하여졌는데, 매월(每月)의 조회와 조계·사연(賜宴) 등의 때에, 복색(服色)이 혼동(混同)하면, 높고 낮은 사람의 구별이 없을 것이니 실로 옳지 못한 일입니다. 각품의 흉배도 또한 시왕(時王)의 제도에 의거하여 만들 것입니다."
하고, 영의정 황희는 의논하기를,
"검소를 숭상하고 사치를 억제하는 일은 정치하는 데 먼저 할 일입니다. 신이 항상 염려하기를, 국가에서 문(文)이 지나치는 폐단이 있는 듯한데, 단자와 사라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며, 흉배는 더욱 준비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또 존비의 등차는 이미 금대(金帶)·은대(銀帶)·각대(角帶)로써 제도가 정해졌는데 하필 흉배가 있어야 구별되겠습니까. 말하는 사람은, 야인들도 또한 흉배(胸背)를 착용하는데 우리 나라에서 도리어 따라가지 못한다고 핑계해 말하고 있지마는, 그러나 우리 나라는 본디부터 예의의 나라로 일컬어 왔으니, 어찌 야인(野人)들과 더불어 화려함을 다투고 부귀함을 자랑하겠습니까. 다만 조복만은 마땅히 정결해야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황희의 의논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111권 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52면
- 【분류】의생활-예복(禮服) / 왕실-의식(儀式) / 외교-야(野)
○禮曹啓: "古之士大夫朝君時, 必着朝衣。 本朝遵用此制, 大朝會着朝服, 朔日之朝着公服, 其餘會朝啓及東宮朝參日, 仍着常服, 非獨違於古制, 殊無敬謹之意。 自今堂上官以上, 許用段子紗羅, 依中朝之制, 製朝衣一件, 其或難備者, 將本國布物黑染, 務要藻潔。 三品以下, 皆用本國布物, 依上項製造, 常時襲藏, 待朝(竭)〔謁〕 乃許(窄)〔穿〕 着。 夏節衣服, 尊卑通用苧麻布, 冠帶亦毋用汙毁之物, 以尊朝儀。" 下政府議之。 右議政河演、右參贊鄭麟趾等議: "常時衣服, 不要華靡, 朝廷冠服, 所以明等威辨尊卑, 禮文之大節。 朝服公服之制, 旣已行之, 每月朝會及朝啓賜宴等時服色混同, 尊卑無別, 實爲未便。 各品胸背, 亦依時王之制爲之。" 領議政黃喜議: "崇儉朴抑奢靡, 爲治之先務, 臣常慮國家似有文勝之弊。 段子紗(罹)〔羅〕 , 非本土所産, 而胸背尤爲難備。 且尊卑等威, 旣以金銀角帶而定制矣, 何必胸背而後別也? 說者托以野人, 亦着胸背, 而本國反不及焉爲辭, 然本國素稱禮義之邦, 豈與野人爭華靡誇富貴哉? 但朝服, 只宜淨潔。" 上從喜議。
- 【태백산사고본】 35책 111권 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52면
- 【분류】의생활-예복(禮服) / 왕실-의식(儀式)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