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중한 일 외의 서무는 세자가 대신 다스리게 하다
영의정 황희·우의정 하연·예조 판서 김종서·좌참찬 이숙치(李叔畤)·우참찬 정인지 등을 부르고 수양 대군(首陽大君)073) 과 도승지 이승손(李承孫)에게 명하여 전지하기를,
"전자에 내가 세자에게 선위(禪位)하고 한가롭게 있으면서 병을 수양하고자 하였더니, 경들이 울면서 청하기를 마지 아니하기로 억지로 그대로 따랐으나, 되풀이해 생각하니, 번쇄(煩碎)한 여러 일을 일체 친히 처결하면 반드시 다른 병이 날 것이니, 내가 심히 염려한다. 이제 군국(軍國)의 중한 일 외의 일체 서무(庶務)를 세자로 대신 다스리게 하고자 한다."
하니, 황희 등이 아뢰기를,
"이는 비록 내선(內禪)에 비할 것은 아니오나, 정사가 두 곳에서 나오면 뒷날 세상에서 어떻게 여기오리까."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은 나의 병을 알지 못하고 이처럼 굳이 청하나, 근래에 눈이 어둡고 기운이 쇠하여, 만약 약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친히 서무를 재결하게 되면 반드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이러므로, 한가롭게 몸을 수양하면 만약에 한 두 해 동안이라도 목숨을 연장하여 세상에 살아 있는다면 어찌 다행하지 아니하겠느냐. 대체로 새로 세우는 조장(條章)074) 과 사람을 쓰고 군사를 조정하는 등의 큰 일은 내가 직접 다스리겠으나, 그 나머지의 서무(庶務)는 세자로 하여금 대신 다스리게 하고자 하니, 이것이 몸을 보호하기에 급급(汲汲)히 하는 뜻이다. 경 등은 어찌하여 내 병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억지로 말하는가."
하니, 황희 등이 마지못해 아뢰기를,
"우선 상지(上旨)에 의하여 시행하옵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10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1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召領議政黃喜、右議政河演、禮曹判書金宗瑞、左參贊李叔畤、右參贊鄭麟趾, 命首陽大君、 【世祖諱】 都承旨李承孫傳旨曰:
向者予欲禪位世子, 閑居養病, 卿等泣請不已, 勉從之。 然反覆思之, 煩碎庶務, 一皆親斷, 則必生他證, 予甚慮焉。 今欲軍國重事外, 一應庶務, 令世子代治。
喜等曰: "此雖非內禪之比, 然政出於二, 後世以爲何?" 上曰: "卿等不知予病, 如此固請。 比來眼暗氣耗, 若强作弱軀, 親決庶務, 則必不延生, 肆欲投閑養身, 儻延一二年, 得在人世, 豈不多幸? 凡新立條章及用人調兵等大事, 予乃治之, 其餘庶務, 令世子代治, 是予汲汲保身之意也。 卿等何不料予病而强說乎?" 喜等不得已啓曰: "姑依上旨施行。"
- 【태백산사고본】 35책 10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1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