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제·정인지·안지 등이 《용비어천가》 10권을 올리다
의정부 우찬성 권제(權踶)·우참찬 정인지(鄭麟趾)·공조 참판 안지(安止) 등이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0권을 올렸다. 전(箋)에 이르기를,
"어진 덕을 세상에 널리 베푸시고 큰 복조를 성하게 열으시매, 공(功)을 찬술(撰述)하고 사실을 기록하여 가장(歌章)에 폄이 마땅하오니 이에 거친 글을 편찬하와 예감(睿鑑)048) 에 상달하옵니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뿌리깊은 나무는 가지가 반드시 무성하고 근원이 멀면 흐름이 더욱 긴[長] 것이옵니다. 주(周)나라는 면과(緜瓜)049) 를 읊조려 그로부터 나온 근본을 미루어 밝혔고, 상(商)나라는 현조(玄鳥)050) 를 노래하여 그 난 바를 미루어 폈으니, 이는 왕자(王者)의 일어남이 반드시 선대(先代)의 공을 지음에 힘입었습니다. 오직 우리 본조(本朝)에서는 사공(司空)051) 께서 신라 시대에 비로소 나타나서 여러 대를 서로 이으셨고 목왕(穆王)052) 께서 처음 변방에 일어나사 큰 명(命)이 이미 조짐되었으며, 익조(翼祖)와 도조(度祖)가 연이어 경사(慶事)를 쌓으시고, 환조(桓祖)에 미쳐 상서가 발하였나이다. 은혜와 신의(信義)가 본래 진실하오매 사람들의 붙좇는 자가 한두 대(代)만이 아니오며, 상서로운 징조가 여러 번 나타났으매 하늘의 돌보심이 거의 몇 백년이옵니다. 태조 강헌 대왕께서는 상성(上聖)의 자질로써 천년의 운수(運數)에 응하사, 신성(神聖)한 창[戈]을 휘둘러서 무위(武威)를 떨쳐 오랑캐를 빠르게 소탕하시고, 보록(寶籙)053) 을 받아 너그럽고 어짐을 펴서 모든 백성을 화목하고 편하게 하셨으며, 태종 공정 대왕께서도 영명(英明)하심이 예[古]에 지나시고 용지(勇智)하심은 무리에 뛰어나사, 기미(幾微)를 밝게 보시고 나라를 세우시니, 공이 억만년에 높으시고 화란(禍亂)을 평정하고 사직(社稷)을 편히 하시니, 덕이 백왕(百王)의 으뜸이옵니다. 위대하신 여러 대(代)의 큰 공은 전성(前聖)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가지런히 하였으매, 이를 형용해 노래하여 내세(來世)와 지금에 밝게 보이옵니다. 공경하여 생각하옵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학문이 오직 한결 같으시고 정밀하시며, 선업(先業)을 잘 잇고 행하시어 도(道)가 흡족하고 정사가 다스려져서 패연(霈然)히 덕택이 널리 젖었고, 예(禮)가 갖추어지고 악(樂)이 화하여 밝게 문물(文物)이 극히 나타났사오니, 생각하옵건대, 시가(詩歌)를 지음은 이 성하고 태평한 시기에 속하옵니다. 신 등은 조전(雕篆)054) 의 재주로써 외람되게 문한(文翰)055) 의 임무를 더럽히와 삼가 민속(民俗)의 칭송하는 노래를 캐 모았사오니 어찌 조정과 종묘의 악가(樂歌)에 비기오리까. 이에 목조(穆祖)의 처음 터전을 마련하실 때로부터 태종의 잠저(潛邸) 시대에 이르기까지 무릇 모든 사적(事跡)의 기이하고 거룩함을 빠짐없이 찾아 모으고, 또 왕업(王業)의 어려움을 널리 베풀고 자세히 갖추었으며, 옛일을 증거로 하고 노래는 국어를 쓰며, 인해 시(詩)를 지어 그 말을 풀이하였습니다. 천지를 그림하고 일월을 본뜨오니 비록 그 형용을 다하지 못하였사오나, 금석(金石)에 새기고 관현(管絃)에 입히면 빛나는 공을 조금 드날림이 있을 것이옵니다. 만약 살피어 들이시고 드디어 펴 행하사, 아들에게 전하고 손자에게 전하여 큰 업(業)이 쉽지 아니함을 알게 하시고, 시골에서 쓰고 나라에서 써서 영세(永世)에 이르도록 잊기 어렵게 하소서. 편찬한 시가(詩歌)는 총 1백 25장(章)이온데, 삼가 쓰고 장황(裝潢)056) 하여 전(箋)을 아뢰옵니다."
하니, 판에 새겨 발행하기를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108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615면
- 【분류】어문학-문학(文學)
- [註 048]예감(睿鑑) : 임금의 밝게 봄.
- [註 049]
면과(緜瓜) : 《시경(詩經)》 편명(篇名).- [註 050]
현조(玄鳥) : 《시경》 편명.- [註 051]
사공(司空) : 이씨 왕실의 시조(始祖) 이한(李翰)의 벼슬 이름.- [註 052]
목왕(穆王) : 목조(穆祖).- [註 053]
보록(寶籙) : 임금의 자리.- [註 054]
○議政府右贊成權踶、右贊參〔右參贊〕 鄭麟趾、工曹參判安止等進《龍飛御天歌》十卷。 箋曰:
積德累仁, 蔚啓洪祚。 撰功記實, 宜播歌章。 肆纂蕪詞, 庸徹睿鑑。 竊惟根深者末必茂, 源遠則流益長。 周詠緜(爪)〔瓜〕 , 推本其所自出; 商歌玄(烏)〔鳥〕 , 追敍其所由生。 是知王者之作興, 必賴先世之締造。 惟我本朝, 司空始顯於羅代, 奕葉相承; 穆王初起於朔方, 景命已兆。 於聯翼、度而毓慶, 及聖桓而發祥。 恩信素孚, 人之歸附者非一二世; 禎符屢見, 天之眷顧者殆數百年。 太祖康獻大王, 挺上聖之資, 應千齡之運。 揮神戈而奮威武, 迅掃夷戎; 受寶籙而布寬仁, 輯綏黎庶。 太宗恭定大王, 英明邁古, 勇智絶倫。 炳幾先而建邦家, 功高億載; 戡禍亂而定社稷, 德冠百王。 偉累世之鴻休, 與前聖而騈美。 盍形歌詠, 昭示來今? 恭惟主上殿下, 惟一惟精, 善繼善述。 道洽政治, 霈然德澤之旁霑; 禮備樂和, 煥乎文物之極著。 念惟歌詩之作, 屬玆隆泰之期。 臣等俱以雕篆之才, 濫叨文翰之任。 謹採民俗之稱頌, 敢擬朝廟之樂歌。 爰自穆祖肇基之時, 逮至太宗潛邸之日。 凡諸事蹟之奇偉, 搜摭無遺; 與夫王業之艱難, 敷陳悉備。 證諸古事, 歌用國言。 仍繫之詩, 以解其語。 畫天地摹日月, 雖未極其於(客)〔容〕 ; 勒金石被管絃, 小有揚於光烈。 倘加省納, 遂許頒行。 傳諸子傳諸孫, 知大業之不易; 用之(卿)〔鄕〕 用之國, 至永世而難忘。 所撰歌詩摠一百二十五章, 謹繕寫裝潢, 隨箋以聞。
命刊板以行。
- 【태백산사고본】 35책 108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615면
- 【분류】어문학-문학(文學)
- [註 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