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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107권, 세종 27년 3월 30일 계묘 3번째기사 1445년 명 정통(正統) 10년

《치평요람》에 대한 우참찬 정인지 등의 전문

이달에 《치평요람(治平要覽)》이 이루어졌다. 우참찬 정인지(鄭麟趾) 등이 전문(箋文)을 올리기를,

"다스린 자는 일어나고 어지러운 자는 망하나니, 얻고 잃음이 함께 지나간 역사에 실려 있고, 착한 것을 본받고 악한 것을 경계함은 권장하고 징계함이 마땅히 후인에게 보여 줍니다. 여러 책에서 골라 모아서, 만고 역대를 밝게 실었나이다. 그윽이 생각하오매, 결승지정(結繩之政)을 파(罷)한 뒤에 서계(書契)가 만들어졌고, 붓대 잡는 관원을 둠에 따라 사적(史籍)이 이루어졌나이다. 요(堯)·순(舜)·우(禹)전모(典謨)027) 는 가히 태평의 성대를 상고할 수 있사옵고, 문왕(文王)·무왕(武王)의 정치는 또한 평화의 융성함을 볼 수가 있나이다. 동주(東周)가 쇠하여 무력해지매 칠국(七國)이 서로들 싸웠나이다. 진(秦)나라는 간사한 힘을 사용하니, 겨우 이세(二世)의 전해줌에 그치었고, 한(漢)나라는 인자한 덕을 숭상하니, 능히 역대의 장구함을 이뤘나이다. 남송(南宋)의 운수[炎祚]가 약하여지매, 삼국(三國)028) 이 황제라 일컬었고, 진(晉)나라 역사가 궁하여지매 오호(五胡)029)중국을 어지럽혔나이다. 육조(六朝)030) 가 각자 점령하여서 우주 안이 나누어졌고, 수(隋)나라 하나가 모두 삼켜버리니 천하 안이 들끓었나이다. 당나라가 20대를 흥왕하다가 오계(五季)031) 가 서로 이어 일어났고, 송나라가 3백 년을 전하였으매 북쪽 오랑캐가 번갈아서 일어났습니다. 생각건대, 원(元)나라가 나라를 잃었으매, 거룩할사, 명(明)나라가 탄생을 보았나이다. 혹은 합하고 혹은 나뉘어서 국세(國勢)의 강하고 약함의 다름이 있고, 한번 편하고 한번 어지러워 운수의 길고 짧음이 같지 않습니다. 이미 착하고 악한 것이 함께 있으매, 이에 본받고 경계함도 갖추 있나이다. 다만 서적의 기록이 너무 많아서, 골고루 보기가 어려웠나이다. 신(臣) 인지(麟趾)는 실로 황송하고 실로 저허하와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리나이다. 삼가 아뢰옵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나날이 진취하는 넓으신 학식과 하늘이 내어주신 거룩한 슬기로 경서를 연구하사 제왕(帝王)의 정치하는 근원을 밝히시며, 역사를 토론하사 고금에 행한 일의 자취를 살피실 새, 여러 사책을 두루 보기가 어려우니 한 책으로 뽑아 모으라 분부하셔서, 어리석고 용렬함을 더러이 여기지 않으시고, 편찬하고 저술함을 맡아서 보도록 시키시며, 종실의 영재(英才)들을 명하여 사무의 관장(管掌)을 시키시고, 글하는 선비들을 모아서 완성의 책임을 지우시니, 내용의 사례(事例)는 모두 높으신 재량에 여쭈어서 다루옵고, 기록의 차례는 굳이 역사의 체제에 구애하지 않았나이다. 옛날을 상고하매 주(周)나라로 시작하여 명나라에 이르렀고, 본국에 있어서는 기자(箕子) 때로 비롯하여 고려대에 마쳤나이다. 옛 역사의 기록들을 골고루 모으고 소설책의 글들까지 곁들여 뽑아서, 국가의 흥망들과 임금 신하의 옳고 그름이며, 정치의 잘잘못과 풍속 습관의 좋고 궂음이며, 아래로는 하찮은 필부(匹夫)들로부터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에까지, 인륜(人倫)에 관계되는 것이면 아무리 작더라도 모두 다 기록하고, 정치에 도움되는 것이면 반드시 수록하여 빼놓지 않삽고, 여러 대가들의 해석을 끼우기도 하고 옛날 선비들의 논설을 붙이기도 하여서, 광범하고 구비함은 실로 임금으로서 나라 다스리는 큰 근본이 되며, 명백하고 근엄함은 참으로 기록 이외의 마음 전하는 요긴한 법전입니다. 신 인지는 높으신 위촉을 받잡고 하찮은 노력을 다하와, 일월같이 빛남을 선양하고 티끌만한 도움이나 될까 하여, 강령(綱領)을 잡고 항목(項目)을 벌임에 비록 갖추어 펴기를 다하지 못하였사오나, 눈으로 보고 마음에 깨치면 혹시 정치의 실행에 도움이 될까 하나이다. 편찬한 《치평요람》 1백 50권을 삼가 다듬어 쓰고 제본하여 완질로 만들어 전문(箋文)과 함께 올리나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107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12면
  • 【분류】
    출판-서책(書冊)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註 027]
    전모(典謨) : 서전의 요전·순전·우모.
  • [註 028]
    삼국(三國) : 남송(南宋)·금(金)·몽고(蒙古).
  • [註 029]
    오호(五胡) : 흉노(匈奴)·선비(鮮卑)·갈(羯)·저(氐)·융(羌).
  • [註 030]
    육조(六朝) : 오(吳)·동진(東晉)·송(宋)·제(齊)·양(梁)·진(陳).
  • [註 031]
    오계(五季) : 송(宋)·제(齊)·양(梁)·진(陳)·수(隋).

○是月, 《治平要覽》成。 右參贊鄭麟趾等上箋曰:

治者興, 亂者亡, 得失俱載於往牒; 善可法, 惡可戒, 勸懲宜示於後人。 肆輯群書, 昭揭萬世。 竊惟罷結繩之政而書契作, 置載筆之官而史籍興。 典謨, 可稽時雍之盛; 方策, 亦觀泰和之隆。 東衰遲, 七國爭戰。 用詐力, 纔及二世之傳; 尙寬仁, 以致歷年之永。 炎祚微而三國稱帝, 籙窮而五。 六朝割據而宇內分; 孤幷呑而天下沸。 興二十代, 五季相承; 傳三百年, 北虜迭起。 惟元氏之失馭, 偉大明之誕興。 或合或離, 國勢强弱之有異; 一治一亂, 運祚長短之不同。 旣善惡之俱存, 斯法戒之悉備。 第簡帙之甚夥, 而繙閱之未周。 臣麟趾誠惶誠恐, 頓首頓首。 恭惟主上殿下日就緝熙, 天縱聖智, 硏窮經籍, 澄帝王出治之源; 討論史編, 鑑古今行事之跡。 謂難徧於諸史, 當會稡於一書。 不鄙愚庸, 俾任纂述。 命宗英而掌其事, 聚文士而責其成。 義例悉稟於睿裁, 紀次不拘於史體。 稽諸往古, 起家而迄國朝; 至于東方, 始箕子而終代。 徧掇舊史之錄, 旁採小說之文。 國家興衰與君臣之邪正、政敎臧否及風俗之汚隆, 下而匹夫之微, 外而四夷之遠, 若關彝倫, 則雖小而悉記; 有補治體者, 必錄而不遺。 間以諸家之釋音, 附以先儒之論議。 廣博該備, 誠君上爲治之大經; 明白謹嚴, 寔史外傳心之要典。 臣麟趾叨承隆委, 俯竭微勞, 載宣日月之華, 願效涓埃之補。 提其綱挈其領, 雖未盡於鋪張; 接乎目警乎心, 庶有資於治化。 所撰《治平要覽》一百五十卷, 謹繕寫裝潢, 成帙隨箋以聞。


  • 【태백산사고본】 34책 107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12면
  • 【분류】
    출판-서책(書冊)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