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순찰사 정인지에게 유서(諭書)를 내리기를,

"지금 청안(淸安)의 전품(田品)을 정하였는데, 이것은 여러 고을의 준칙(準則)이 되는 것이다. 행재소(行在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삼대신(三大臣)이 친히 살펴 정한 것이매 반드시 지나치거나 부족하다는 비난(非難)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섯 고을[六州]의 전품은 다 결정된 뒤에 지금 정한 조세(租稅)로 계산하여 보아 너무 무겁다고 의심되면 감하고, 너무 가볍다고 의심되면 보태는 것은 다 나의 심중(心中)에 있는 것이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경이 심시(審視)할 때에는 조세(租稅) 총액의 많고 적음을 마음에 두지 말고, 일체 경(卿)이 배사(拜辭)할 때에 말한 바에 의거하여 청안(淸安)의 정품(定品)을 본받도록 하라. 지금 정부에서 조세(租稅)의 법을 의정(議定)하였는데, 상상년(上上年)에는 57무(畝)의 토지에 대하여 1등전의 생산량은 40석, 6등전의 생산량은 10석이니, 청안의 새로 정한 전품으로 계산한다면 상상년에는 3천 8백 41석, 상중년에는 3천 4백 57석, 상하년에는 3천 73석이 되고, 중상년에는 2천6백 89석, 중중년에는 2천 3백 4석, 중하년에는 1천 9백 20석이 되며, 하상년에는 1천 5백 36석, 하중년에는 1천 1백 52석, 하하년에는 7백 68석이 된다. 공법(貢法)을 적용할 때에는 신유년은 미두(米豆) 합계하여 2천 5백 80석, 임술년에는 2천 3백 58석, 계해년에는 특히 감면하여 1천 1백 94석이 되고, 손실(損實)을 따를 때에는, 기미년은 1천 3석, 경신년은 1천 5백 15석이 된다. 비인(庇仁)의 새로 정한 전품(田品)으로 계산한다면 상상년에는 2천 2백 25석, 상중년에는 2천 2석, 상하년에는 1천 7백 80석이고, 중상년에는 1천 5백 57석, 중중년에는 1천 3백 35석, 중하년에는 1천1백 12석이 되며, 하상년에는 8백 90석, 하중년에는 6백 67석, 하하년에는 4백 45석이 된다. 공법을 적용한 때에는 신유년에는 1천 3백 36석, 임술년에는 1천 3백 59석이 된다. 손실(損實)을 따를 때에는 무오년은 7백 90석, 기미년은 1천 2백석, 경신년은 2백 92석이 된다. 내 생각으로는 고려의 세법이 어떤 것은 3, 4분의 1을 취하고, 어떤 것은 5, 6분의 1을 취하여 그 박민(剝民)¹³³⁾ 함이 심하였으나, 근년의 관리들이 손실(損實)을 다룰 때에는 너무 소홀히 하여 수십분의 1을 수세(收稅)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습관이 되어 지금의 이 새 법을 비록 선왕(先王)의 십일지법(什一之法)으로 정한다 하더라도 어리석은 백성들이 어찌 다 알겠는가. 이제 두 고을에서 산출(算出)한 수량을 보니 너무 과중한 듯한 의심이 난다. 장차 대신들과 함께 다시 의논할 것이니, 경은 그런 줄 알고 비밀에 붙여 누설하지 말라."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82면
• 【분류】
  농업-양전(量田) / 재정-전세(田稅) / 역사-고사(故事) / 사법-법제(法制)

• [註 133]
  박민(剝民) : 조세를 많이 거두어 백성을 괴롭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