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이숙치·정인지 등과 제언을 축조하는 일을 의논하다
동궁이 의사청(議事廳)에 나와서 김종서·이숙치·정인지 등을 인견(引見)하고 공법(貢法)과 수세(收稅)의 많고 적음을 의논하니, 종서가 인하여 아뢰기를,
"제언(堤堰)130) 은 농사에 매우 유리(有利)합니다. 예전에 우희열(禹希烈)이 그 일을 전담(專擔)하였사온데, 그 중에 적당하지 못한 곳도 비록 있었으나, 농민이 제언으로 이(利)를 얻는 것이 매우 많았습니다. 지금 만일에 제언의 설치를 다시 일으킨다면 한재(旱災)를 어찌 두려하워겠습니까."
하고, 인지 등은 아뢰기를,
"경상도에는 제언이 있는 곳이 많으므로, 토지의 비옥함이 다른 도보다 배나 더 하옵는데, 이는 그 명백한 효과이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이 말하는 저수지의 일은 매우 나의 마음에 맞는다. 희열(希烈)은 비록 특이한 재능이 없었으나 그의 성질이 순직(純直)하므로 태종(太宗)께서 믿고 맡겼던 것이었다. 희열이 경기 감사가 되어 제언(堤堰)을 많이 쌓으니, 사람들이 그를 헐뜯어 말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태종께서 말씀하기를, ‘제언을 설치함은 농민에게 매우 이로운 것인데, 그것을 헐뜯어 말함은 잘못이다. ’고 하셨으니, 그 중에 적당하지 못한 곳도 있겠으나, 그 유리한 것도 많은 것이다. 지금 내가 다시 축조하고자 하면 대간(臺諫)이 반드시 불가(不可)하다고 말할 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이를 시험해 보겠으니, 누가 이 일을 맡아서 할 만한 자이겠는가. 만약 정통하고 밝은 사람이 아니면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곽수경(郭守敬)은 산술(算術)에 매우 정통하여 산천(山川)의 고저(高低)를 다 알았다고 한다. 지금 이순지(李純之)·김담(金淡)이 다 산술(算術)을 정통하게 연구하였으니, 이들에게 이를 맡기고자 하는데, 그들이 마침내 이 일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하니, 종서가 아뢰기를,
"제언을 축조하는 것은 큰 일이오나, 만약에 지위가 낮으면 사람들이 청종(聽從)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지(純之)는 좋겠습니다마는 김담은 지위가 낮기 때문에 단독으로 맡기기는 어렵겠사오니, 청하건대, 인지(麟趾)로써 그 일을 맡게 하고, 순지와 김담으로 종사관(從事官)을 삼으면 좋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의 말이 옳을 것 같다."
하고, 즉시 순지를 서울로 불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581면
- 【분류】농업-수리(水利) / 인물(人物) / 재정-전세(田稅)
- [註 130]제언(堤堰) : 저수지(貯水池).
○戊午/東宮出議事廳, 引見金宗瑞、李叔畤、鄭麟趾, 議貢法收稅多寡。 宗瑞因啓: "堤堰甚有利於農。 昔禹希烈專掌其事, 其間雖有不宜處, 然農民得利者頗多。 今若復興, 則何畏旱災?" 麟趾等啓: "慶尙道堤堰處居多, 故土地沃饒, 倍於他道, 此其明効, 不可不爲也。" 上曰: "卿等所言堤堰之事, 甚合予意。 希烈雖無特異之才, 然其性純直, 故太宗信任之。 希烈爲京畿監司, 多築堤堰, 人多毁之, 太宗曰: ‘堤堰之設, 甚有利於農民, 毁之者, 非也。 其中或有不宜之地, 然其有利者多焉。’ 今予欲復築, 則臺諫必有不可者矣, 然姑試之, 誰可任爲此事者? 若非精明之人, 未易爲也。 昔郭守敬算術甚精, 故盡知山川高低, 今李純之、金淡, 皆算術硏精, 欲使掌之, 此人等, 其能終成此事乎?" 宗瑞啓曰: "堤堰, 大事也, 若位卑, 則人不聽從。 純之則然矣, 金淡則位卑, 難獨任。 請以麟趾掌其事, 以純之、金淡爲從事官可矣。" 上曰: "卿等之言然矣。" 卽召純之于京都。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581면
- 【분류】농업-수리(水利) / 인물(人物) / 재정-전세(田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