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에 함길도의 축성 역사를 정지하기를 좌정언 윤면이 청하다
좌정언(左正言) 윤면(尹沔)이 아뢰기를,
"함길도는 연년(連年)이 흉년이어서 백성이 아직도 먹기에 어렵사옴으로, 신 등이 전일에 축성(築城)하는 역사를 정지하기를 청하였사온데, 이제 들으니 군사를 조발하여 쌓기를 시작하였다 하옵니다. 이제 본도(本道)가 흉년을 당하여 비록 오로지 구황(救荒)에만 힘써도 백성이 살아가지 못할까 두렵사오니, 청하옵건대, 이 역사를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전해 듣는 말이 친히 본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다. 내가 어찌 대신(大臣)의 친히 보고하는 말을 믿지 아니하겠는가."
하였다. 면(沔)이 다시 아뢰기를,
"대신이 어찌 큰 계획을 생각하지 아니하겠습니까. 그러하오나 본도(本道)의 감사(監司)나 절제사(節制使)가 반드시 그 폐해를 알았으므로 모두 정지[停罷]하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이제 그 성 쌓는 것은 실로 만세의 대계이오니 진실로 아니 쌓을 수 없는 것이오나, 금년에는 이미 다 쌓지 못할 것이오니 아직은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대신(大臣)에게 위임하고서 도리어 그 말을 믿지 아니하겠느냐. 너희들의 말이 어찌 그렇게 번거로우냐."
하매, 면(沔)이 다시 아뢰기를,
"본도가 해마다 흉년이 들었사오니 마땅히 백성의 힘은 은혜를 베풀어 길러야 할 것이오니, 흉년을 구제하는 대책을 다하여야 할 뿐이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본도 민생의 폐해가 이같이 극도에 이르렀는데, 도체찰사(都體察使) 황보인(皇甫仁)이 말하지 아니하였은즉, 이는 매우 소인(小人)이다. 너희들이 마땅히 소인(小人)을 끊어버리라고 청하는 것이 가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1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511면
- 【분류】농업-농작(農作) / 군사-관방(關防) / 구휼(救恤)
○己丑/左正言尹沔啓: "咸吉道連年凶歉, 民尙艱食, 臣等前日請停築城之役, 今聞發軍始築。 今當本道歲歉, 雖全務救荒, 猶恐民不聊生, 請停是役。" 上曰: "傳聞之事, 不若親見, 予何不信大臣親見之言乎?" 沔更啓曰: "大臣豈不念大計哉? 然本道監司、節制使, 必深燭其弊, 皆欲停罷。 今此築城, 實爲萬世之計, 固不可不築, 然今年旣不能畢築, 姑當停之。" 上曰: "旣委大臣而反不信其言乎? 爾等之言, 何若是其煩乎?" 沔更啓曰: "本道歲比凶歉, 當惠養民力, 以盡救荒之策耳。" 上曰: "本道民生之弊, 至於此極, 而都體察使皇甫仁不言, 則是甚爲小人也。 爾等當請以絶去小人可也。"
- 【태백산사고본】 32책 101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511면
- 【분류】농업-농작(農作) / 군사-관방(關防)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