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조자가 흉년이 든 평안·함길·황해도에 경차관을 파견하지 말 것 등을 아뢰다
장령(掌令) 조자(趙孜)가 아뢰기를,
"이제 공법(貢法)을 실행하지 아니한 각도에 손실 경차관(損實敬差官)을 파견하옵는데, 금년에는 갈고 심[耕種]을 때에 가물었고, 곡식이 자랄 때에 또 가물다가, 이달에 이르러서 비록 비가 왔사오나, 바람과 기후가 고르지 못하여, 화곡(禾穀)이 잘 성숙될는지 역시 알 수 없사온데, 하물며, 평안·함길·황해도 등은 농사의 실패가 더욱 심한데 만약 경차관을 보내면 혹시 소요(騷擾)할 폐해가 있을까 하오니, 청하옵건대, 수령관(首領官)에게 손실(損實)을 조사하는 책임을 겸해 맡게 하고, 경차관은 보내지 마소서.
또 전일(前日)에 아뢴 바, 면천 군사(沔川郡事) 김숙지(金叔篪)와 회덕 현감(懷德縣監) 황의헌(黃義軒)이 몰래 서울 기생을 불러 아문(衙門) 안에 머물러 두었으므로 파면하기를 청하였사오나, 성상께서 대사(大赦) 이전의 범행이라고 탄핵하지 말게 하셨사온데, 이제 봉상 직장(奉常直長) 하기지(河紀地)와 녹사(錄事) 강의산(康義山)이 맑고 깨끗해야 할 아문(衙門)에서 방자하게 창기(娼妓)를 간통하였으므로, 이조에서 모두 그 관직을 파면하였사온 바, 이것도 역시 대사(大赦) 이전에 범행한 것인데도 파면하였거든, 하물며, 숙지와 의헌은 지금 한 고을의 표준이 되어 관계되는 바가 매우 중합니다. 비록 이웃 고을의 기생을 간통하는 것도 불가하다 하옵거든, 하물며, 서울 기생을 불러다가 오래도록 아문 안에 두고 방자하게 간통하면서 꺼리는 것이 없었으니, 이보다 더 심할 수 없사옵니다. 이들 네 사람의 범행한 죄는 한가지이면서 은사(恩赦)를 입는 것은 다름이 있사오니, 신 등은 옳지 않다고 여기옵니다. 청하옵건대, 숙지와 의헌의 관직을 파면하게 하소서.
또 금년 흉년에 식례 상정소(式例詳定所)의 각사(各司) 관리 및 모든 공장(工匠)을 먹이는 비용도 역시 적지 아니하옵니다. 전(前)에 상정(詳定)한 것도 역시 자세하게 갖추어져 있으므로, 이제 비록 개정한다 하여도 역시 감(減)하고 가(可)할 것이 없을 것이오니, 우선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혹은 경차관을 보내자 하고, 혹은 정지하자고 하여 의논이 분분(紛紛)해서, 내가 누가 옳고 누가 그른 줄 알지 못하겠으니, 우선 중의(衆義)를 좇을 것이다. 또 숙지와 의헌의 범행은 그것이 외방(外方)의 일이니 경중(京中)의 예(例)로 논할 것이 아니다. 식례 상정소는 내가 마땅히 정지하겠다."
하니, 자(孜)가 다시 아뢰기를,
"평안도와 함길도가 전체로 농사에 실패하였는데 이미 봉안사(奉安使)를 보내었고, 또 경차관을 보내면 비록 ‘패해가 없다. ’고는 하지만, 어찌 폐해가 없겠습니까. 손실(損實)의 일은 신이 이미 목격하였습니다. 비록 경차관을 보내지 아니하여도 그 도(道)의 수령관(首領官)이 역시 겸임하기에 넉넉합니다. 또 예로부터 손(損)이 많아서 책망을 들은 자는 있었사오나, 실(實)이 많아서 책망을 들은 자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경차의 임무를 맡은 자가 먼저 책임을 면할 생각을 품고서 대개가 공사(公私)에 양편(兩便)하게 하지 못하오니, 정지하는 것만 같지 못하옵니다. 또 수령은 한 고을의 표준이므로 백성의 보고 듣는 것이 매여 있사온데, 이제 숙지와 의헌은 서울 기생을 불러 내렸사오니 방자함이 이미 심하였습니다. 비록 외방(外方)의 일이라 하지만, 의헌과 숙지는 서울에 있을 때에도 본래 다 방자하게 기생을 간통하던 무리이옵고, 특별히 밖에 있을 때 뿐만 아니오니, 하기지(河紀地) 등과 다름이 없습니다. 청하옵건대, 그 관직을 파면하여 뒷사람을 징계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차관은 의논이 분분하니 내가 마땅히 중의(衆議)에 따를 것이다. 의헌과 숙지의 범행은 그것이 사전(赦前)의 일이니 너희들은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99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신분(身分)
○掌令趙孜啓: "今於未行貢法各道, 發遣損實敬差官。 今年當耕種時旱乾及長盛時又旱, 至於今月雖雨, 然風氣不調, 禾穀之實, 亦未可知。 況平安、咸吉、黃海等道, 失農尤甚, 若遣敬差官, 則或有騷擾之弊, 請以首領官兼掌損實之任, 勿遣敬差官。 且前日啓沔川郡事金叔篪、懷德縣監黃義軒潛招京妓, 留置衙內, 請罷職事, 上以赦前所犯, 俾勿推劾。 今者奉常直長河紀地、錄事康義山, 俱以淸齋衙門, 恣奸娼妓, 吏曹皆罷其職。 此亦赦前所犯, 而亦且罷之, 況叔篪、義軒, 今爲一邑之標準, 所係甚重, 雖奸隣官之妓, 尙且不可, 而況招致京妓, 久留衙內, 恣情無忌, 莫此爲甚。 此四人所犯之罪一, 而蒙赦有異, 臣等以爲未便。 請罷叔篪、義軒之職。 且今年凶歉, 式例詳定所各司官吏及諸百工供億之費, 亦不小矣。 前所詳定者, 亦纖悉備具, 今雖改定, 亦無可減可加之事, 請姑停之。" 上曰: "或請遣敬差官, 或請停之, 議論紛紜, 予不知孰是孰非, 姑從衆議。 且叔篪、義軒所犯, 此乃外方之事, 不可以京中例論也。 若式例詳定則予當停之。" 孜更啓曰: "平安、咸吉道全失農, 而旣遣奉安使, 又遣敬差官, 雖云無弊, 豈實無弊? 若此損實之事, 臣旣目擊, 雖不遣敬差官, 當道首領官, 亦足兼任。 且自古損多而受責者有之矣, 未聞實多而受責者。 今之受敬差之任者, 先懷免責之計而率不能兩便於公私, 莫若停之爲便。 且守令, 一邑之標準, 民之視聽係焉。 今叔篪、義軒招引京妓, 放恣已極, 此雖爲外方之事, 義軒、叔篪在京之時, 固皆恣行奸妓之徒, 非特在外之時耳, 與河紀地等無異, 請罷職以懲其後。" 上曰: "敬差官則議論紛紜, 予當從衆議。 叔篪、義軒所犯則是赦前事, 爾等, 其勿更言。"
- 【태백산사고본】 32책 10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99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