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말을 구하는 교지에서 밀봉하여 아뢰라고 한 것을 승정원에서 자세히 살피지 못하다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한(漢)나라 광무(光武) 때에 여러 신하가 상소한 것을 〈신하들에게 내리지 말고〉 안에 머물러 두기를 청하니, 광무(光武)가 말하기를, ‘무릇 나라의 일은 마땅히 여러 신하와 같이 의논하여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안에 머물러 두라고 하는가.’ 하였으므로, 뒷 사람이 칭찬하였다. 이번에 말을 구[求言]하는 교지(敎旨)에 이르기를, ‘밀봉(密封)하여 아뢰게 하라.’ 한 것은, 유사(有司)에게 맡기지 아니하고 친히 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승지(承旨)들을 시켜서 그 실행할 수 있는 조건(條件)을 의논하게 하면, 이는 실신(失信)이어서 나의 본심(本心)이 아니다. 전날에 김충(金忠)에게 명하여 본원(本院)으로 하여금 말을 구[求言]하는 교지(敎旨)의 구례(舊例)를 상고하여 보고하게 하니, 본원(本院)에서 아뢰기를, ‘지난 병오년에 말을 구하신 교지 외에는 다른 때에 말을 구하신 교지에 밀봉하라는 말씀이 없었사온데, 지금 교서(敎書)에는 밀봉하라는 교지가 있사옵니다.’ 하였으니, 알지 못하겠다. 김충의 오전(誤傳)이냐, 아니면 승지가 잘못 들은 것이냐."
하니, 조서강(趙瑞康)이 아뢰기를,
"충(忠)의 오전이 아니옵고 신 등이 교지를 초(草)할 때에 자세히 살피지 못한 실수이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1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96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정론(政論)
○乙亥/上謂承政院曰: "漢 光武之時, 諸臣上疏, 乞留中, 光武曰: ‘凡國家之事, 當與諸臣共議, 何以云留中?’ 後人稱美之。 今者求言敎旨云: "密封以聞。" 是不付有司親覽之辭也, 而使承旨等議其可行條件, 是失信也, 此非予之本心也。 前日命金忠, 使本院考求言敎旨舊例以聞, 本院啓: ‘去丙午年求言敎旨外, 各年求言敎旨, 無密封之語, 今敎書有密封之旨。’ 未知金忠之誤傳歟? 抑承旨之誤聞歟?" 趙瑞康啓曰: "非忠之誤傳也。 臣等草敎旨時, 失於詳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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