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 지평 장아(張莪)가 아뢰기를,

"백성을 다스리는 관직은 관계가 가볍지 않습니다. 안자현은 본래 토관(土官)으로서 선비의 절조(節操)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또 토관(土官)은 아전입니다. 자현이 토관으로 있을 그때의 수령이 아직도 체대(遞代)되지 않고 있는데, 이제 자현이 또 수령으로 되어서 이와 더불어 한자리에 함께 앉는 것도 또한 타당하지 못합니다. 고득종의 사건은 제 한 몸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니 가볍게 용서할 수 없는데, 특히 외방 종편하도록 명하신 것은 정지하시기를 원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그렇게 하도록 하였으니 고칠 수 없다."

하였다. 장아가 다시 아뢰기를,

"옛날에는 사람을 쓰는 데에는 좌우 사람이 다 ‘그 사람은 어진 사람이다.’ 하여도 허가하지 않았고, 여러 대부(大夫)가 다 ‘어질다’ 하여도 허가하지 않았으며, 온 나라 사람이 모두 ‘어질다.’ 한 다음이라야 썼습니다. 이제 자현은 다만 그 도의 감사만이 영오(穎悟)하다고 하였을 뿐입니다. 진실로 문무과(文武科)에 출신한 것도 아니고 또 삼과(三科)에 천거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령으로 제수하시니, 후일에 이것을 빙자하여 다만 한두 대신의 소견만으로써 외람하게 제수하는 경우가 혹 있을 것이며, 혹은 경중 각사(各司)에서도 또한 그 아전을 추천하여 등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니, 모름지기 고쳐서 임명하시기를 원합니다. 득종의 죄는 죽여도 허물이 남을 것인데, 특명으로 관전(寬典)에 따라서 그 삶을 온전하게 한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득종이 이보다 앞서 일본에 사신으로 갔을 때에도 죄가 중했으나 또한 가벼운 법에 따랐습니다. 만약 그때에 징계하였더라면 후일에 반드시 그런 죄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신으로 가는 자의 밝은 귀감(龜鑑)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전대로 안치시켜서 그 죄를 징계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옛사람이 ‘온 나라 사람이 「모두 어질다.」고 한 다음에 쓴다. ’고 한 말은, 대신(大臣)을 가리는 것을 말한 것이고 일반 관원을 임용하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제 자현은 대신이 익히 알고 쓸 만한 사람이라 하는 까닭에 쓴 것인데, 무슨 불가함이 있다는 것인가. 또 전일 아전으로서 그때 수령과 함께 앉는 것이 비록 타당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옛사람으로서 남을 천거하여서 그 작위(爵位)가 도리어 자신보다 높게 된 자도 또한 많았으니, 진실로 의리에 해로울 것이 없다. 더군다나, 토관으로서 수령으로 영전(榮轉)하면 감격하게 여기는 아전도 또한 많을 것이다. 득종은 바다 너머 사람인 까닭에 대우하기를 너그럽게 한 것인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이와 같이 고집하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0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82면
• 【분류】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