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인한 폐단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사간원의 상소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감동하게 하면 천변(天變)이 위에서 응하게 되는데, 이제 농사철을 당해서 오랫동안 가물고 비 오지 않으니, 성상께서 밤낮으로 진념(軫念)하시어 감선(減膳)하면서 가뭄을 민망하게 여기시고, 죄수를 석방하고 도형(徒刑)·장형(杖刑)의 죄수를 사유(赦宥)하시고, 기우(祈雨)하는 데 있어서 어느 귀신에게도 제사지내지 않는 바가 없었으니, 마땅히 아름다운 징조가 나날이 이르러서 성상의 밤낮으로 하는 걱정이 풀리게 될 것인데, 이제 한발(旱魃)이 나날이 심해져 조금도 비 올 징조가 없으니, 신 등은 반복해서 생각하여 재얼(災孼)을 그치게 할 도리를 아뢰고자 하여도 진실로 말할 만한 폐단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 등은 언로(言路)의 직책을 승핍(承乏)하였으므로, 삼가 한두 가지의 좁은 소견으로써 우러러 천총(天聰)을 더럽히오니, 성감(聖鑑)께서 재택(裁擇)하시기를 엎드려서 바랍니다.
1. 공법(貢法) 가운데 한 구역 밭 안에 조금이라도 묵은 곳이 있으면 부세(賦稅)를 면세하도록 허가하니, 그 법이 정밀하나, 손재(損災)를 만난 전지는 반드시 호(戶)에서 경작(耕作)한 것이 전부 손재를 당해야 바야흐로 면세(免稅)하도록 허가하는바, 가령 1결(結)을 경작하는 자가 혹 1복(卜)은 실(實)하여도 90복은 손(損)을 당하고, 10결을 경작하는 자가 혹 1결은 실해도 9결은 손을 당하면 충실한 것은 겨우 10분 1인데, 여기에다 10분의 조세(租稅)을 받으니, 이것은 소위 손(損)을 실(實)로 하여서 반드시 심한 정도로 취하는 것이니, 전리(田里)에 어찌 시름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없겠습니까. 육전(六典)의 1결 되는 전지에, 손(損)이 80복이 되면 조세를 면제하는 예에 의해서 1호에서 경작한 것이 손이 8분이 되면 또한 진고(陳告)하도록 하고, 수령(守令)과 수령관(首領官)이 친심(親審)하여서 신고한 바와 같으면 조세를 면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조심하고 조심하여 오직 형벌을 불쌍하게 여겨라.’ 하였습니다. 지금 장죄(杖罪) 이하는 모두 용서하여 죄를 면제하시니, 그 흠휼(欽恤)하는 뜻이 지극하나, 서울과 외방에 사죄(死罪)로 여러 해를 옥에 갇혀 있는 자가 한둘이 아닌데, 그 범죄한 것이 진실로 사형(死刑)에 합당한다면 비록 옥에 오래 갇혀 있더라도 원통하거나 억울할 것이 없지마는, 만약 무고(誣告)를 당했으나 스스로 변명하지 못하고 옥에 갇혔거나, 또는 옥 안에서 허물도 없이 죽는 자가 있다면 어찌 원통하고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옛사람이 말하기를, ‘영어(囹圄)의 괴로움은 하루를 지내기가 한 해와 같다.’ 하였습니다. 특별히 위관(委官)을 가려 보내서 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명백하게 결단하여 원통하고 억울한 사정을 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각 고을 임내(任內)를 혁파한다는 법이 《육전(六典)》에도 기재되어 있는데, 가끔 주군(州郡)에서 그냥두고 혁파하지 않은 고을이 있어서 모든 부세(賦稅)의 염출(斂出)과 요역(徭役)을 일체 임내의 이속(吏屬)에게 맡기므로, 이속이 권리를 잡게 되어 자기 사정(私情)을 부려 〈백성들을〉 침노하기에만 힘써서 온갖 폐단을 만들어 백성이 원망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임내를 일체 혁파하고 직촌(直村)020) 으로 만들어서 간사한 아전이 위세를 함부로 부리지 못하도록 하여 백성들을 편케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성을 쌓는 것은 국가에 중대한 일이니 진실로 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충청·전라·경상도 각 고을의 성은 우선 연변(沿邊)에서부터 해마다 쌓고 있으나, 한 도안에 혹 두 곳, 혹 세 곳을 동시에 쌓게 되어서 백성들이 휴식할 수 없습니다. 또 감독하는 관리는 속히 완성(完成)시키기에만 힘써서 날마다 심하게 독촉하는 것만을 능사(能事)로 알아서, 감고(監考)와 두목(頭目)을 밤낮으로 회초리질 하여 아픔이 골수에 사무치니, 감고·두목이 된 자들은 군인을 부리면서 또 이와 같이 합니다. 그 괴로움이 매우 심하여 하루 동안 하는 노역을 열흘같이 여기며, 가끔은 견디어 내지 못하여 사망하는 자도 꽤 많으니 백성의 근심하고 탄식하는 것을 가히 알만 합니다. 한 사람이 탄식하는 것도 오히려 불가한데, 하물며 한 도의 백성이 탄식하는 것이겠습니까. 지금 태평한 지가 벌써 오래이고 사방에 경계해야 할 일이 없으니, 비록 기한을 정해서 쌓지 않더라도 오히려 가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한 도의 백성의 많고 적음을 참작하여 혹 두 패로, 혹은 세 패로 나눈 다음, 금년에 한 패를 출동시켜 성 하나를 쌓고, 명년에 한 패를 출동시켜서 성 하나를 쌓고, 후명년에 또 이와 같이 하면, 성이 점차 완성되면서 부역하는 백성들은 서로 휴식하게 되어, 화기(和氣)를 상하게 하고 재화를 불러 일으킬 염려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1.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여자(女子) 나이가 20이 되면 시집보낸다.’ 하였는데, 대저 혼인(婚姻)이란 시기를 놓치면 남모르게 번민하게 되는 것이니, 작은 연고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장성한 처녀는 관에서 혼수[資粧]를 주어서 혼인시키는 법이 《육전》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각 고을 수령은 〈이것을〉 겉치레의 문구(文具)로 여기고 일찍이 염려조차 하지 않으므로, 나이 3, 40이 되어도 아직 혼인하지 못한 자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화기를 상하게 하는 한 조건입니다. 이제부터는 서울과 지방에 일제히 검색하여 시기를 정해서 성혼(成婚)하도록 하되, 만약 그 족친으로서 신고하지 않는 자가 있을 것 같으면 엄한 죄책을 내리고, 마을의 관령(管領)·정장(正長)으로서 현고(現告)하는 자가 있으면, 신고하지 않는 족친의 살림을 알맞게 요량하여 상으로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경전》에 이르기를, ‘안으로는 원망하는 여자가 없게 하고, 밖으로는 탄식하는 지아비가 없게 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부부의 음양(陰陽)이 화합함을 중하게 여긴 것입니다. 이제 나이 어린 여승들이 내심(內心) 정욕(情慾)을 쌓으면서도 밖으로는 절의(節義)를 가장하니, 마음으로는 비록 혼인하고 싶어서 형편이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한숨으로 날을 보내다가 몸을 마치는 자도 또한 혹 있으니, 어찌 숨은 원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중앙과 외방 관리에게 명하여, 30세 이하의 여승들은 머리를 기르게 하여 혼인을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검시(檢屍)의 법을 명백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옥사(獄事)의 실정과 허위(虛僞), 사람의 생사(生死)에 관계되기 때문인데, 진실로 털끝만큼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옥사를 판결하는 데에 반드시 그르치게 됩니다. 이제 서울과 성저(城底) 10리에, 죽은 시체는 한성부(漢城府)에서 검시(檢屍)하여 형조에 이문(移文)하고, 형조에서 처음부터 검시하는 데에 참예하지 않고 다만 문안만 가지고 사유를 추문(推問)합니다. 만약 자신이 직접 검시하지 않으면 비록 지극히 지혜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실정을 알지 못하여 억울하게 할까 염려됩니다. 더군다나 형조(刑曹)는 직책이 전적으로 형벌을 맡았는데, 오로지 검시하는 데에 참예하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 지금부터는 만일 죽은 시체가 있으면 형조의 해당 낭청(郞廳)으로 하여금 한성부와 함께 시체의 형상을 같이 살피도록 하면, 옥사를 결단하는 데에 어긋남이 없고, 억울한 일도 거의 없게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제 재변이 있어서 너희들이 모두 걱정하고 염려하니, 내가 매우 가상히 여긴다. 그러나 이 일은 갑자기 할 수 없으니, 내갸 마땅히 천천히 생각한 다음에 시행하겠다."
하고, 드디어 의정부에 내려 논의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7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사법-행형(行刑) / 군사-관방(關防) / 풍속-예속(禮俗) / 의약(醫藥) / 과학-천기(天氣)
- [註 020]직촌(直村) : 나라에서 직접 통치하는 촌락.
○司諫院上疏曰:
人事感於下, 則天變應於上, 今當農月, 久旱不雨, 聖上夙夜軫慮, 減膳悶雨, 放出囚人, 赦宥徒杖, 至於祈雨, 靡神不擧, 其於謹天威恤民隱, 可謂至矣, 宜其休徵日臻, 以弛聖上宵(肝)〔旰〕 之憂, 乃今旱魃日甚, 略無雨徵。 臣等反復仰思, 欲陳弭災之道, 固無可言之弊, 然臣等承乏言路, 謹以一二管見, 仰瀆天聰, 伏望聖鑑裁擇。
一, 貢法之內, 苟或一田小有陳荒, 則許令免稅, 其法精矣, 至於損田, 必待一戶所耕全損, 然後方許免租。 假如耕一結者, 或有十卜實, 而九十卜損; 耕十結者, 或有一結實, 而九結損, 僅以一分之實, 取十分之租, 則是所謂以損爲實, 必取盈者矣。 其田里, 豈無愁嘆之聲乎? 乞依《六典》一結之田損至八十卜則免租之例, 一戶所耕, 損至八分者, 亦令陳告。 守令及首領官親審, 如準所告, 免租何如?
一, 《書》曰: "欽哉欽哉, 惟刑之恤哉!" 今杖罪以下, 竝皆原免, 其欽恤之意至矣, 然京外死罪, 累年滯獄者, 固非一二。 其所犯, 苟爲合死, 滯獄雖久, 固無冤枉, 若坐於誣告, 不能自明, 以至滯獄, 且在獄中無辜隕命者, 尙或有之, 則豈無冤抑? 古人曰: "囹圄之苦, 度日如年。" 乞特遣委差, 明斷滯獄, 以伸冤抑何如?
一, 各官任內革去之法, 載在《六典》, 間有州郡因仍不革, 凡諸賦斂徭役, 一委任內之吏, 吏作權宰, 逞其己私, 務行侵漁, 多般作弊, 以致民之怨咨。 願自今一革任內, 以爲直村, 毋使奸吏恣行福威, 以安其民何如?
一, 築城, 國家重事, 固不可廢也。 是以忠淸、全羅、慶尙各官城子, 沿邊爲先每年營築, 然於一道之內, 或二或三, 一時竝築, 無有休息。 又其監督官吏, 務要速成, 日以刻迫爲能, 監考頭目晝夜鞭笞, 痛入骨髓。 爲監考頭目者使軍人, 亦如之, 其苦至重, 一日之役, 有同十日, 往往有不勝而死亡者頗多, 民之愁嘆, 固可知矣。 一人之嘆, 猶以爲不可, 況一道之民乎? 今昇平日久, 四方無警, 雖不刻期而築之, 猶云可也。 願自今酌一道民數之多少, 或分二或分三, 今年出民一分築一城, 明年又出一分築一城, 又明年亦如之, 則城堡漸成, 而役民互有休息, 傷和召災之慮, 庶可無矣。
一, 《記》曰: "女子年二十而嫁。" 夫婚姻失時而幽閟之悶, 非細故也。 是以年壯處女, 官給資粧成婚之法, 載在《六典》, 而各官守令, 視爲文具, 曾不致慮; 女之族親, 亦利於臧獲使喚, 不告於官, 年至三四十, 而尙且不婚者, 蓋多有之, 此傷和之一端也。 今中外通行檢究, 定期成婚, 其族親如有不告者, 嚴加罪責。 里中管領正長有現告者則將不告族親財産, 量宜賞給何如?
一, 《傳》曰: "內無怨女, 外無曠夫。" 是乃重夫婦陰陽之和順也。 今也年少尼僧, 內畜情欲, 外飾節義, 心雖欲婚, 而勢難發言, 噓唏度日, 以至終身者, 亦或有之, 豈無幽怨之可言哉? 乞令中外官吏三十歲以下尼僧, 長髮成婚何如?
一, 檢屍之法, 不可不明。 獄之情僞, 人之生死係焉, 苟有一毫之差, 則斷獄必誤矣。 今京中及城底十里死屍, 漢城府檢屍, 移文刑曹, 刑曹初不與檢屍, 而但將文案, 推問情由。 若不親審, 雖至明之人, 恐有不得其情, 以致冤抑矣, 況刑曹職專掌刑, 而獨不與於檢屍可乎? 願自今如有死屍, 令刑曹當該郞廳, 與漢城府同審屍狀, 則斷獄不差, 而庶無冤抑矣。
上曰: "今有災變, 汝等皆有憂慮, 予甚嘉之。 然此事不可急遽, 予當徐思而後行之。" 遂下議政府擬議。
- 【태백산사고본】 32책 10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77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사법-행형(行刑) / 군사-관방(關防) / 풍속-예속(禮俗) / 의약(醫藥)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