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에서 세자가 정사를 행하고 남면하여 조회를 받도록 한 명을 회수할 것을 상소하다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엎드려서 전지를 보니, 이르시기를, ‘병이 많은데 근래에 더욱 심하다. 나라 임금으로서 늙고 병들면 세자가 정사(政事)를 섭행(攝行)하는 것은 이것은 고례(古例)이다. ’고 하셨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세자의 몸으로서 신자의 도리를 다한다는 것은, 바로 평상시에는 시선과 문안[問寢]을 하고 사변이 있으면 군사를 위무(慰撫)하고 국사를 감독하는 것이지, 큰 정사를 섭행(攝行)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비록 후세에 간혹 그런 일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것도 부득이한 데에서 나온 것이었고, 혹 사세(事勢)가 긴박하였던 것으로서 모두 말세의 일이고 삼대(三代) 때의 아름다운 법은 아닙니다. 전하께서 비록 작은 병환이 계시다 하더라도 춘추가 바야흐로 한창이시니 마땅히 며칠 걸리지 아니하여 평복하실 터인데, 어찌하여 일시적인 방편으로서, 삼대(三代) 때 성인(聖人)의 제도를 버리고 후세의 근거없는 거조를 따르시려는 것입니까.
또 ‘사람을 임용하거나 사람을 형벌하거나 군사를 움직이는 데에는 내가 직접 청단(聽斷)할 것이나, 그 나머지 일반 정무는 모두 세자에게 재결(裁決)을 받도록 하라. ’하셨는데, 신 등은 생각하기를, 일에는 체통이 있은 다음에 모든 일이 분명하게 되고, 민정(民情)도 통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서정(庶政)과 형벌과 군무(軍務)는 국가에 중요한 일로서 비록 나날이 온갖 정사가 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두어 가지 일에 불과한 것인데, 이것을 제외하면 또한 무슨 일이 많아서 별도로 동궁에게 재결(裁決)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까. 더군다나 일반 정무는 이미 정부로 하여금 직결(直決)하도록 되어 있는데, 또 무슨 정사(政事)가 있어서 걱정된다는 것입니까. 다만 동궁으로 하여금 전하의 좌우(左右)에 계시게 하여 기무(機務)를 결단하는 데에 참예하도록 한다면, 전하께서는 조섭(調攝)하는 방법을 다할 수 있고 여러가지 정사도 폐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치에 순(順)하고 일도 편리할 것인데, 어찌하여 일반 정무를 갈라서 다스리게 하여, 후세에 두 갈래로 정사하는 사단(事端)을 만들려는 것입니까.
또 ‘세 차례 대조회(大朝會)와 초1일·16일 조참(朝參)은 내가 직접 받을 것이고, 그 나머지 사건이 있어 특별히 받는 조참 외에는, 여러 신하는 모두 세자에게 나아가서 행례(行禮)하되, 세자는 동궁(東宮) 정문에서 남면(南面)하여 앉고 1품 이하는 뜰 아래에서 재배(再拜)하며, 세자는 답례하지 않도록 하라. 이와 같이 하면 나는 안심하고 병을 조리하며, 일반 정사도 지체됨이 없고, 여러 신하는 또한 조알(朝謁)의 예를 폐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셨는데, 신 등은 생각하건대, 남면하여 앉는 것은 인군(人君)이 정사(政事)를 청단(聽斷)하는 자리입니다. 전하께서 이미 남면하여 여러 신하의 조회를 받는데, 동궁도 역시 어찌 감히 남면하고 조회를 받아서 지존과 같게 하겠습니까. 제왕(帝王)의 자리는 마치 북극성[北辰]이 그 자리에 항상 거(居)하고 뭇별이 둘러 있는 것과 같은 것이옵니다. 만약 동궁이 오늘은 북면(北面)하여 전하께 조회드리고 내일은 남면하여 여러 신하의 조회를 받는다면, 사체(事體)의 미편(未便)함이 이보다 심함이 없습니다. 이것이 신 등이 여러 번 여쭈어 그만두지 못하고 기어이 윤허를 얻으려는 까닭입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대조하(大朝賀)와 사건이 있어서 특별히 받는 조회 외에는, 비록 조회를 받지 않더라도 이로 인해서 정사에 지장이 있지 않을 것입니다. 또 동궁이 여러 정사를 결단하는데 참예한다면 성상의 다스림을 도와서 일반 정무가 폐지되지 않을 터인데, 어찌하여 여러 신하의 논의를 물리치고 예전에도 없었고 조종께서도 하시지 않던 법을 갑자기 시행하여 백성들의 보고들음을 놀라게 하시는 것입니까. 우리 나라는 조종께서 창업(創業)하신 이래로 전하께서는 성취(成就)된 업(業)을 지키기에 진력(盡力)하시니, 예악(禮樂)이 더욱 빛나고 법도(法度)가 더욱 분명하여서 사방(四方)에 걱정이 없고 백성이 태평을 즐기니, 오늘날 일은 모두 후세의 모범이 될 것이나, 오로지 이 한가지 일만은,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혐의(嫌疑)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밝고 거룩하시며 동궁께서도 어질고 효도하시니, 오늘날 비록 시행하더라도 염려될 것이 만무(萬無)하지마는, 이런 제도를 후세에 전하게 되면 폐단이 없으리라고 어찌 능히 보장하겠습니까. 전하께서 특히 예감(睿鑑)을 드리우시어 빨리 이 명을 회수하시어, 사체(事體)를 편(便)하게 하고 여러 사람의 마음을 편케 하시기를 엎드려서 바랍니다."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100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7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정론(政論)
○司諫院上疏曰:
伏覩傳旨, 若曰: "予素多疾病, 比來尤甚。 國君老疾, 世子攝行政事, 此古例也。" 臣等竊以謂世子之身, 臣子之道備焉。 是以平居則視膳問寢, 有事則撫軍監國耳, 未聞以攝行大政也。 雖後世間或有之, 是或出於不得已也, 或迫於事勢也, 皆叔世之事, 非三代之令典也。 殿下雖有微痾, 春秋鼎盛, 當不日平善矣, 奈何以一時之便, 舍三代聖人之制, 遵後世無稽之擧乎? 又若曰: "若用人用刑用兵, 予親聽斷, 其餘庶務, 皆取世子裁決。" 臣等以爲事有體統, 然後庶績咸熙, 群情乃一。 政刑軍務, 國家之重事, 雖日有萬機, 不出乎此數事, 除此之外, 亦豈多乎? 不必別付東宮裁決也。 況一應庶務, 已令政府直決, 又何庶事之足虞乎? 但今東宮, 在殿下左右, 參決機務, 則殿下可以盡調保, 庶事可以無廢墮, 理順而事輯矣, 豈可分治庶務, 以啓後世二政之端乎? 又若曰: "三大朝會及初一十六日朝參, 予親受之, 其餘朝參有事特受外, 群臣皆就世子行禮。 世子於東宮正門, 南面而坐, 一品以下, 再拜庭下, 世子不答。 如此則予得安心養疾, 庶事無滯, 而群臣又不廢朝謁之禮。" 臣等以爲南面者, 人君聽治之位。 殿下旣以南面而朝群臣矣, 東宮亦安敢南面受朝, 以擬至尊乎? 帝王之位, 如北辰, 居其所, 衆星拱之。 若東宮今日北面而朝, 殿下明日南面而朝, 群臣事體之不便, 莫甚於此矣。 此臣等之所以屢瀆不已, 期於得請也。 臣等有以爲大朝賀及有事特受外, 雖不視朝, 非因此而有損於事也。 且參決庶政, 裨益聖治, 足爲不替庶務, 奈何排群議而遽行前古之所未有, 祖宗之所不爲, 以駭民之觀聽乎? 我朝自祖宗創業以來, 殿下盈守成, 禮樂益彰, 法度益著, 四方無虞, 民樂太平, 今日之事, 皆後世之模範也, 獨此一事, 臣等竊有嫌焉。 殿下明聖, 東宮仁孝, 雖今日行之, 萬無疑慮, 傳之後世, 豈能保其無弊乎? 伏望殿下特垂睿鑑, 亟還是命, 以便事體, 以安衆心。
不允。
- 【태백산사고본】 32책 100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7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