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세종실록99권, 세종 25년 2월 23일 기유 2번째기사 1443년 명 정통(正統) 8년

지평 이종겸이 최양선·김하·간원의 종학 겸임에 대해 아뢰다

지평(持平) 이종겸(李宗謙)이 아뢰기를,

"최양선(崔揚善)의 옥에 갇힌 사유를 예조에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양선이 수릉(壽陵)을 살피던 날에 도리에 어긋난 말을 하여 대신을 모욕하다.’ 하오니, 양선의 죄가 크온데 죄주지 아니하시니, 신들의 생각에는, 비록 끝내 죄를 주지 않을지라도 반드시 문초하여, 그 죄를 올바로 밝히고, 그런 후에 용서하시면 양선이 한편으로는 은혜를 감사하게 알 것이옵고, 한편으로는 징계도 될 것이오며, 여러 신하들도 또한 양선의 죄를 알게 될 것이옵니다. 또 전일에 하교하시기를, ‘김하(金何)의 일은 애매하니 논하지 말라 했는데, 어찌하여 오늘에 이르러서 다시 말하느냐. ’고 하셨사온데, 신들이 다시 기록을 살펴보니, 가 비록 본처를 소박한 죄를 받았지마는, 거상 중에 첩을 상대한 것이 분명하오니, 두드러진 벼슬을 제수하여 한 관아의 우두머리가 되게 함은 불가하옵니다. 그리고 간원(諫員)으로써 종학(宗學)을 겸임시키셨는데, 사간원은 비록 그것이 한가한 관직이오나, 소임이 간쟁(諫諍)을 전담한 것이므로 그리함은 큰 체통에 불가한 듯 하옵니다."

하고, 좌헌납(左獻納) 윤사윤(尹士昀)은 또 아뢰기를,

"양선이 지리서(地理書)에도 없는 것을 ‘마음으로 깨달았다. ’고 망령되이 말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여 대신을 모욕하였사오니, 비옵건대 추궁해 밝혀서 죄를 주시옵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양선으로 하여금 길흉을 말하라 하고, 말한 후에 따라서 죄를 주면 그것이 옳은 것이냐. 더구나 일도 작은 것이고 간사한 사람의 말을 무슨 따질 것이 있느냐. 김하(金何)의 일은 이미 해포가 지났고 두 번이나 은사(恩赦)를 거쳤는데, 어찌하여 이제 다시 말하느냐. 또 사간원(司諫院)의 일은 이미 정부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노라."

하였다. 사윤(士昀)이 다시 아뢰기를,

"일이 수릉(壽陵)보다 더 큰 것이 없사온데, 어찌 작은 일이라 하시나이까. 양선이 비록 길흉을 뚫어지게 본다 할지라도 이와 같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온데, 하물며 그 말한 바가 모두 허망한 것이야 어떻겠으며, 지리에 어찌 마음으로 깨닫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이로써만 보아도 양선을 죄주지 아니할 수 없사옵니다."

하고, 종겸은 또 아뢰기를,

"양선이 속으로 명예를 구하려는 생각을 품고 망령된 말로 이기려 하였사오니, 어찌 옥에 가둠만으로 징계가 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양선의 일을 크고 작은 여러 신하들이 어찌하여 번거롭게 아뢰느냐. 만일 양선을 죄주면 나는 속임을 후세에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노라. 내 면하여 옥에 가두었다가 도로 석방한 자가 많거늘, 어찌하여 양선에 이르러서는 구태여 말하느냐. 무릇 모든 사업이 스승에게서만 받고 마음으로 깨닫는 바가 없으면, 어찌 사업을 성취하겠는가. 또 만일 양선이 망령되어서 마음으로 깨달을 수가 없다고 하면 가하거니와 어찌 마음으로 깨달았다는 말을 가지고 양선을 죄주겠느냐. 너는 수릉으로써 큰 일이라고 하니 그렇다고 하자. 양선의 뜻도 이것이 큰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니, 군부(君父)를 흉한 땅에 장례모실 수 없어서 길흉을 밝혀 말한 것뿐이다."

하니, 사윤종겸이 또 아뢰기를,

"만일 경서(經書)라면 그 이치를 연구하고 궁리하여 마음으로 깨달을 수가 있사오나, 산의 형세와 물의 갈래는 옛 사람의 설명한 바가 못다한 것이 없사온데, 어찌 마음으로 깨달아서 될 것이옵니까. 양선은 본시 못난 사람으로서 이제 큰 일을 당하여 억측의 소견으로써 망령되게 흉하고 해로움을 말하오니, 신들이 듣고 참지 못하겠삽기로 재삼 감히 청하옵는 바이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의 말을 내 이미 자세히 알았으나, 양선을 죄줌은 불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4면
  • 【분류】
    윤리-강상(綱常)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사(宗社)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持平李宗謙啓: "問崔揚善繫獄事由於禮曹, 答曰: ‘揚善相壽陵之日, 發不道之言, 陵轢大臣, 揚善之罪大矣, 而不之罪。’ 臣等以爲雖終不加罪, 必推鞫明正其罪, 然後赦之, 則揚善一以感恩, 一以懲艾, 群臣亦得知揚善之罪矣。 且前日敎曰: ‘金何之事, 以曖昧勿論, 何至今日而更言乎?’ 臣等更考文案, 雖受疎薄正妻之罪, 然居喪對妾, 文案昭昭, 不可授顯秩爲一司之長也。 且以諫員兼差宗學, 諫院雖是閑官, 任專諫諍, 其於大體, 似乎不可。" 左獻納尹士昀又啓: "揚善以地理書所無之事, 妄言心得, 發口不可道之語, 陵辱大臣, 乞推明科罪。" 上曰: "使揚善言吉凶, 旣言之後, 又從而罪之, 其可乎? 況事且小矣, 而憸人之言, 何足算也? 金何之事, 已閱年紀, 再經赦宥, 何乃更言乎? 諫院之事, 已下政府議之矣。" 士昀更啓曰: "事莫大於壽陵, 豈爲小事哉? 揚善雖灼見吉凶, 不可如此形言於口, 況其所言, 皆爲妄說乎? 但地理豈有心得之理! 以此觀之, 揚善不可不罪也。" 宗謙又啓: "揚善內懷要名, 妄言求勝, 豈但繫獄懲艾乎?" 上曰: "揚善之事, 大小臣僚何煩啓請? 若罪揚善, 則予以爲見欺於後世矣。 予命繫獄, 還釋之者多矣, 何至揚善而敢言乎? 凡諸事業, 但受於師而無所心得, 則豈成事業乎? 若言揚善狂妄不可心得則可矣, 豈以心得之言, 罪揚善乎? 爾以壽陵爲大事, 然矣。 揚善之意以爲此是大事, 君父不可以葬於凶地, 明言吉凶耳。" 士昀宗謙又啓曰: "若經書則硏窮其理, 可以心得矣。 山形水脈則古人所論, 無餘蘊矣, 豈可以心得乎? 揚善本是不肖之人, 今當大事, 乃以臆見, 妄言凶害, 臣等聞之不忍, 故再三敢請也。" 上曰: "爾等之言, 予已具悉, 然揚善不可罪也。"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4면
    • 【분류】
      윤리-강상(綱常)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사(宗社)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