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궁 장리(本宮長利) 노비 문제에 대해 의논할 것을 명하다
임금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좌승지 이승손(李承孫)·우승지 조극관(趙克寬)·좌부승지 김조(金銚)·동부승지 성봉조(成奉祖)를 불러 보고 이르기를,
"본궁(本宮)이란 명칭은 당 태종(唐太宗) 때부터 시작하여 조씨 송나라[趙宋]에 이르기까지 역시 있어서 본궁(本宮)이란 칭호가 예로부터 그러한데, 다만 이제 본궁 장리(本宮長利)라는 명칭이 아름답지 않기에 폐지해 버리려고 생각했으나, 조상 때부터 시작하신 것이어서 갑자기 고칠 수가 없으니, 아직은 10말[斗]에 이식(利息) 3말씩을 더하여 사삿집의 관례와는 다르게 하는 것이 어떠할까.
또 노비는 관계가 대단히 중하여 왕망(王莾)이 노비의 수효를 한정하려 하였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를 옳지 않게 여기어 왕망의 하던 바를 모두 버리었고, 동중서(董仲舒)도 노비의 수효를 정하려 하여 이것은 좋은 법이므로 내 이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하였으나,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대로 정지하였거니와, 지금의 법에 관공서가 본궁과 더불어 노비를 서로 송사하면, 관리가 판결하여 본궁에 소속시키므로 임금이 갑자기 혹은 궁첩(宮妾)에게 주기도 하고, 혹은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여 사리에 있어 온당하지 못한 바가 있고, 또 신민들이 본궁(本宮)과 더불어 서로 송사하는 경우는 둘이 다 옳지 못한즉, 도관(都官)에 소속시키는 것은 관공서가 노비를 서로 송사하는 경우와 다르니, 또한 옳지 못하다. 이제 우승규(禹承珪)가 송사하는 노비는 양편이 다 옳지 못하다 하여 도관(都官)에 소속시키게 되니, 이것이 불가하지 아니하냐. 요전에 왕실에 있는 한 겨레붙이의 노비를 대군들이 각자의 들은 대로 잡아다 부리는데, 사리에 비추어 어긋남이 있으므로 모두 나에게 보고하게 하여 본궁에 소속시키도록 하였으나, 본궁 노비를 잡아 가지는 관례에는 비록 같은 겨레붙이의 사람이라도 만일 몸이 호적에 기록되어 있지 아니하면 수리하지 않게 되어서, 이로 인하여 여러 대군이 부려야 할 노비가 누락되거나 혹은 다른 곳에 소속하게 되니, 이 또한 옳지 못하다. 운암사(雲岩寺)·지장사(地藏寺)·회강사(會剛寺)·감로사(甘露寺) 네 절의 노비는 나의 외갓집 옛 조상께서 시주했던 것인데, 절의 노비를 폐지할 때에 서로 송사하는 자가 많으니, 태종께서는 모두 본궁에 소속시키게 하시고 유언하시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고 항상 본궁에 소속하게 하라.’ 하셨으므로, 내 여러 군(君)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았는데, 이 노비들의 부르는 이름[花名]을 가각고(架閣庫)나 혹은 형조(刑曹)에 간직해 두게 하려 하니, 그것을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신분-천인(賤人) / 역사-고사(故事) / 금융-식리(殖利) / 사법-재판(裁判) / 왕실-종사(宗社)
○己亥/上御思政殿, 引見都承旨趙瑞康、左承旨李承孫、右承旨趙克寬、左副承旨金銚、同副承旨成奉祖謂曰: "本宮之名, 創自唐 太宗之時, 及至趙 宋亦有之, 本宮之號, 自古而然。 但今本宮長利之名不美, 思欲革罷, 然始於祖宗之時, 不能遽革矣。 姑以十斗加息三斗, 異於私家之例何如? 且奴婢, 關係至重, 王莽欲限奴婢之數, 後人以爲不可以王莽所爲而幷棄之也。 董仲舒亦欲定爲奴婢之數, 是乃良法, 予欲行之。 然厭之者多, 姑停之矣。 今法公處與本宮相訟奴婢則官吏決屬本宮, 而君上一朝或與之宮妾, 或與之他人, 於義有所未便。 且臣民與本宮相訟者, 兩皆不是, 則屬都官, 異於公處相訟奴婢之例, 亦爲未便。 今禹承珪所訟奴婢, 以兩造皆不是屬都官, 無乃不可乎? 曩者王室一根奴婢, 大君各以所聞捕獲役之, 有違推理, 悉令告予, 以屬本宮。 然本宮奴婢推捉之例, 雖同源之人, 若身不付籍, 則不受理。 因此諸大君可使奴婢, 或漏落或屬他, 此亦未便。 雲巖、地藏、會剛、甘露此四寺奴婢, 予外家遠祖所施納也。 革罷寺社奴婢時, 相訟者多, 太宗皆屬本宮, 遺敎曰: ‘毋給他人, 常屬本宮。’ 予不分於諸君, 欲以此奴婢花名藏於架閣庫或刑曹, 爾等其議以聞。"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신분-천인(賤人) / 역사-고사(故事) / 금융-식리(殖利) / 사법-재판(裁判)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