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을 제수하는 법과 대열을 거행하는 여부에 대하여 묻다
우의정 신개(申槪)·좌찬성 하연(河演)·우찬성 최사강(崔士康)·좌참찬(左參贊) 황보인(皇甫仁)·우참찬(右參贊) 이숙치(李叔畤)를 불러 이르기를,
"우리 나라의 벼슬을 제수하는 법은 중앙과 지방이 각각 다르다. 외관(外官)은 만 30개월을 기다려야 다만 한 자급(資級)이 오르는 데 대하여, 경관(京官)은 월수(月數)를 제대로 기다리지 않고 자급이 오르거나 품계를 뛰어넘어 승진되는 자가 매우 많다. 나는 중앙이나 지방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옛날 선대(先代)의 행직(行職) 수직(守職)의 제도를 본받아 혹은 낮은 관품(官品)으로 높은 관품의 직무를 수직(守職)하게 하기도 하고, 혹은 높은 관품으로 관품이 낮은 직무를 행직(行職)하게 하기도 하려고 한다. 경 등은 이 일이 온당한지 않은지를 의논하여 계문(啓聞)하라."
고 하니, 모두가 말하기를,
"매우 편리하고 유익하겠습니다. 다만 이 법은 당상관(堂上官)에게는 시행할 수 없습니다."
고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입법절목(立法節目)을 초안(草案)하여 다시 경 등에게 보여서 결정하겠으니 그렇게 알라."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대열(大閱)이란 군사(軍事)를 익혀서 뜻밖의 변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니, 진실로 폐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봄의 강무(講武)의 행사에는 각도의 군사들이 모두 다 임금의 행차를 따르느라고 노폐(勞弊)가 심하였고, 또 지금은 동서(東西)의 양계(兩界)가 농사를 실패하였으니, 만약 대열(大閱)을 거행한다면 군사들의 피로와 폐됨이 매우 심할 것이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경 등은 충분히 의논하여 계문(啓聞)하라."
고 하니, 하연(河演)과 황보인(皇甫仁)은 말하기를,
"사졸들의 노고(勞苦)는 비록 가엾으나 군대의 편성과 행렬을 열병(閱兵)하는 일은 군국(軍國)의 소중한 행사이온데, 어찌 폐할 수 있겠습니까. 강원도·황해도와 양계(兩界)를 제외한 다른 각도의 군사들을 모두 소집하여다가 대열병(大閱兵)을 거행하는 것은 실로 당연하고 유익한 일이겠습니다."
고 하고, 신개(申槪) 등은 말하기를,
"사람은 피로하고 해는 흉년이 들었으니 잠깐 정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승정원에 명령하여,
"이전의 대열 때에 동원된 군사의 수를 상고하여 보고하라."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1책 97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18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군사-병법(兵法)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乙丑/召右議政申槪、左贊成河演、右贊成崔士康、左參贊皇甫仁、右參贊李叔畤謂曰: "本國除授之法, 中外各異, 外官則待滿三十箇月, 只加一資, 京官則不待箇月, 招資越品者頗多。 予惟中外一體, 欲倣古先行守之制, 或以卑品而守高品職事, 或以高品而行卑品職事, 卿等其議便否以聞。" 僉曰: "甚爲便益, 但此法不可施於堂上官也。" 上曰: "予當草立法節目, 更示卿等以定, 其知之。" 上又謂曰: "大閱, 所以習武事而備不虞, 誠不可廢也。 然去春講武之行, 各道軍士, 竝皆隨駕, 勞弊已至, 今又東西兩界農事失稔, 若行大閱, 則軍士之勞弊滋甚, 何以處之? 卿等熟議以聞。" 河演、皇甫仁曰: "士卒之勞, 雖云可怜, 簡閱行伍, 軍國所重, 烏可廢也? 除江原、黃海道及兩界外, 各道軍士, 竝令徵取, 以行大閱, 實爲便益。" 申槪等曰: "人勞歲歉, 姑停爲便。" 上命承政院, 參考前此大閱時軍數以聞。
- 【태백산사고본】 31책 97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18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군사-병법(兵法)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