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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95권, 세종 24년 3월 24일 을유 3번째기사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흥천사에서 경찬회를 베푸니 김조와 강석덕이 맡고 설선문은 남수문이 짓다

처음으로 흥천사(興天寺)에서 경찬회(慶讚會)를 베풀게 하되, 닷새 만에 마치게 하였다. 유도 승지(留都承旨) 김조(金銚)·강석덕(姜碩德)이 서로 흥천사에 번갈아 나아가 공불(供佛)과 반승(飯僧)하는 일을 보살펴서 처리하게 하였다. 그 소문(疏文) 내용에, 보살은 제자(弟子)를 경계하고 조선 국왕(朝鮮國王)은 인(印)을 누른다는 말이 있으므로 식자(識者)들이 이를 탄식하였는데, 그 중에 설선문(說禪文)은 전직(殿直) 남수문(南秀文)이 지은 것이었다. 그 글에 이르기를,

"행향사(行香使) 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성달생(成達生)은 삼가 여암 화상(如庵和尙) 장하(仗下)에 청하옵니다. 우리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는 특히 조종(祖宗)을 위하여 흥천사 사리탑(興天寺舍利塔)을 중창(重創)하시어 공사를 마치시고 이에 경찬회(慶讚會)를 베풀게 하셨으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법연(法筵)을 주장하여 진승(眞乘)을 열어 넓히시고 조종(祖宗)으로 하여금 불과(佛果)를 돈성(頓成)하게 하소서. 그윽이 생각하건대, 5천 권의 교회(敎誨)와 연설(演說)은 비록 글귀[文句]가 지극히 많다 하오나, 33대 조파(祖派)의 깊은 근원을 언어(言語)로써 가히 비길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남(指南)하는 분변(分辨)이 없다면 수가 향상(向上)하는 마루[宗]를 알 것입니까. 적은 정성을 살펴주시와 오의(奧義)를 널리 드러나게 하소서. 이 흥천사(興天寺)의 탑은 실로 조종(祖宗)이 경영하신 것입니다. 세월이 오랜 까닭으로 기둥이 기울어지고 집이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선왕(先王)의 뜻을 미루어 받들어서 옛 모습대로 복구하시니 삼층의 고운 집마루가 빛났으며 노을 빛 무늬가 높게 번쩍이고, 천함(千函)의 불경[竺典]을 수장(收藏)하였으니 칠보 아첨(牙籤)은 별같이 비칩니다. 이에 청정(淸淨)한 불도(佛徒)들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경찬(慶讚)의 모임을 열었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여암 화상(如庵和尙) 장하(仗下)께서는 총림(叢林)의 큰 간체(幹體)이며 석원(釋苑)의 높은 표준(標準)입니다. 마음은 백수(柏樹)의 선(禪)에 참여했고 학문은 패엽(貝葉)의 종지(宗旨)를 전하였습니다. 서각(犀角) 자루[柄]를 휘둘러서 상연(象筵)의 빛을 더하였고 몰현금(沒絃琴)을 만지어 승평곡(昇平曲)을 드리우며, 무공적(無孔笛)을 붙여서 미묘(微妙)한 소리를 가만히 울립니다. 모든 사람의 보고 듣는 가운데 복리(福利)를 같이 더하게 하여 주소서."

라고 하였다. 이 모임의 이름은 백팔공승(百八供僧)이라 하였으나, 승도(僧徒)들이 사방에서 모여서 공양한 중이 1만 8백 18명이고 속인(俗人)이 3백 87명이나 되어 그 비용이 적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리각(舍利閣) 담장 밖에는 부녀들이 늘어서서 밤낮으로 먼저 보려고 다투었다. 처음에 임금이 서울에 계실 때에 대사헌 정갑손(鄭甲孫)을 불러서 하교하기를,

"내가 거둥한 뒤에 흥천사에 경찬회를 할 때에는 전후 10일 동안은 도첩(度牒)이 없는 중이라도 서울 안에 왕래하는 것을 금하지 말라."

하였더니, 이때에 사헌부에서는 모르는 척하고 금단(禁斷)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06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어문학-문학(文學)

    ○始設興天寺慶讃會, 五日乃罷。 留都承旨金銚姜碩德迭往興天, 凡供佛飯僧之事, 無不監辦。 疏文內稱菩薩戒弟子朝鮮國王印押, 識者歎之。 其說禪文則直殿南秀文所製。 其文曰:

    行香使判中樞院事成達生謹請如庵和尙仗下。 惟我主上殿下, 特爲祖宗, 重創興天寺舍利塔訖, 爰設慶讃會, 伏望主張法筵, 開廣眞乘, 致令祖宗頓成佛果者。 竊以五千卷敎誨演說, 雖文句之至多, 卅三代祖派深源, 非言語之可擬。 不有指南之辨, 孰知向上之宗? 庶諒微忱, 弘(楊)〔揚〕 奧義。 竊以興天之塔, 實是祖宗所營。 乃因歲月之久深, 而致棟宇之傾撓。 恭惟我主上殿下遹追先志, 光復舊觀。 煥三層之綉甍, 霞絢峻彩; 藏千函之竺典, 星輝寶籤。 爰邀淸淨之流, 式開慶讃之會。 伏惟如庵和尙仗下, 叢林巨幹, 釋苑高標。 心參栢樹之禪, 學傳具葉之旨。 佇揮犀柄, 增賁象筵。 撫沒絃琴, 成《昇平之曲》; 吹無孔笛, 默鼓微妙之音。 凡在瞻聆, 同增福利。

    是會名爲供僧百八, 然僧徒四集, 所供僧一萬八百十八、俗三百八十七, 其費不貲。 自始至終, 舍利閣墻外, 婦女羅列, 晝夜爭先觀賞。 初, 上在京都, 召大司憲鄭甲孫敎曰: "行幸後興天寺慶讃時前後十日, 勿禁無度牒僧。" 至是, 憲府佯不知而不禁。


    •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06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