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 95권, 세종 24년 3월 12일 계유 2번째기사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집현전 직제학 이선제에게 흥천 사리각 경찬소문을 지어 올리게 하다
집현전 직제학(集賢殿直提學) 이선제(李先齊)에 명하여 흥천 사리각(興天舍利閣) 경찬소문(慶讚疏文)을 지어 올리게 하였다. 이때 선제가 호가(扈駕) 중이므로, 서울에 남아 있는 동료(同僚) 직전(直殿) 남수문(南秀文)과 응교(應敎) 신석조(辛碩祖)에 편지하기를,
"괴이한 일이 있다. 상감께서 소신(小臣)에게 흥천 경찬소(興天慶讚疏)를 지으라 하시니, 청하건대, 이런 글과 비슷한 옛날에 지어진 글을 초출하여 편지로 보내 주십시오."
라고 하니, 수문(秀文)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제 나는 이 소문(疏文) 지을 책임을 면하였으니 참 기쁜 일이구나."
하였다. 그것은 마침 같은 때에 서울에 남아 있는 승지 김조(金銚)와 강석덕(姜碩德)이 남수문을 초청하여 흥천 경찬소문(興天慶讚疏文)을 지으라고 부탁하면서 이르기를,
"이미 전지(傳旨)가 내리었다."
고 하니, 수문이 대답하기를,
"앞서 본 집현전에서 경찬회(慶讚會)를 혁파하기를 두 번이나 글[封章]을 올려 청하였는데, 이제 만약 찬소(讚疏)를 짓는다면 후세 사람들이 나를 어떤 인간으로 말하겠는가. 원컨대, 부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지어 올리도록 하십시오."
하므로, 김조(金銚) 등이 안 된다고 하였는데, 이때에 와서 수문이 선제(先齊)의 편지를 보고서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4책 404면
- 【분류】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