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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95권, 세종 24년 2월 4일 을미 1번째기사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유지가 한방지·이순지·김담에게 벼슬을 제수함이 합당하지 못함을 아뢰다

좌헌납(左獻納) 유지(庾智)가 아뢰기를,

"지금 한방지(韓方至)를 첨지중추원사에 임명하셨으나, 방지는 본디 재덕(才德)이 없으면서 벼슬이 상호군에 이르렀으니 마땅히 근신해야 할 것인데, 전일 강무(講武)할 때에도 다른 사람이 사냥하여 잡은 짐승을 마음대로 받아 먹었습니다. 그 사람 됨이 대개 이와 같은 것을 지금 당상관을 삼으신다는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합니다. 또 이순지(李純之)를 봉상시 윤(奉常寺尹)으로 삼으시고 김담(金淡)을 봉례랑(奉禮郞)으로 삼으시었는데, 순지은 비록 고득종(高得宗)의 죄와는 조금 다르다 하겠으나 파직한 처음부터 곧 금내(禁內)에 출입하게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또 벼슬을 제수하시는 것은 상벌을 바르게 하는 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방지의 범한 죄는 그것이 그 자신이 도적질한 것도 아니요, 또 그가 자수하여 이미 그 죄를 용서하였으니, 어찌 다시 허물을 탓하겠는가. 방지태종(太宗) 때부터 지금까지 강무(講武)에 대한 일을 전적으로 맡고서 근로한 공이 뚜렷이 나타나 있으니, 첨지(僉知) 벼슬을 참람되게 받은 것이 아니다. 순지으로 말하면 실은 죄가 없었던 것인데, 내가 처음에 그 실상을 모르고서 파직하였던 것이다."

하였다. 유지가 다시 아뢰기를,

"순지고득종의 하는 짓을 막지 못한 것은 역시 죄가 되는 것입니다. 파직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벼슬을 제수하심은 실로 온당하지 못하옵니다. 방지가 비록 강무하는 일에 근로한 공이 있더라도 별로 재덕이 없는 자이니, 그것으로 상호군만 삼았으면 그 공은 넉넉히 갚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순지고득종의 일은 전연 알지도 못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마땅히 파직도 아니하였을 것이다. 방지는 강무하는 일에 공로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문벌은 비록 보잘것없지만 아무런 하자(瑕疵)와 허물이 없으니 당상관에 쓰는 것이 어찌 옳지 못하겠는가. 너희들의 말은 아름다우나 소견은 참으로 오활한 것 같다."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97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정론(政論)

○乙未/左獻納庾智啓: "今以韓方至拜(僉知中樞院使)〔僉知中樞院事〕方至本無才德, 位至上護軍, 宜當謹愼, 前日講武時, 濫受人獵獲之獸, 爲人大略如此, 今爲堂上官, 誠爲未便。 又以李純之爲奉常寺尹, 金淡爲奉禮郞。 純之, 雖與高得宗之罪少異, 罷職之初, 卽令出入禁內, 亦已足矣, 今又拜職, 有違賞罰之典。" 上曰: "方至所犯, 非其自竊, 且因自首, 已貸其罪, 何更追咎乎? 方至太宗時至于今, 全掌講武之事, 勤勞最著, 僉知之職, 非爲濫受。 純之, 實無罪過, 予初不知其實而罷職耳。" 更啓: "純之不强止得宗之所爲, 亦有其罪, 罷職未久而除職, 誠爲未便。 方至雖勤於講武之事, 別無才德, 其爲上護軍, 足以償其功。" 上曰: "純之其於得宗之事, 全不知之。 予初知其實, 則當不罷職矣。 方至則有功於講武之事, 其門地雖寒微, 旣無瑕咎, 拜堂上官, 何爲不可乎? 若等之言雖美, 似爲迂闊。"


  •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97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