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주의 일로 중국 황제가 고득종에게 약재를 내리니 의금부에 체포하게 하다
절일사(節日使) 고득종(高得宗)이 북경에 있으면서 예부 상서(禮部尙書) 호영(胡濚)에게 말하기를,
"우리 전하께서 근래에 북쪽 오랑캐가 변경을 침략하여 밤낮으로 근심하시기 때문에, 소갈병(消渴病)을 얻은데다 또 안질(眼疾)이 계셔서 조정에 아뢰어 의약(醫藥)을 묻고자 하나, 다만 신청(宸聽)213) 을 번거롭게 할까 두려워하여 감히 못할 뿐입니다."
고 하니, 영(濚)이 말하기를,
"돌아가 전하에게 보고하기를, ‘전하는 마음을 너그럽게 하소서, 마음을 너그럽게 하소서. 야인들이 작란(作亂)하는 것은 조정의 대법(大法)으로 조처할 것입니다. ’고 하시오,"
하였다. 득종이 또 편지를 영에게 보내기를,
"득종(得宗)이 의주(義州)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에, 야인의 병마(兵馬)가 본월 27일에 본국 자성군(慈城郡) 우예 구자(虞芮口子)에 갑자기 들어와서 인축(人畜)을 살략(殺掠)하고 집을 분탕(焚蕩)질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는 반드시 범찰(凡察)과 만주(滿住) 등이 공모하는 짓일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여러 번 내린 칙유를 공경히 준수하사, 더불어 화목하여 변민(邊民)을 편히 하려고 이들을 어루만져 편히 하기를 매우 후하게 하였으나, 범찰·동산(童山) 등이 성칙(聖勅)을 위반하고 무리를 거느리고 도주하여 몰래 만주에게 붙여서 당류를 보태어 화(禍)를 짓는다고 하오니, 배신(陪臣)이 이 말을 들은 뒤로 밤낮으로 근심합니다. 늑대와 이리 같은 야인들의 충돌은, 저들은 스스로 꾀를 얻었다고 할 것이오나, 백성들의 죄 없이 살상(殺傷)되매 마음이 몹시 상하고 아프오나, 천문(天門)214) 을 우러러보고 상달(上達)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지금 저들이 그곳에서 모여 살면서 마음대로 하도록 놓아두오면, 우리 국경의 백성들이 날마다 침해(侵害)를 당하되 끝이 없을 것이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천청(天聽)에 들리도록 아뢰어 밝은 처치를 내려 소국(小國)의 인명을 살리게 하소서."
하였는데, 이때 중국 조정에서는 또 만주와 범찰 등의 아뢰는 말을 듣고, 지휘(指揮) 오양(吳良)을 보내어 만주 등의 관하(管下) 인구를 돌려보내기를 칙명(勅命)하니, 득종이 듣고 또 영에게 이르기를,
"만주의 관하 사람은 한 사람도 사로잡혀서 현재 있는 자가 없다."
고 하고, 또 만주가 사로잡아 간 인구를 돌려보내기를 청하였으니, 이는 모두 국가에서 명한 것이 아닌데, 득종이 마음대로 스스로 청하였다. 황제가 특별히 약재(藥材)를 내려 득종에게 부치니, 서장관(書狀官) 김담(金淡), 압물(押物) 이순지(李純之), 압마(押馬) 김지(金智), 통사(通事) 김한(金汗)·김신(金辛) 등도 그 일에 참예하였으므로, 드디어 득종(得宗)·담(淡)·순지(純之)·지(智)·한(汗)·신(辛) 등을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였다. 이때 득종 등이 돌아오지 아니하였는데, 의금부에 명하여 체포하여 오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79면
- 【분류】외교-명(明) / 외교-야(野)
○節日使高得宗在京師, 語禮部尙書胡濚曰: "我殿下近因北虜侵擾邊鄙, 夙夜憂慮, 得消渴, 又患眼疾。 欲達朝廷問醫藥, 第緣煩瀆宸聽, 未敢耳。" 濚曰: "歸報殿下, 寬心寬心。 野人作亂, 自有朝廷大法矣。" 得宗又以書投濚曰: "得宗到義州江上, 聞有野人兵馬, 本月二十七日, 突入本國慈城郡 虞芮口子, 殺掠人畜, 焚蕩室廬, 此必凡察與滿住等同謀所作也。 殿下欽遵屢降勑諭, 欲與輯和, 以安邊民, 撫綏甚厚, 凡察、童山等違背聖勑, 率群逃走, 潛投滿住, 添作儻類爲患。 陪臣聞此以來, 夙夜憂憫。 豺狼衝突, 自爲得計, 赤子無辜, 肝腦塗地, 傷心痛情, 有如此者, 翹首天門, 無由上達。 若今著他聚居其地, 縱其自肆, 則我國邊民, 日見侵害, 無有紀極矣。 伏望聞奏天聽, 明降處置, 以活小國人命。" 時朝廷又聽滿住、凡察等奏, 遣指揮吳良, 勑還滿住等管下人口。 得宗聞之, 又謂濚曰: "滿住管下人, 無一人生擒見存者。" 又請還滿住虜去人口, 此皆非國家之命, 得宗擅自請之, 帝特賜藥材, 就付得宗。 書狀官金淡、押物李純之、押馬金智、通事金汗ㆍ金辛, 亦與其事, 遂下得宗、淡、純之、智、汗、辛于義禁府鞫之。 時得宗等未還, 命義禁府逮捕以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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