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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11월 22일 을묘 1번째기사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석보를 먼저 쌓고 장성을 쌓도록 하며 왜인이 고기잡는 것을 허락하다

영의정 황희·좌찬성 하연·우찬성 최사강·병조 판서 정연·예조 판서 김종서·우참찬 이숙치 등이 의논하기를,

"장성(長城)의 역사(役事)는 비록 수십 년에 이를지라도 마치기를 기약할 수 없는데, 도적이 만약 허술한 틈을 타서 갑자기 들어오면, 죽거나 사로잡힘을 당할 것이오니, 먼저 석보(石堡)를 쌓은 뒤에 점차로 장성을 쌓음이 적당하옵니다. 왜인이 고기잡기를 청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지극한 심정에서 나왔으므로, 비록 허락하지 아니할지라도 몰래 숨어 내왕하면서 그 이익을 취하여 다함이 없을 것이오니, 본국에서 비록 알지라도 어떻게 금제하오리까. 만약 금제하고자 하면, 반드시 변경에 틈이 생길 것이오니, 허락하여 그 은혜를 베푸는 것만 같지 못하오며, 또 약속을 정하여 왕래를 조절함이 편리할 듯하옵니다. 지세포(知世浦)는 바로 왜선(倭船)이 왕래하는 요충지(要衝地)이므로 지혜와 용맹이 있는 자를 골라서 만호로 삼고, 종정성과 더불어 약속하기를, ‘너희들의 생활이 곤란하고, 또 두세 번 청하기로 고초도에서 고기잡기를 청하는 일을 허락하고자 하니, 모름지기 배의 대소(大小)를 구분하여 문인(文引)을 주어 내왕하게 하고, 지세포에 세(稅)를 바치며, 만약 문인이 없거나 또 세를 바치지 아니하면, 논죄(論罪)하여 세를 징수하겠다. ’고 함이 적당하옵니다."

하고, 우의정 신개는 논의하기를,

"신의 뜻도 황희 등의 의논과 같사오나, 왜인이 고기잡기를 청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신이 망령되게 생각하기를, 대마도는 본시 우리 나라 땅이온데 고려의 말기에 기강(紀綱)이 크게 허물어져서 도적을 금하지 못하여 드디어 왜적의 웅거하는 바가 되었사온데, 만약 이 청을 허락하오면, 저들이 반드시 고초도를 그들의 땅으로 만들고, 혹 와서 사는 자가 있을 것이오니, 오랜 세월을 지나면 본국에서 무슨 연유로 다투오리까. 생각하오면 가히 한심스럽습니다. 마땅히 왜인에게 효유하기를, ‘고초도는 우리 나라 영토인데, 너희들이 어찌 감히 마음대로 왕래하면서 고기를 잡겠느냐. ’고 하여, 마땅히 이처럼 대의(大義)를 들어서 깨우쳐 말할 것이오며, 가볍게 승낙할 수 없습니다. 저들이 비록 몰래 숨어서 왕래할지라도 매양 고기잡을 때를 당하여 병선(兵船)을 나누어 보내어 수색해 잡아서 적선(賊船)으로 논죄(論罪)하면, 저들이 어찌 감히 내왕하여 그 위력을 범하오리까. 이렇게 하오면 우리 나라의 위엄이 크게 떨쳐서 저들이 감히 방자하지 못할 것이오니, 신은 허락치 아니함이 적당할까 하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황희 등의 말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70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군사-관방(關防) / 외교-왜(倭) / 역사-전사(前史)

    ○乙卯/領議政府事黃喜、左贊成河演、右贊成崔士康、兵曹判書鄭淵、禮曹判書金宗瑞、右參贊李叔畤等議以爲: "長城之役, 雖至數十年, 未可期畢。 賊若乘虛突入, 必見殺掠, 莫如先築石堡, 然後漸築長城爲便。 至於倭人釣魚之請, 出於至情, 雖不許之, 潛隱來往, 以取其利, 無有紀極。 本國雖知之, 何以禁制? 若欲禁制, 必生邊釁, 莫如許之以施其恩。 又定約束, 以節往來, 庶乎便益。 知世浦, 乃船往來要衝之地, 擇有智勇者爲萬戶, 與宗貞盛約曰: ‘汝等生理艱苦, 且請之再三, 欲許孤草島釣魚之請, 須分船隻大小, 給文引來往, 納稅于知世浦。 若無文引, 且不納稅, 當論罪徵稅’。 爲便。"

    右議政申槪議曰: "築城之議, 臣意與等議同。 至若倭人約魚之請, 臣妄意對馬島, 本我國之地, 高麗之季, 紀綱大毁, 不能禁賊, 遂爲奴所據。 若許此請, 彼必以孤草島爲其地, 或有來居者。 屢經歲月, 本國何緣爭之! 思之, 可爲寒心。 當諭倭人曰: ‘孤草島, 我國境土, 汝等何敢擅便往來釣魚哉?’ 當如此擧義開說, 不可輕諾。 彼雖潛隱往來, 每當釣魚時, 分遣兵船搜捕, 論以賊船, 則彼何敢來往, 以犯其鋒乎? 如是則我國之威大振, 而彼不敢肆矣。 臣以爲不許爲便。"

    上從等議。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70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군사-관방(關防) / 외교-왜(倭)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