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덤의 혈을 정하고 목효지의 본역(本役)을 면제하다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과 민의생(閔義生)·조서강(趙瑞康) 등이 돌아와서 사연을 갖추어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목효지(睦孝智)의 말을 듣고서 마음이 퍽 불안하였는데, 경들이 가서 그 의심을 변명하였으니, 내가 매우 기쁘다. 그러나 그 땅이 고현(古縣)이라는 것이 의심되고, 또 파도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이 염려되니, 다시 지리(地理)의 여러 서적을 상고하여 보고하라."
하니, 의생 등이 용혈명도(龍穴明圖)의 푸른 용이 바다로 달아나고[蒼龍奔海] 노는 거북이 바다로 내려간다[遊龜下海]는 말과 《착맥부(捉脈賦)》의 파도(波濤)가 흉용(洶湧)한 것은 지극한 선(善)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성곽(城郭)의 구허(丘墟)와 붕파 단안(崩破斷岸)의 모든 인정(人情)에 불합(不合)한 곳은 모두 옮길 수 없다는 말로써 상문(上聞)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파도가 흉용한 것은 산가(山家)의 꺼리는 바라 함은 파도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필시 항상 흉용하는 것을 보는 땅일 것이요, 성곽의 구허도 역시 이와 같은 소보(小堡)를 이르는 것이 아닐 것이니, 내가 마땅히 이 땅을 쓸 것이다. 그러나 그 당초에 혈(穴)을 정하였던 곳을 자세히 푯말을 세우지 아니하여, 양선(揚善)이 다른 혈을 파게 하였다. 능침(陵寢)은 대사(大事)인데 거의 일을 패(敗)하게 할 뻔하였으니, 가(可)하다 하겠는가."
하고, 즉시 이정녕(李正寧)·정인지(鄭麟趾) 등에게 명하여 다시 장혈(葬穴)을 살펴보게 하였다. 그리고 나서 의생 등에게 명하기를,
"효지의 말은 비록 취(取)한 바가 없으나, 그러나 큰일을 당하여 상서(上書)해서 극진하게 진술하였으니, 마음인즉 취할 만하다. 더구나 다시 장혈(葬穴)을 정하게 된 것은 실로 효지 때문이니, 효지의 본역(本役)을 면제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57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재정-역(役) / 왕실-종사(宗社)
○壬辰/安平大君 瑢及閔義生、趙瑞康等還, 具辭以聞, 上曰: "予聞孝智言, 心頗不安, 卿等往辨其疑, 予甚喜之。 然疑其地爲古縣, 又恐波濤及聞, 更考地理諸書。" 義生等以龍穴明圖蒼龍奔海遊龜下海之語及《捉脈賦》波濤洶湧未爲盡善城郭丘墟崩破斷岸諸不合人情之處皆不可遷之語上聞, 上曰: "波濤洶湧, 山家所忌者, 非指濤聲及聞者, 必是所見常常洶湧之地也; 城郭丘墟, 亦不是如此小堡之謂也, 予當用此地矣。 然其當初點穴處, 不詳立標, 使揚善穿他穴。 陵寢, 大事也, 幾於敗事, 其可乎哉?" 卽命李正寧、鄭麟趾等, 更審葬穴。 尋命義生等曰: "孝智之言, 雖無所取, 然當大事, 上書極陳, 心則可取。 況更定葬穴, 實因孝智也, 其除孝智本役。"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5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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