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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93권, 세종 23년 8월 25일 기축 1번째기사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빈궁의 능소인 안산 고읍 땅이 흉악한 땅이라는 전농시의 종 목효지의 상소문

전농시(典農寺)의 종[奴] 목효지(睦孝智)가 상언(上言)하기를,

"무릇 상지법(相地法)102) 은 조종(祖宗)으로써 근본을 삼는 것이오니, 조산(祖山)이 고준(高峻)한 연후에야 생기(生氣)가 왕성하고, 생기(生氣)가 왕성한 연후에라야 음덕(蔭德)을 내리는 것이 연면(連綿)하게 멀리 가는 것입니다. 대개 산천(山川)의 영령(英靈)한 기(氣)는 제 스스로 행하지 못하고 산(山)을 따라서 운행(運行)하는 것이므로, 잘 결합되어 판국이 된 것은 반드시 내룡(來龍)103) 이 있어서 높이 솟고, 용(龍)과 호(虎)가 둘러싸고 조회(朝會)해 보이는 안산(案山)104) 이 분명(分明)하며, 사산(四山)이 공읍(拱揖)하고 수맥(水脈)이 굴곡(屈曲)하여, 물이 깊고 맑으며 휘돌아 굽이쳐 흐르되, 오는 데에 그 근원이 안 보이고 가는 데에 그 흐르는 곳이 안 보여서, 마땅히 들어올 때에 들어오고 마땅히 나갈 때에 나간다면, 가위(可謂) 길(吉)한 땅이라 하겠고, 만약 조종(祖宗)이 얕고 연약하며, 내룡(來龍)이 미소(微小)하여 끊어진 데도 있고 파인 데도 있어서 기맥(氣脈)이 연속되지 아니하고, 산과 물이 서로 등지고 나가서 산란(散亂)하여 돌아[歸流]간 데가 없고, 흐르는 길이 곧게 나서 마땅히 들어갈 때에 나가고, 마땅히 나갈 때에 들어오면, 가위(可謂) 흉(凶)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제 빈궁(嬪宮)의 능소(陵所)인 안산(安山) 고읍(古邑) 땅을 보니, 그 산(山)의 내룡(來龍)이 얕고 약하며, 길[路]로 끊어진 곳이 많아서 10여 군데나 되옵니다. 《동림조담(洞林照膽)》에 이르기를, ‘내룡이 악(惡)하고 약(弱)하면 낳은 아이[兒]가 녹아버린다.’ 하였고, 《곤감가(坤鑑歌)》에 이르기를, ‘끊어진 산에 가로 파[橫槧]였으면 기(氣)가 연(連)하기 어렵다.’ 하였고, 《지리신서(地理新書)》에 이르기를, ‘도로(道路)가 가로 파인 것은 기맥(氣脈)을 끊어지게 하는 것이라.’ 하였고, 또 《신서(新書)》이전(李筌)이 이르기를, ‘장성(長城)을 쌓느라고 산(山)을 끊어서 진(秦)나라가 망하였고, 기(淇)·변(汴)105) 을 뚫느라고 지맥(地脈)을 끊어서 수(隋)나라가 망하였다. ’고 하였습니다. 그 크고 작은 것은 비록 다르나, 이치인즉 하나이옵니다. 또 건해산(乾亥山)이 변하여 계좌정향(癸坐丁向)이 되었고, 사지(巳地)에 수파(水破)되고 계산(癸山)이 토(土)에 속하여, 이미 태(胎)가 끊어졌사오니 진실로 가소(可笑)롭습니다. 비록 흙을 모아서 그 장생(長生)이라는 말은 면하겠사오나, 반드시 그 불소(不小)한 해(害)가 있을 것입니다. 이 산은 건해방(乾亥方)이 주장이 되었고, 사방(巳方)이 수파(水破)되었사온데, 견해방은 금(金)에 속하여 사방(巳方)에 나오니, 이것이 장생(長生)이라는 것이옵니다. 《의룡경(疑龍經)》에 이르기를, ‘생왕방(生旺方)을 유파(流破)하면 모두 절멸(絶滅)한다.’ 하였고, 《호수경(狐首經)》에 이르기를, ‘주산(主山)이 감방(坎方)에 있다가 계축(癸丑)으로 전보(轉步)해서 머리를 숙여 간방(艮方)이 되었고, 수행(水行)은 더욱 앞으로 나오고 산행(山行)은 더욱 뒤져서, 먼저 목기(木氣)를 받고 다음에 토기(土氣)를 받아, 그제야 수기(水氣)를 받으면, 3년에 1보(步)요, 10년에 일세(一世)라.’ 하였고, 《동림조담》에 이르기를, ‘건산(乾山)의 온 것이 짧아서 산절(山節)로 오는 것이 해(亥)라.’ 하였사온데, 이제 속사(俗師)들이 건방(乾方)에 앉은 산이 짧은 것을 본 것으로 곧 해산(亥山)이 주장이 되었다 하옵고, 다시 건산(乾山)을 가져서 물을 꺾[折水]지 아니하오니, 이것이 한 가지 병이옵니다. 《호수경》에 이르기를, ‘의당 나아가야 할 것이 들어오면 괴려(乖戾)의 모임이요, 의당 들어올 것이 나아가면 상파(傷破)의 실상이라.’ 하였고, 또 이르기를, ‘물의 나가는 것이 보이면 이름하기를, 「단기(短氣)」라.’ 하였삽고, 또 혈(穴)이 천관(天關)에 있사온데, 《지리문정(地理門庭)》에 이르기를, ‘천관혈(天關穴)은 범(犯)하지 못할 것이니, 범하면 사내[男]을 죽이고 어른[長]을 죽인다.’ 하였고, 이순풍(李淳風)소권(小卷) 천관혈주(天關穴注)에 이르기를, ‘천관(天關)이라는 것은 물의 근원이라.’ 하였사오며, 또 청룡(靑龍)이 물[水]을 띄고서 곧게 달아났사온데, 청룡(靑龍)이라는 것은 남자의 위치[男位]입니다. 《문정(門庭)》에 이르기를, ‘좌산(左山)·좌수(左水)가 곧은 것은 어른을 죽인다.’ 하였고, 《낙도가(樂道歌)》에 이르기를, ‘동궁(東宮)이 달려가서 서궁(西宮)을 지나[竄過]면, 장자(長子)·장손(長孫)이 일찍 죽는다. ’고 하였사옵니다. 또 고현(古縣)은 산가(山家)106) 가 역시 꺼리는 것이옵니다. 《동림조담》에 이르기를, ‘장터[市墟]나 고현(古縣)은 부녀(婦女)가 미천(微賤)하다.’ 하였사온데, 그 길흉(吉凶)의 감응(感應)은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 같사오니, 《장서(葬書)》의 이른바, ‘산이 무너지고 종(鍾)이 울며, 나무꽃[木華]이 조싹[粟芽]과 같다. ’는 것입니다. 《명산론(明山論)》에 이르기를, ‘주장하는 바의 길흉(吉凶)이 응(應)하기를 영향(影響)과 같다.’ 하였고, 《장서(葬書)》에 이르기를, ‘화(禍)와 복(福)이 해[日]를 돌이키지 않는 것으로, 군자(君子)는 신공(神工)을 빼앗아 천명(天命)을 고치나니, 《장서(葬書)》의 법칙은 골짜기에서 부르는 것 같다.’ 하였습니다. 이것으로서 보옵건대, 바로 그것이 흉악한 땅이옵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를 보고 우의정 신개(申槪)·풍수학 제조(風水學提調) 성원군(星原君) 이정녕(李正寧)·예조 판서 민의생(閔義生)·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 정인지(鄭麟趾)·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 유순도(庾順道)와 도승지 조서강(趙瑞康) 등에게 명하여 의논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56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註 102]
    상지법(相地法) : 땅의 길흉을 판단하여 보는 법.
  • [註 103]
    내룡(來龍) : 종주산(宗主山)에서 내려온 산줄기.
  • [註 104]
    안산(案山) : 묏자리에 맞은편에 있는 산.
  • [註 105]
    기(淇)·변(汴) : 물의 이름.
  • [註 106]
    산가(山家) : 풍수가(風水家).

○己丑/典農寺奴睦孝智上言曰:

凡相地之法, 以祖宗爲本, 祖山高峻, 然後生氣盛, 生氣盛, 然後蔭注緜遠。 蓋山川英靈之氣, 不能自行, 因山而運行, 融結爲局, 則必有來龍高聳, 龍(虒)〔虎〕 回抱, 朝案分明, 四山拱揖, 水脈屈曲, 泓澄洄澓, 來無其源, 去無其流, 宜入而入, 宜出而出, 可謂吉矣。 若祖宗低軟, 來龍微小, 有斷有塹, 氣脈不連, 山水背趨, 散亂無歸, 流神直注, 宜入而出, 宜出而入, 可謂凶矣。 (令)〔今〕 觀嬪宮陵所安山古邑之地, 其山來龍低弱, 路斷之處, 多至十餘。 《洞林照膽》云: "來龍惡弱, 生兒銷鑠。" 《坤鑑歌》云: "斷山橫塹氣難連。" 《地理新書》云: "道路橫塹, 令氣脈絶也。" 又《新書》 李筌云: "築長城斷山岡而亡, 開斷地脈而亡。" 其大小雖殊, 理則一也。 且乾亥山, 變爲癸坐丁向, 水破巳地, 癸山屬土, 巳爲胎絶, 誠可笑也。 雖作土而免其長生之言, 必發其不小之害也。 此山以乾亥作主, 水破巳地, 乾亥屬金, 生於巳, 是爲長生。 《疑龍經》云: "流破生旺皆絶滅。" 《狐首經》云: "主山在坎, 轉步癸丑, 垂頭爲艮。 水行益前, 山行益後。 先受木氣, 次受土氣, 方受水氣。 三年一步, 十年一世。" 《洞林照膽》云: "乾山來短, 來山節是亥。" 今俗師爲所見, 坐乾山短, 便以亥山爲主, 更不將乾山折水, 此一病也。 《狐首經》云: "宜出而入, 乖戾之集; 宜入而出, 傷破之實。" 又云: "見水所出, 名曰短氣。 又穴在天關。" 《地理門庭》云: "天關穴, 不可犯。 犯之則殺男殺長。" 李淳風 《小卷》天關穴注云: "天關者, 水之源也。 又靑龍帶水而直走。 靑龍者, 男之位也。" 《門庭》云: "左山左水直者, 殺長。" 《樂道歌》云: "東宮走竄過西宮, 長子長孫須夭壽。" 又古縣, 山家之亦忌也。 《洞林照膽》云: "市墟古縣, 婦女微賤。" 其吉凶感應, 如影隨形, 如《葬書》所謂山崩鍾鳴、木華栗芽也。 《明山論》云: "所主吉凶, 應如影響。" 《葬書》云: "禍福不旋日。 君子奪神工改天命。 葬書之法, 若呼谷中。" 以此觀之, 正是凶惡之地。

上覽之, 乃命右議政申槪、風水學提調星原君 李正寧、禮曹判書閔義生、知中樞院事鄭麟趾、僉知中樞院事庾順道及都承旨趙瑞康等議之。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56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