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빈 권씨가 졸하여 조례(弔禮)를 행하다
왕세자빈 권씨가 졸(卒)하였다. 빈(嬪)은 아름다운 덕(德)이 있어 동정(動靜)과 위의(威儀)에 모두 예법(禮法)이 있으므로, 양궁(兩宮)의 총애가 두터웠다. 병이 위독하게 되매, 임금이 친히 가서 문병하기를 잠시 동안에 두세 번에 이르렀더니, 죽게 되매 양궁이 매우 슬퍼하여 수라[膳]를 폐하였고, 궁중(宮中)의 시어(侍御)082) 들이 눈물을 흘리며 울지 않는 이 없었다. 여섯 승지(承旨)와 예조 판서 민의생(閔義生)·참판 윤형(尹炯)·참의 권극화(權克和)·지중추원사 정인지(鄭麟趾)와 선공 제조(繕工提調) 호조 판서 남지(南智)·동지중추원사 이사검(李思儉) 등이 정소 공주(貞昭公主)와 원경 왕후(元敬王后)의 상장(喪葬)의 예(例)를 참작(參酌)하여 아뢰이니, 임금이 말하기를,
"원경 왕후보다 내리고 정소 공주보다 1등을 더하게 하라."
하므로, 염빈 도감(斂殯都監)을 설치하였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거애(擧哀)는 외조모(外祖母)의 예(例)에 의(依)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빈은 나와 한집에 살던 며느리인데, 어찌 차마 밖에 나가 거애(擧哀)하겠는가. 하물며, 빈이 죽어서 거애하는 것은 예전에 정례(正禮)가 없는 것임에랴."
하였다. 백관(百官)이 시복(時服)으로 근정전(勤政殿) 뜰에 나아가서 조례(弔禮)를 행하였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동궁(東宮)은 소대(素帶)를 30일 동안 띠다가 제(除)하고, 임금과 중궁(中宮)은 소대를 5일 동안 띠다가 제하며, 조회를 5일 동안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52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註 082]시어(侍御) : 옆에서 모시는 사람.
○戊午/王世子嬪權氏卒。 嬪有懿德, 動靜威儀, 皆有禮法, 兩宮寵愛優等。 病革, 上親往問疾, 須臾幾至再三。 及卒, 兩宮痛悼廢膳, 宮中侍御, 莫不涕泣。 六承旨及禮曹判書閔義生、參判尹炯、參議權克和、知中樞院事鄭麟趾、繕工提調戶曹判書南智、同知中樞院事李思儉等參酌貞昭公主、元敬王后喪葬之例以啓, 上曰: "降元敬王, 加貞昭公主一等。" 於是, 置斂殯都監。 禮曹啓: "擧哀依外祖母之例。" 上曰: "嬪乃予同居家婦, 何忍出外擧哀? 況嬪死擧哀, 古無正禮乎?" 百官以時服, 詣勤政殿庭行弔禮。 禮曹啓: "東宮, 着素帶三十日而除; 上與中宮, 素帶五日而除。 停朝五日。" 從之。
- 【태백산사고본】 30책 93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52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