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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92권, 세종 23년 5월 19일 갑인 6번째기사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최양선이 수강궁 자리에 대해 풍수학상 불가함을 상소하다

술자(術者) 최양선(崔揚善)이 상소(上疏)하기를,

"신이 삼가 창덕궁(昌德宮)의 좌지(座地)와 수강궁(壽康宮)의 좌지를 보오니, 지리법에 있어서 모두 불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창덕궁으로 말하면 종묘산(宗廟山)은 왼 팔인 청룡(靑龍)이 되는 것이고, 또 수강궁으로 말하면 오른 팔인 백호(白虎) 역시 종묘산이기 때문입니다. 《동림조담(洞林照膽)》에 이르기를, ‘대체로 용·호(龍虎) 두 팔에는 사묘(社廟)를 둘 수 없는 것이니, 자손이 귀신에게 해를 당하고 또 고아와 과부가 나기 때문이다.’ 하였는데, 이것은 범연한 일이 아니오매 삼가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또 종묘 주산(宗廟主山)은 근맥(筋脈)061) 이 파지고 끊어졌는데 궁실(宮室)을 경영함은 용을 흔들음이라, 이른바 그 목을 조르고 그 근맥(筋脈)을 끊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주먹만한 돌이나 조그마한 땅이라도 저 금옥(金玉)을 이긴다.’ 하였으니, 신은 그윽이 이를 아깝게 여기옵는데, 오늘날 종묘 주산 근맥의 기운이 흩어져 나간 것은 파지고 끊어진 것보다 심한 것이 없고, 궁실 좌지의 편하지 못한 것은 더욱 종묘 주산이 용·호가 된 것보다 심한 것이 없사옵니다. 신은 밤낮으로 경공(驚恐)함을 마지 아니하여 자주 천총(天聰)을 번독(煩瀆)하게 하였으니, 엎디어 바라옵건대 궁실을 이배(移排)하시어 그 응(應)이 없이 배양하게 하시면 종묘 주산 근맥의 길한 기운이 더할 수 없게 왕성할 것이오니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신이 또 대역(大易)홍조(洪造)의 뜻을 상고하오니,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는 소속이 귀일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갑(甲)은 동방이 되고 목(木)은 인(仁)에 속하며, 병(丙)은 남방이 되고 화(火)는 예(禮)에 속하며, 경(庚)은 서방이 되고 금(金)은 의(義)에 속하며, 임(壬)은 북방이 되고 지(智)에 속하며, 무(戊)는 중앙이 되고 토(土)는 신(信)에 속하옵는데, 대체로 땅의 형세도 또한 인·의·예·지·신이 있고 그 길흉 화복도 방위에 따라 응하게 되니, 이로써 유추(類推)하게 되면, 지금의 우필(右弼)도 명당(明堂)의 형세로 좋고 나쁜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갑(甲)은 인(仁)과 짝하고 동방에 속하는데, 동산(東山)이 등지고 달림은 인산(仁山)이 반배(反背)함이요, 병(丙)은 예(禮)와 짝하고 남방에 속하는데, 남산(南山)이 낮고 약함은 예산(禮山)이 휴결(虧缺)함이며, 이것은 문반(文班)이 인·예(仁禮)에 속하니 혹 휴손(虧損)할 징조이요, 경(庚)은 의(義)와 짝하고 서방에 속하는데, 서산(西山)이 돌아와 읍함은 의산(義山)이 유정(有情)함이며, 이것은 무반(武班)이 성함이니 의(義)가 응한 것이나, 임(壬)은 땅과 짝하고 물[水]에 속하는데, 물이 산에 있음은 중정(中正)함이 아니요, 무(戊)는 신(信)과 짝하고 중앙에 속하는데, 중맥(中脈)이 가로 비김[橫斜]은 지·신(智信)의 의(義)에 부끄러움이 있는 것입니다.

《지리변망(地理辨妄)》에 이르기를, ‘천지의 사이에 이것은 이(理)가 있다면 이 같은 물(物)이 있고, 이 같은 물(物)이 있다면 이같은 응(應)이 있는 것이다.’ 하였으니, 《장서(葬書)》에서 이른바 소가 눕고 말이 달린다[牛臥馬馳]는 것이 이 같은 물(物)이요, 소는 부자가 되고 봉황은 귀하게 된다[牛富鳳貴]는 것은 이 같은 응(應)이니, 이 같은 이(理)가 있다면 이 같은 기(器)가 있게 되고, 이 같은 기(器)가 있다면 이 같은 용(用)이 있게 되므로, 《장서(葬書)》에서 이른바 재주머니가 옷을 더럽힌다[灰囊亂衣]는 것은 이 같은 기(器)이요, 집 재앙이 창고를 태운다[災舍焚倉]는 것은 이같은 용(用)입니다. 그 응하는 예(例)가 이와 같으므로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신은 그윽이 염려하여 마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궁전(宮殿)은 모두 보필하는 땅에 있고 존위(尊位)에 있지 아니하오니, 이것은 모두 온당치 못한 것입니다. 신은 평탄한 판국[坦局]의 한가운데이요, 보필(輔弼)의 사이이요, 장막(帳幕)의 안에 당하는 곳이 바로 천존(天尊)의 자리라 생각되옵니다. 이것은 대황룡(大黃龍)의 정맥(正脈)이요, 기린(麒麟)의 형세이요, 천년을 응하는 대지(大地)이요, 시운(時運)의 자연에 합하는 것이라고 하겠으니, 신은 엎디어 바라옵건대 궁실을 경영하시되 정기(正氣)를 받아 타게 하시고 길이 강녕(康寧)한 복을 도모하옵소서. 신의 학문은 풍수(風水)에 있사와 감히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옵니다."

하였으나, 풍수학 제조(風水學提調) 등이 의논하여 아뢰기를,

"지리 제서(地理諸書)에서 사묘(社廟)라고 칭한 것은 신불(神佛)을 가려서 말함이니, 《동림조담(洞林照膽)》지남 제서(指南諸書)에서 이른바 신전(神前)·신후(神後)의 유(類)가 바로 그것이며, 이는 종묘와 사직을 가리켜 말함이 아니옵니다. 예서(禮書)를 보면, 왕궁(王宮)은 좌묘(左廟)·우사(右社)한다는 뜻으로 알 수 있는 것이며, 발사출식가(撥砂出式歌)에 이르기를, ‘산(山)이 온 위치를 호(號)하여 주(主)라 하고, 한 짐승이 있으니 현무(玄武)라 한다. 까마득하게 온 형세를 손상함이 없고, 또한 파서 깨침도 없이 모두 구덩이와 언덕이 되었도다. ’고 하였습니다. 이제 창덕궁수강궁은 모두 종묘의 주맥(主脈)에 매우 가까워서 비록 좌우에 끊어짐이 없다 하오나, 정맥(正脈)이 있는 곳은 저윽이 파헤쳐지고 손상된 곳이 있사오니, 정업원(淨業院) 동쪽 언덕으로부터 종묘 주산에 이르기까지의 정척(正脊) 좌우의 2, 30 보(步)되는 곳에다가 각각 요량하여 소나무를 재배함이 옳겠나이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92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43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왕실-종사(宗社) / 농업-임업(林業)

  • [註 061]
    근맥(筋脈) : 힘줄과 혈맥.

○術者崔揚善上疏曰:

臣伏覩昌德宮座地與壽康宮座地, 於地理法, 俱爲不可, 何也? 以昌德宮言之, 宗廟山爲左臂靑龍也。 又以壽康宮言之, 右臂白虎, 亦是宗廟山也。 《洞林照膽》云: "凡龍虎二臂, 不可有社廟。 子孫爲鬼所害, 復出孤寡也。" 此非泛言, 不可不愼也。 且爲宗廟主山, 掘斷筋脈, 經營宮室, 此撼龍所謂控其咽喉斷其筋脈者也。 古人云: "拳石寸土, 勝彼金玉。" 臣竊惜之。 今宗廟主山筋脈之泄氣, 莫甚於掘斷, 宮室座地之未便, 尤莫甚於宗廟主山爲龍虎。 臣夙夜驚恐未已, 屢瀆天聰, 伏望移排宮室, 俾無其應; 培養宗廟主山筋脈, 庶旺吉氣莫(究)〔窮〕 , 不勝幸甚。 臣又稽大《易》洪造之義, 天地人三才所屬歸一。 何則? 甲爲東木屬仁, 丙爲南火屬禮, 庚爲西金屬義, 壬爲北水屬智, 戊爲中土屬信。 凡地之形勢, 亦有仁義禮智信, 其吉凶禍福, 隨方位而應之。 以此推之, 今之右弼明堂之形勢, 休咎可言也。 甲配仁而屬東, 東山背走, 是仁山反背也。 西配禮而屬南, 南山低弱, 此禮山虧缺也。 是則文班之屬, 仁禮或虧徵也。 庚配義而屬西, 西山回揖, 是義山有情也。 此則武班之盛, 爲義之應也。 壬配地而屬水, 水山居非中正, 戊配信而屬中, 中脈橫斜, 此則有愧於智信之義也。 《地理辨妄》云: "天地之間, 有如是之理, 則有如是之物, 有如是之物, 則有如是之應也。 《葬書》所謂牛臥馬馳者, 如是之物也; 牛富鳳貴者, 如是之應也。 有如是之理, 則有如是之器, 有如是之器, 則有如是之用。 如《葬書》所謂灰囊亂衣者, 如是之器也; 災舍焚倉者, 如是之用也。" 其應例如此, 不可不愼也, 臣竊慮懇不已。 今之宮殿, 皆在輔弼之地, 未有尊位者也, 此俱爲未便。 臣以謂當垣局之中、輔弼之間、帳幕之內, 是乃(是乃)天尊之座, 此大黃龍之正脈, 亦麒麟之形勢, 應千年之大地, 合時運之自然。 臣伏願經營宮室, 承乘正氣, 永圖康寧之福。 臣學在風水, 不敢不言, 謹昧死以聞。

風水學提調等議以爲: "地理諸書稱社廟者, 指神佛而言。 如《洞林照膽》《指南》諸書所謂神前佛後之類是也, 非指宗廟社稷而言也。 觀禮書王宮左廟右社之義, 則可知矣。 撥砂出式歌云: ‘來山位號爲主, 有一獸兮曰玄武。 迢迢來勢無傷損, 亦無掘破幷坑塢’。 今昌德壽康宮皆逼近宗廟主脈, 左右雖無坑斷, 正脈之處, 頗有堀破損傷之地。 自淨業院東崗以至宗廟主山正脊左右, 各二三十步, 量宜裁松。"

從之。


  • 【태백산사고본】 29책 92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43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왕실-종사(宗社) / 농업-임업(林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