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부 윤 김돈의 제문
인수부 윤(仁壽府尹) 김돈(金墩)에게 사제(賜祭)하였다. 그 제문(祭文)에 이르기를,
"생각하건대, 경은 자품이 수이(粹異)하고 학문이 정심(精深)하여, 일찍이 빛나는 명예를 펴서 사림(詞林)을 표박(表襮)088) 하였도다. 경연[經帷]에 뽑아 두고 계옥(啓沃)089) 의 바탕을 삼으니, 고금을 변정함과 성리(性理)의 학설에 있어서 좌우로 근원을 만나 자세하게 분석하였으매, 내 마음에 아름답게 여겨 사랑함이 깊고 두터웠도다. 경의 노모(老母)가 멀리 강진(康津)에 있음에 경을 외직에 보(補)하기를 아깝게 여겼고, 경이 모친(母親)을 생각할까 가엾게 여겨 특별히 어미를 수레에 모시게 명하여 조석을 같이 하도록 하였도다. 간의(簡儀)를 감독하여 만들게 하니 제작(制作)이 새로왔고, 은대(銀臺)090) 의 장(長)으로 뽑아서 기밀을 관장하게 하였더니, 출납(出納)이 밝고 진실하였으며, 우모(訏謨)091) 에 힘써 부지런하였도다. 더욱 큰 그릇으로 중히 여겨 좋은 보필이 되기를 기약하였더니, 그 약하고 병들음을 민망히 여겨 한직(閑職)으로 승진 제배(除拜) 하였노라. 좋은 약제를 내려주어 날마다 회복하기를 바랐었는데, 어찌하여 수명이 길지 못하여 갑자기 영결(永訣)하게 되었는지, 어찌하여 자질은 풍부하게 주었으나 생명은 인색하게 주었는지, 영령을 추상(追想)하니 진실로 슬프기 한이 없노라. 이에 휼전(恤典)을 내려 사인으로 하여금 한 잔의 술을 드리게 하노니, 영혼(英魂)이 앎이 있거든 이를 흠향하기 바라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91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2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88]표박(表襮) : 뛰어나게 나타냄.
- [註 089]
○賜祭于仁壽府尹金墩。 其文曰:
惟卿資稟粹異, 學問精深。 蚕播華譽, 表襮詞林。 選寘經帷, 以資啓沃。 古今之辨, 性理之說。 左右逢源, 毫分縷析。 予心是嘉, 眷注冞篤。 卿有老母, 逖在康津。 惜卿補外, 憐卿戀親。 特命輦母, 俾同晨夕。 監製簡儀, 克新制作。 擢長銀臺, 以掌機密。 出納明允, (訐謨)〔訏謨〕 密勿。 尤加器重, 期作良弼。 憫其嬰疾, 陞拜閑職。 錫之良劑, 日望平復。 云胡不永, 遽爾永訣? 何資之豐, 而壽之嗇? 追想英靈, 良深慟惻。 阬降恤典, 伻陳一巵。 英魂有知, 尙宜饗之。
- 【태백산사고본】 29책 91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2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