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에서 명주 징수와 공법에 대해 보고하다
호조에서 의정부에 보고하기를,
"전일에 재가(裁可)를 받[啓下]은 진언(陳言)을 조목별(條目別)로 마감(磨勘)하여 삼가 다음에 기록합니다.
1. ‘제용감(濟用監)에 바치는 고운 명주[細紬]는 백성들의 경작하는 바에 따라 징수하나, 외방(外方)에서 직조(織組)한 것은 곱고 굵은 것이 국용(國用)에 합당하지 못하므로, 모두 서울에서 많은 값으로 사서 바치는데, 한 필의 값이 면포(綿布)로 〈환산(換算)하면〉 15, 6필이 되고 혹은 17, 8필이나 되어, 그 폐단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경작하는 바에 따라서 베[布]를 거두어 제용감에 바치면, 본감(本監)에서는 마포(麻布)의 예(例)에 의하여 〈명주를〉 무역하는 것이 거의 편익(便益)할 듯합니다.’ 하는 조목은, 오는 신유년부터 서울과 각도(各道)의 잠실(蠶室)에서 생산되는 고치를 인수부(仁壽府)·인순부(仁順府)와 내자(內資)·내섬시(內贍寺)를 시켜 직조하게 하여 바치게 하소서.
1. ‘우리 나라의 공법(貢法)은 원래 건국 초기부터 나라의 쓰임새를 요량하고, 토지의 비척(肥瘠)에 따라 실정에 맞도록 정하여 해마다 등급에 따라 거두는 것인데, 근래에 영선(營繕)의 비용으로 인하여 부등방목(不等方木)045) 과 광판목(廣板木)·정탄(正炭) 등의 여러가지 물건을 해마다 앞당겨서 바치[引納]도록 하니, 백성이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여 남이 대납(代納)하고 곱절 값을 거두어, 백성의 생활이 나날이 곤궁하여집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만민(萬民)이 바치는 공물이라.」 하였사온즉, 지금부터는 토목 공사(土木工事)의 필요치 않은 비용[冗費]을 줄여서, 인납법(引納法)046) 을 없애어 백성의 삶을 편케 하자. ’라는 조목은, 부등방목과 광판목은 지금 앞당겨 바치는 것이 없고, 정탄은 공상(供上) 및 여러 곳에서 소용되는 것이 모자라므로, 부득이 임시(臨時)해서 계문(啓聞)하고 앞당겨 바치도록 하는 까닭에 견감(蠲減)하기는 어려우니, 한결같이 《육전(六典)》에 의거하여 수령이 요량하고 값을 거두어서 직접 보는 자리에서 지급하도록 하소서.
1. ‘외방에서 바치는 공물(貢物)은 해마다 공안(貢案)에 기재된 수량에 의해서 징납(徵納)하는바, 이 물건들이 묵어 쌓이고 쌓여 썩게 되면 민간에 팔아 버리는데, 거둘 때는 저울눈을 다투는 것이나 쓸 때에는 진흙이나 모래같이 하여, 백성의 재력(財力)을 헛되이 버림은 실로 타당하지 못하니, 지금부터는 매년 7월에 호조에서 각사(各司)의 창고에 남아 있는 〈물품의〉 수량을 고찰하여, 1년 동안의 경비를 요량하고 알맞게 줄여서 거둘 것입니다. ’라는 조목은 상언(上言)한 대로 시행하소서.
1. ‘사민(四民) 중에 오직 농민이 가장 수고합니다. 권농(勸農)의 한 가지 일만으로 말하더라도, 그 밭갈이 하는 것이 혹은 이르고 늦음이 있는 까닭에, 김매기 하는 것도 또한 선후(先後)의 차례가 있어, 이럼으로써 곡식을 많이 생산하게 됩니다. 지금에는 감사와 수령이 일시(一時)에 독촉하여 서로 먼저 마치기를 다투며, 수령은 또 아직 밭갈이하지 못한 자를 죄주는 까닭에, 백성이 그 법을 두려워하여 일시(一時)에 다 밭갈이하게 되므로, 김맬 때가 되면 일시에 풀이 성하여 지나 힘이 모자라 풀을 제거할 수 없게 되니, 도리어 해(害)가 되어 곡식이 적게 납니다. 또 비록 풍년이 들어서 벼가 들에 깔려 있건마는, 흉년을 대비한다 하여 풀을 캐서 먹게 하므로 추수할 겨를이 없고, 들에 깔린 곡식은 드디어 도적과 짐승들의 먹이로 되니, 힘을 허비하고 곡식을 허비하여 한갓 해로울 뿐 아니라 곡식도 줄어들게 되는바, 신은 그윽이 생각하기를, 농사를 위하는 도리는 다만 농민의 마음을 순(順)하게 하여 대체(大體)를 상고하고 할 바를 찾아 힘을 다하도록 할 뿐입니다. ’라는 조목은, 속호전(續戶典) 권농조(勸農條)를 참고하니, ‘각 고을 수령은 파종(播種)·제초(除草)·추수(秋收) 등사(等事)를 제때에 고찰하여 시기를 놓치지 말아서 곡식에 해가 없도록 하여, 능히 고찰하지 못하는 자는 율(律)에 의하여 논죄(論罪)한다.’ 하였고, 또 정통(正統) 4년 3월 본부(本府)의 수교(受敎) 가운데의 해당 조목에는, ‘농사는 모름지기 시기에 맞추어서 권장하게 하라. 그러나 그 중에는 각박(刻迫)하게 독촉하여 백성들이 손발도 쓸 겨를이 없도록 하며, 심지어는 밭에 거름도 할 겨를이 없도록 하여 폐단을 일으키는 자가 혹 있으니, 감사가 절후의 이르고 늦음과 민사(民事)의 완급(緩急)을 요량하여서 시행하게 하라. ’고 하였습니다. 이 조목은 법을 세우고 거듭 밝혀서 거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다. 의정부에서 아뢰기를,
"호조에서 아뢴 대로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12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국용(國用) / 농업-권농(勸農) / 정론(政論)
○戶曹報政府曰:
將前日啓下陳言條畫磨勘, 謹錄于後。
一, "濟用監所納細紬, 乃以所耕, 徵之外方織造者, 巨細精粗, 不合國用, 皆於京中, 優價買納, 一匹之直緜布或至十五六匹, 或至十七八匹, 其弊不貲。 乞以所耕收布, 納于濟用監, 本監依麻布例貿易, 庶可便益。" 右條, 來辛酉年爲始, 須將京中及各道蠶室所出之繭, 令仁壽仁順府內資內贍寺織造進獻。
一, "我朝作貢之法, 元自國初, 量費任土, 逐歲收科。 近因營繕之費, 不等方木、廣板木、正炭諸物, 每歲引納, 民不自辦, 令人代納, 倍數收價, 民生日窮。 《書》曰: ‘以萬民惟正之供。’ 願自今裁省土木冗費, 蠲除引納之法, 以遂民生。" 右條, 不等方木、廣板木則今旣無引納矣。 若其正炭則供上及諸處所用不敷, 不得已臨時啓聞引納, 故難以蠲減, 一依《六典》, 守令酌量收價, 親監面給。
一, "外方所納貢物, 每年依貢案之數徵納, 陳陳相繼, 以致腐朽, 則賣於民間, 取之如錙銖, 用之如泥沙, 虛棄民力, 實爲未便。 願自今每當七月, 令戶曹考驗各司留庫之數, 量其一年經費, 隨宜減省。" 右條, 依上言施行。
一, "四民之中, 惟農最苦。 以勸農一事言之, 其耕之也, 或有早晩, 故其耘也, 亦有先後之次。 以此得穀多矣。 今也監司守令一時督之, 爭相先畢, 守令罪其未耕者, 故民畏其法, 一時盡耕, 及其耘也, 一時草盛, 力不能盡去, 此所以反有害而得穀少也。 且歲雖登而禾穀布野, 乃令備荒, 使拾草食, 無暇於秋收, 穀之布野者, 反爲盜賊禽獸之所食, 虛費其力, 虛費其穀, 非徒有害, 反有損也。 臣竊謂爲農之道, 但當順農民之心, 考其大體, 使得其所, 盡其力而已。" 右條, 參詳《續》 《戶典》勸農條: "各官守令, 播種除草秋收等事, 以時考察, 毋令失時, 毋致(捐)〔損〕 傷。 不能考察者, 依律論罪。" 又正統四年三月本府受敎, 節該: "農事須令及期勸課, 然其中刻迫催督, 使民不得措其手足, 至於不遑糞田, 作弊者或有之。 令監司節候早晩、民事緩急, 酌量施行。" 上項立法, 申明擧行何如?
議政府啓曰: "請依所啓。" 從之。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12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국용(國用) / 농업-권농(勸農)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