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개·아하리 등 14인이 토산물을 바치다
오랑개(吾郞介) 낭보을간(浪甫乙看) 등 10인과 오도리(吾都里) 아하리(阿下里) 등 4인이 와서 토산물을 바쳤다. 임금이 근정전에 나아가 보을간 등을 불러 보고 말하기를,
"네가 호의(好意)로써 자주 오니 내가 매우 아름답게 여긴다."
하였고, 그 나머지의 오랑개와 오도리 사람들에게 전교(傳敎)한 말도 전일(前日) 구적(仇赤)과 마좌화(馬佐化) 등에게 내린 교지와 같았다. 보을간이 아뢰기를,
"범찰과 동창 등이 고집이 세고 명민(明敏)치 못하여 도망하려고 하므로, 신이 여러가지로 타일러서 중지시켰으나, 범찰 등은 전심(前心)을 고치지 않고 도망간 연고로 마침내 가을 조회에는 올 수 없었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 호의는 내가 이미 알고 있다."
하였다. 보을간이 다시 아뢰기를,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는 혹 형은 도망갔으나 아우는 남아 있는 자와, 혹 자식은 도망갔으나 아비는 남아 있는 자가 있사온대, 만약 범찰 등이 잘 살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들린다면, 혹 잇달아 도망갈까 염려되므로 이 뜻을 아뢰고자 왔습니다. 또 신은 조부 때부터 오로지 국가를 의지하여 진심(盡心)으로 힘썼사와, 소인이 죽음으로써 보답코자 하여 왔습니다. 동창은 비록 도망갔으나 남아 있는 자가 과반(過半)이나 되오니, 만약 소인을 곧 돌려보내시면 신이 곡진하게 구휼하겠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네 말이 내 마음에 매우 합당하니, 내가 매우 기쁘다."
하매, 보을간이 또 아뢰기를,
"범찰 등은 이제 이미 심처(深處)로 도망갔고, 남아 있는 오도리 사람들을 야인이 침략할까 염려되는바, 다만 국가에서 나를 의심할까 두렵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변장(邊將)도 벌써 알고 있으니, 너는 의심하지 말라,"
하였다. 아하리가 아뢰기를,
"신은 전부터 오롱초(吾弄草) 지방에 거주하는데, 지금 소문에는 우지개(亐知介) 임아거(林阿車)가 우리 종족(種族)이 적고 형세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장차 침략하겠다는 것인바, 신이 올라올 때에 신의 처자(妻子)를 경원(慶源) 가까운 곳에다 숨겨 주었는데, 신도 또한 깊숙한 곳으로 옮겨 살아서 저들의 침략을 피하고자 합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예전부터 살던 곳보다 못할 것이다. 또 내가 그곳 지세(地勢)를 모르니, 장차 변장에게 물은 다음에 시행하겠노라."
하였다. 인견(引見)을 마치고는 잔치를 베풀어 주고, 또 직예문관(直藝文館) 박이창(朴以昌)에게 명하여 연청(宴廳)에서 교서(敎書)를 읽게 하고, 통사(通事)가 옆에서 교서의 뜻을 해설하였는데, 전일의 교서와 같았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07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丁卯/吾郞介 浪甫乙看等十人、吾都里 阿下里等四人來獻土物。 上御勤政殿, 引見甫乙看等曰: "爾以好意數來, 予甚嘉之。" 其餘吾郞介、吾都里等傳敎之辭, 與前日敎仇赤、馬佐化等同。 甫乙看啓曰: "凡察、童倉等執迷欲逃, 臣多般開諭止之, 凡察等不改前心, 逃叛而去, 故終不得請。" 上曰: "爾之好意, 予已具悉。" 甫乙看更啓曰: "其留居人, 或有兄逃弟在者, 或子逃父在者。 若聞凡察等快活居住, 則慮或相繼逃去, 欲啓此意而來。 且臣自祖父專仰國家, 盡心効力, 老人欲以死報, 故來見耳。 童倉雖逃竄, 其留居者過半, 若令速遣還小人, 則臣當曲加救恤矣。" 上曰: "爾言甚合予意, 予甚喜之。" 甫乙看又啓曰: "凡察等今已逃叛, 深處野人慮恐侵掠留居吾都里第。 恐國家以予爲疑耳。" 上曰: "予豈不知? 邊將亦已知之, 爾其勿疑。" 阿下里啓曰: "臣前此住於吾弄草地面。 今聞亏知介 林阿車謂我寡弱, 將肆侵掠, 今臣上來之時, 匿臣之妻子於慶源旁近之處。 臣亦欲移居幽隱之處, 以避侵掠。" 上曰: "不若舊居之地。 且予未知土地形勢, 將問諸邊將, 然後施行。" 賜見訖, 仍賜宴, 又命直藝文館朴以昌開讀敎書於宴廳, 通事從旁解說。 其敎書, 亦與前日敎書同。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책 307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