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언 박적선이 흥천사 경찬회 금지를 아뢰다
좌정언(左正言) 박적선(朴積善)이 아뢰기를,
"지금 흥천사(興天寺)에다 도량(道場)을 크게 배설(排設)하니, 남녀가 구름처럼 모여 들어서 재물 허비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환자(宦者) 최습(崔濕)과 효령 대군(孝寧大君)도 또한 참예하였는데, 모르기는 하지만 성상께서 아시고서도 그들이 하는 대로 두시는 것입니까, 혹은 성상께서 모르는 중에 이런 일이 있는 것입니까. 비록 성상께서 아는 일이라 하더라도 신 등은 아주 불가하다고 여깁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흥천사는 조종(祖宗)께서 창건한 것인데, 허물어지는 것은 내가 차마 보지 못하여 지금 중수(重修)하였으니, 경찬회(慶讚會)를 개설(開設)하는 것이 마땅하며, 비유하건대 신주(神主)를 만드는 것 같은데, 신주를 만들어 놓고 제사하지 않는다면 옳겠는가. 그런즉 지금에 비록 경찬회를 설시하여도 의리에 무엇이 해롭겠는가."
하니, 적선(積善)이 다시 아뢰기를,
"신주를 만들어 제사하는 것은 곧 우리의 선조(先祖)이니 이치에 당연하거니와, 부처는 어떤 물건이기에 신주에다 비유하여 높게 받드는 것입니까. 하물며 근년 이래로 벼농사가 여물지 못하여 백성들의 먹는 것이 곤란하고 금년의 기후도 장차 흉년이 될 징조(徵兆)가 있는데, 부처에게 공양하고 중에게 재(齋)올려서 허비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성명(聖明)한 임금은 모두 불도(佛道)를 신봉(信奉)하지 않았으니, 신 등의 말을 좇아서 이 일은 정지하기를 청합니다."
하므로, 임금이 이르기를,
"너희들이 다시 간하는 뜻인즉 옳으나, 그러나 대군과 최습을 시켜 그 일을 맡아서 감독하도록 한 것은 내가 명한 것인데, 어찌하여 내가 모른다고 말하겠는가. 그렇게 하면 바르지 못할 듯하다."
하니, 사헌부에서도 정지하기를 청했으나, 또한 이 뜻으로써 대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299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
○癸卯/左正言朴積善啓: "今於興天寺, 大設道場, 男女雲集, 糜費不可勝言。 宦者崔濕及孝寧大君亦與焉, 不識上知之, 聽其所爲歟? 抑上不知而有是事歟? 雖上知之, 臣等深以爲不可。" 上曰: "興天, 祖宗所創, 吾不忍頹疄, 今已重新, 宜設慶讃。 比若作神主, 作神主而不祭可乎? 今雖設慶讃, 何害於義乎?" 積善更啓曰: "作神主而祭之, 是乃吾之先祖, 理固然矣。 佛何物也, 比之於神主而崇奉乎? 況近年以來, 禾穀不稔, 黎庶艱食, 今年氣候, 將有凶歉之兆, 飯佛齋僧, 糜費不少, 自古聖帝明王, 皆不崇信, 請從臣等之言, 停罷此擧。" 上曰: "汝來諫之志則然矣。 使大君與崔濕監掌其事, 則乃予所命也。 何以予不知爲言乎? 似不直也。" 司憲府亦請停罷, 又以此意答之。
- 【태백산사고본】 29책 90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2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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