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에서 불법의 폐단에 대해 아뢰다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대간(臺諫)은 전하의 이목(耳目)으로 관계되는 바가 지중(至重)하매, 간청(諫請)하는 바가 있다면 전하께서 허심탄회하게 들어 주시고 규탄(糾彈)하는 바가 있다면 백관(百官)은 혼이 나서 두려워하올 것이니, 무릇 베풀고 행하옵는 바가 어찌 저의 일신의 이해에만 관계되는 것이겠습니까. 진실로 나라 정치의 올라가고 내려짐을 위한 것입니다. 이제 흥천사에 승도(僧徒)가 허망하게 화복(禍福)을 말하여 대소 신민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풍년과 흉년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쌀과 피륙을 거두어 모아서 부처에게 공양하고, 중에게 재를 베풀면서 이름하기를 ‘안거회’라 하여, 불법(不法)을 마음대로 행하여 그 국헌(國憲)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재(民財)를 모손하고 민폐를 끼치니, 그 죄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신 등이 사연을 갖추어 금지하옵기를 청하였사오나 윤허하지 아니하시고, 헌사가 법에 따라 다스리는 것도 곧 추문(推問)하지 말라고 명하시며, 대간을 불러 이르시기를, ‘이제부터는 흥천사·흥덕사 두 절에 추힐(推詰)할 일이 있거든 반드시 교지(敎旨)를 받은 뒤에 추문하고, 또 대간의 이졸로 하여금 절문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 하옵시니,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 하늘에서 타고나신 성학(聖學)으로서 경사(經史)에 널리 통하옵시와, 불교의 허탄하고 망령됨을 본래 통촉(洞燭)하시는 바이옵는데, 어찌 이 불교의 도를 숭상하시와 그리하시옵니까. 아마 이 두 절은 태조 대왕께옵서 창건하신 바이므로 특별히 이러한 명령이 계신가 하옵니다.
그 추모(追慕)하시는 정성은 지극하시오나, 그러나 두 절이 이미 태조께서 창건하신 바이온즉, 그 안에 살고 있는 중들로서 만일 범금(犯禁)하는 무리가 있으면 마땅히 쫓아버리고, 아침저녁으로 향(香)을 피우고 도를 닦게 하되, 대간의 규찰에 맡기어 늘 규찰하게 하여 만약에 무뢰간승(無賴奸僧)이 유벽(幽僻)한 곳에 숨어 살면서 이르기를, ‘옆의 사람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니, 대간의 금령(禁令)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여, 축복하는 치성에는 태만하고 의롭지 못한 일을 마구 행하여, 혹 부녀를 겁간(劫奸)하거나, 혹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거나, 혹 불상을 녹여서 돈을 주조하거나 혹 도적을 숨기고 감춰 두거나, 혹 죄를 짓고 도피하는 자를 불러 들여 두거나 하는 등의 사태에 이르기까지 된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대간이 비록 듣는 바가 있을지라도 이 어명에 거리끼어 즉시 사람을 보내어 국문하지 못하고, 반드시 교지를 기다려서야 규치(糾治)하게 되오면, 어찌 시기에 미쳐서 적발하여 치죄를 옳게 할 수가 있게 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이목(耳目)의 관원이 도리어 소경·귀머거리가 되오리니, 이 밝고 성한 시절에 있어 영전(令典)에 어그러짐이 있을 뿐 아니라, 또한 태조 대왕의 끼치옵신 뜻에도 부합되지 아니합니다.
신 등이 삼가 율문(律文)을 상고하옵건대, 그 내용에, ‘무릇 팔의(八議)에 관한 자가 범죄하거든 사실을 갖추 적어서 봉하여 주문(奏聞)하여, 교지가 내리기를 기다려 시행하고 마음대로 구문(究問)함을 불허하되, 다만 십악(十惡)을 범한 자는 이 율(律)을 적용하지 않는다. ’고 하였사온데, 오직 저 중들은 본래 십악을 범하였사오니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는 자들이옵거늘, 어찌 팔의에 비겨 교지를 받은 뒤에야 국문하게 하십니까. 또 신 등은 간쟁(諫諍)하는 직책에 있삽고, 또 기록하는 것을 겸하와 전하의 일언일동(一言一動)을 자세히 써서 기록하지 않는 것이 없사온즉, 만일 불법(不法)한 사실을 써 놓아서 어떻게 후세에 보이겠습니까. 이것을 신 등은 때때로 거듭 생각하여 천총(天聰)을 우러러 모독하옵는 것이옵니다. 엎디어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빨리 이 어명을 거두시와 흥천사·흥덕사 두 절에서 새벽과 저녁에 복을 비는 이외에, 그 안거회와 법회 같은 것은 일체 엄금하시고, 무릇 규찰하는 바를 예전과 같이 하게 하시와, 대간의 위엄을 펴게 하시고 이목(耳目)의 권위를 넓히게 하옵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8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20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
○壬辰/司諫院上疏曰:
臺諫, 殿下之耳目, 所係至重, 有所諫請, 殿下虛懷以聽納; 有所糾擧, 百官喪魄而知畏。 凡所施爲, 豈關一身之利害? 實爲治道之升降。 今興天寺僧徒妄言禍福, 誑誘大小臣民, 不計豐歉, 鳩集米布, 供佛齋僧, 名曰安居, 恣行非法, 其不畏邦憲, 耗民作弊, 罪在不赦。 臣等具辭請禁, 不許兪允, 憲司擧法糾治, 卽命勿推, 仍召臺諫曰: "自今興天、興德兩寺, 如有推詰事, 必須取旨, 然後乃問。" 且令臺諫吏卒不得入寺門。 臣等以爲殿下天縱聖學, 博通經史, 釋敎之誕妄, 素所洞覽也。 豈崇是道而然哉? 第以二寺, 乃太祖之所創, 特有是命, 其追戀之意至矣。 然二寺旣爲太祖所創, 則所住僧人, 當汰犯禁之徒; 朝昏香炷, 可委臺諫之糾。 儻無賴奸僧隱處幽邃之地, 謂旁人莫己知也, 於臺諫禁令何有, 怠於祝釐, 恣行不義, 或奸占婦女, 或啜酒啗肉, 或銷像鑄錢, 或窩藏盜賊, 或招納逋逃, 勢所必至, 其弊不可勝言。 臺諫雖有所聞, 拘於是命, 未卽發人鞫問, 必須取旨, 然後糾治, 則安能及期拔摘, 以制奸伏乎? 如此則耳目之官, 反爲聾瞽, 非惟有乖於明時之令典, 抑亦不孚於太祖之遺意。 臣等謹稽律文, 節該: "凡八議犯罪, 實封奏聞取旨, 不許擅自究問。 其犯十惡者, 不用此律。" 維彼緇流, 本犯十惡, 無父無君者也。 何必擬於八議, 取旨然後鞫問乎? 且臣等職帶諫諍, 又兼載筆, 殿下一言一動, 靡不詳書而悉記之也。 若書而不法, 何以示後? 此臣等所以時復思繹, 仰瀆天聰者也。 伏望殿下, 亟收是命, 興天、興德兩寺晨夕祝釐外, 其餘安居作法, 一禁。 凡所糾察, 許令如舊, 以張臺諫之威, 以廣耳目之權。
不允。
- 【태백산사고본】 27책 8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20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