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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85권, 세종 21년 4월 14일 신묘 5번째기사 1439년 명 정통(正統) 4년

우헌납 황보공이 불법의 폐단을 아뢰다

우헌납(右獻納) 황보공(皇甫恭)이 아뢰기를,

"불사(佛事)를 금하는 것이 법령[令甲]에 밝게 실려 있어서 진실로 좋은 법이옵니다. 이제 흥천사의 중들이 떼를 지어 모여서 안거회(安居會)를 크게 베풀기에, 헌사(憲司)에서 사람을 보내어 중들을 잡아다가 그 죄를 묻는 것은 그 직책을 다하고자 함이온데, 전하께서 특히 너그럽게 은전을 내리와 추핵(推覈)하지 말도록 하시매, 신 등은 이미 낙망하였사옵니다. 또 대간(臺諫)에 전교(傳敎)하기를, ‘흥천사·흥덕사 두 절에 만일 추문(推問)할 일이 있거든 반드시 아뢰어 교지(敎旨)를 받은 뒤에 구문할 것이며, 또 이졸(吏卒)들로 하여금 절문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라. ’고 하셨으니, 신 등은 어명(御命)을 듣잡고 반복(反復)하여 고요히 생각하옵건대, 사건이 팔의(八議)에 관계되는 것은 반드시 교지를 받아서 시행함은 율문(律文)에 실려 있사옵고, 또 대간의 이졸은 오직 궁금(宮禁) 이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삽거늘, 저 중들이 무엇이건대 반드시 교지를 받은 뒤에야 핵문하게 하시며, 이졸(吏卒)로 하여금 그 문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시옵니까. 금란(禁亂)하는 이졸이 그 문을 출입하면서 사특하고 망령된 행동을 금지할지라도 오히려 범간(犯奸)하는 중이 있겠삽거든, 하물며 이졸이 그 문안에도 들어가지 못하여 그 범죄 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면, 저 중들은 유벽(幽僻)한 곳에 숨어서 음행과 탐욕을 자행(恣行)하여 못하는 짓이 없게 될 것이며, 온갖 범죄하는 자들을 불러 들여 은근히 감추어 숨겨 두게 하는 일이 또한 있을까 염려되옵니다. 청하옵건대, 이미 내리신 명령을 거두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궐내(闕內)에서 부리는 사람은 비록 변변치 아니한 자이라도 역시 교지를 받고서야 죄상을 심문하는데, 흥천사의 편이 어찌 궐내에서 부리는 사람의 아래에 있겠느냐. 조사(朝士)의 집에도 대간의 이졸이 오히려 들어가지 못하거든, 흥천사는 조종께서 창건하신 바인데, 어찌 조사의 집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냐. 너희들은 모두 문신(文臣)으로서 중들을 이단(異端)이라고 하여 맞서서 배척하는 바인데, 근자에 사헌부에서 흥천사의 중 40여 인을 잡아 가두었으니, 어찌 40여 인이 모두 다 죄를 지은 자이겠느냐. 이제 법을 세우지 아니하면 뒷날에 승도(僧徒)를 침해함이 이 같을 것이매, 너희들의 말이 비록 옳다고 하더라도 나는 좇지 아니하겠노라."

하니, 공(恭)이 두 번 청하였으나, 마침내 듣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8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책 201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정론-정론(政論)

    ○右獻納皇甫恭啓曰: "佛事之禁, 著在令甲, 誠爲良法。 今興天寺鳩集僧徒, 大設安居, 憲司遣人捕僧, 鞫問其罪, 乃欲盡其職也。 殿下特垂寬慈, 勿令推覈, 臣等已爲缺望。 又敎臺諫曰: ‘興天興德兩寺, 如有推問事, 必須取旨, 然後問之。’ 且使吏卒毋得入寺門。" 臣等聞命, 反復靜思, 事在八議者, 取旨施行, 載在律文。 且臺諫吏卒, 唯宮禁外, 無處不入, 彼僧何物, 必須取旨, 然後劾問, 使吏卒不得入其門乎? 禁亂之吏, 出入其門, 禁絶邪妄, 尙有犯奸之僧, 況吏卒不得入其門, 不得制其奸, 則彼緇流隱處幽僻, 恣行淫欲, 無所不至, 其招納逋亡, 潛藏隱匿, 亦可慮也, 請收成命。"

    上曰: "闕內給事之人, 雖甚微者, 亦皆取旨問罪。 興天之便, 豈居闕內人下乎? 朝士之第, 臺諫吏卒, 尙不得入, 興天, 祖宗所創, 豈不若朝士第乎? 爾等俱以文臣, 謂僧爲異端, 角立排斥。 近者憲司句繫興天寺僧四十餘人, 豈四十人, 皆有罪者乎? 今不立法, 後日侵害僧徒, 類如是也。 爾等之言雖善, 予不能從。" 再請, 竟不納。


    • 【태백산사고본】 27책 8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책 201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