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김씨를 귀인으로 삼다
소의(昭儀) 김씨(金氏)로 귀인(貴人)을 삼았다. 애당초에 임금이 도승지 김돈(金墩)에게 이르기를,
"소의(昭儀)는 본래 내자시(內資寺) 여종[婢]이었으나, 무술년에 내가 처음으로 즉위하였을 때에 모후(母后)께서 뽑아 중궁으로 보내었고, 그때의 나이는 13세였었다. 천성이 부드럽고 아름다워 양궁(兩宮)을 섬기는 데 오직 근신함으로, 중궁이 매사를 위임하고 막내아들을 기르게 하였으니, 성품이 근신하지 않았다면 중궁이 하필 소생 아들을 기르게 하였겠느냐. 소의(昭儀)가 6남 2녀를 낳았으나 딸은 다 죽고 아들은 다 살았는데, 술수하는 자[術者]의 말을 비록 믿을 수는 없지만, 모두가 말하기를, ‘여섯 아들이 다 수(壽)할 것이다. ’고 하였다 하니, 내가 정궁(正宮)에 아들이 많으니 소의의 자식을 자랑할 것은 없지만, 그러나 여섯 아들이 다 오래 산다는 것은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요, 실로 하늘이 시키는 것이니 또한 소의의 명(命)은 귀한 것이다. 고금으로 궁인의 세계(世系)에 본래 귀천이 없는 것이었다. 노래하든 아이를 궁중에 들인 자도 있고, 일찍이 남을 섬기다가 궁중에 들어온 자도 있었다. 이제 소의의 계보는 비록 천하지만 나이 겨우 13세에 궁중에 들어왔으니 일신의 부덕(婦德)은 바른 것이었다. 그 양가(良家)의 여자가 계보는 비록 귀하지만 여자의 행실을 잃은 자와는 같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빈(嬪)이나 귀인으로 승격시키고자 하니 어떻겠느냐."
하매, 돈(墩)이 대답하기를,
"역대의 역사를 상고하여 보면 미천한 자로 정후(正后)가 되었으면, 붓을 잡은 자가 쓰기를, ‘본래 미천하였다.’ 하였고, 그 셋째 부인 이하는 계보의 귀천을 논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소의가 어진 덕이 있사오면 승격시켜 귀인을 삼는 것이 어찌 불가함이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신개(申槪)가 만약 춘추관에 출사하였거든, 네가 가서 가부를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
하여, 돈(墩)이 춘추관에 가서 의논하니 신개의 의논도 돈(墩)의 말과 같았는데, 단지 말하기를,
"아직은 귀인으로 승격시켰다가 점차로 빈(嬪)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였으므로, 이런 명령이 있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8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8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인물(人物)
○以昭儀 金氏爲貴人。 初, 上謂都承旨金墩曰: "昭儀, 本內資寺婢也。 歲在戊戌, 予初卽位, 母后選入中宮, 時年十三歲。 資性柔嘉, 事兩宮惟謹, 故中宮每事委任之, 使養季子。 性若不謹, 則中宮何必使養所生子乎? 昭儀生六男二女, 女皆死, 男皆存。 術者之言, 雖不可信, 皆云: ‘六男皆壽。’ 予於正宮多男, 昭儀之子, 不足誇也。 然生六男皆壽, 非人爲所及, 實天使之然也, 亦昭儀之命貴耳。 古今宮人世系, 本無貴賤, 有以歌兒入宮者, 有曾經事人而入宮者, 今昭儀世系雖賤, 年纔十三入宮, 一身婦德旣正, 其視良家之女世系雖貴有失婦行者, 不可同(日)〔一〕 語矣。 予欲陞爲嬪, 或貴人, 何如?" 墩對曰: "按歷代史, 以微賤爲正后, 則執筆者書曰: ‘本自微賤。’ 其三夫人以下則不論世系之貴賤矣。 昭儀有賢德, 則陞爲貴人, 何不可之有?" 上曰: "申槪若來仕春秋館, 則爾往議可否以啓。" 墩到春秋館議之, 申槪之議, 與墩言同, 但曰: "姑陞貴人, 而漸次陞嬪可也。" 故有是命。
- 【태백산사고본】 27책 8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8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