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에 명하여 한·유문의 주석을 찬집하게 하여 책을 만들게 하고 집현전 응교 남수문에게 발문을 짓도록 명하다
임금이 집현전(集賢殿)에 명하여 한·유문(韓柳文)081) 의 주석(註釋)을 찬집(撰集)하게 하여 책을 만들게 하고, 〈집현전〉 응교(應敎) 남수문(南秀文)에게 명하여 발문(跋文)을 짓게 하였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당나라 한씨(韓氏)082) ·유씨(柳氏)083) 의 지은 문장은 웅위(雄偉)하고 고아(高雅)하여 우주(宇宙)에 우뚝 섰으니, 실로 만세토록 작자(作者)의 규범(規範)이 되도다. 이 때문에 주 문공(朱文公)이 후생(後生)들에게 말하기를, ‘만약 한·유의 문장을 가지고 숙독한다면 문장을 잘 짓지 못할 리가 없다. ’고 하였다. 그러나 두 글이 모두 문장이 깊고 글자가 기이하므로 주해한 것이 무려 수백 사람인데, 세상에 성행하는 것은 한씨에 두 본(本)이 있으니, 주자(朱子)의 교정본은 글자가 바르나 주(註)가 간략하고, 오백가(五百家)의 주본(注本)은 주는 상세하나 글자가 잘못되었으며, 유씨에도 역시 두 본이 있으니, 그 증광주석(增廣注釋)·음변(音辯)은 또한 오백가의 상세한 것만은 같지 못하여서, 읽는 자가 이것을 가지고 저것과 비교하여도 알기가 쉽지 않다.
정통(正統) 무오년 여름에 전하께서 집현전 부제학(副提學) 신(臣) 최만리(崔萬理), 직제학(直提學) 신 김빈(金鑌)과 박사(博士) 신 이영서(李永瑞), 성균 사예(司藝) 신 조수(趙須) 등에게 명하시어, 이것들을 모아서 한 권으로 만들어서 읽어 보기에 편하게 하였다. 한씨는 주자의 교정본을 위주로 하여 구절마다 먼저 이설(異說)을 고증해서 쓰고 그 원주(元註)를 넣었는데, 구절이 딱 끊어지지 않는 것은 옮겨 넣고서 구절을 끊었으며, 오백가 주와 한순고훈(韓醇誥訓)에서 다시 상세하게 갖춰진 것을 뽑아서 절마다 고증한 이설(異說)을 붙인 아래에다 백서(白書)로 주(註)를 덧붙여 구별하게 하였다. 유씨는 증광주석·음변을 위주로 하여 역시 오백가 주와 한순고훈(韓醇誥訓)에서 상세하게 갖춘 것을 취하여 구절을 증보(增補)하니, 그 뜻이 잘 통하고 글자가 그 훈(訓)을 다하고 있다. 책을 펴고 한 번 읽어 보면 밝기가 마치 어두움을 깨쳐 주는 것과 같다.
이미 편찬을 끝내고서 바치매, 주자소(鑄字所)에 명하여 인쇄하여 중외(中外)에 반포하게 하시고, 이에 신(臣) 수문(秀文)에게 명하시와 그 책 뒤에 발문을 짓게 하시니, 신이 엎드려 보건대, 전하께서 밝으신 성학(聖學)으로 문교(文敎)를 크게 일으키시고, 무릇 모든 경전(經傳)과 사기(史記)를 모두 인쇄하여 죄다 반포하게 하시고서는, 또 문장의 체제가 옛스럽지 못할까 염려하시어 한·유의 두 글을 들춰 드러나게 하시와, 유사(儒士)들에게 아름다운 은혜를 베푸셔서 그들로 하여금 경서와 사기를 연구하게 하여 그 열매를 맛보게 하시고, 한·유를 뒤쫓아 그 꽃을 피우게 하시매, 그 문(文)을 높이시고 인재(人才)를 육성하시려는 소이(所以)가 그 지극함에 이르지 않는 바가 없으시다고 할 만 하도다. 장차 문풍(文風)을 더욱 떨치고 영재(英才)를 배출(輩出)하여 환연(煥然)히 태평한 세상에 이바지하여서, 우리 나라 문물의 풍성(豐盛)함이 천고(千古)에 보다 빛날 것은 의심할 바 없도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76면
- 【분류】출판-서책(書冊)
- [註 081]
○上命集賢殿, 撰集韓、柳文註釋。 書成, 命應敎南秀文跋之。 其辭曰:
唐 韓、柳氏所著文章, 雄偉雅健, 傑立宇宙, 實萬世作者之軌範也。 是以朱文公嘗語後生曰: "若將韓、柳文熟讀不到, 不會做文章。" 然二書皆文深字奇, 注解無慮數百家, 而盛行于世者, 韓有二本。 朱子校本, 字正而註略; 五百家注本, 注詳而字訛。 柳亦有二本, 其增廣注釋音辯, 又不如五百家之詳也。 讀者就此較彼, 未易領會。 正統戊午夏, 殿下命集賢殿副提學臣崔萬理、直提學臣金鑌、博士臣李永瑞、成均司藝臣趙須等, 會稡爲一, 以便披閱。 韓主朱本, 逐節先書考異, 其元註入句未斷者, 移入句斷。 五百家註及韓醇誥訓, 更采詳備者, 節附考異之下, 白書附註以別之。 柳主增註音辯, 亦取五百家註韓醇誥訓詳備者增補, 句暢其旨, 字究其訓, 開卷一覽, 昭若發矇。 旣徹編以進, 令鑄字所印布中外, 爰命臣秀文, 跋其卷後。 臣伏覩殿下, 以緝熙聖學, 丕闡文敎, 凡諸經史, 悉印悉頒。 又慮詞體之不古, 發揮二書, 嘉惠儒士, 使之硏經史以咀其實, 追韓、柳以摛其華, 其所以右文育材者, 可謂無所不用其極矣。 將見文風益振, 英才輩出, 煥然黼黻太平之業, 而我國家文物之盛, 炳耀千古也無疑矣。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76면
- 【분류】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