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지중추원사 박연이 중·소사와 아울러 10여 단을 개정하는 공사를 시작하도록 상언하다
첨지중추원사 박연(朴堧)이 상언하기를,
"제사드리는 것[祀享]은 나라의 큰 일이온데, 우리 나라의 제단(祭壇)이 모두 그 제도가 틀렸사오므로 지난번에 신이 청하여서 모두 개정하도록 명하셨고, 특별히 제단 감조색(祭壇監造色)을 세워 그 건설하는 일을 위임하옵고, 영의정 황희와 호조 판서 안순(安純)과, 대제학 정초(鄭招)와 부윤 홍이(洪理)를 명하사 제조로 삼았사오니, 대개 그 일을 중하게 여기셨던 때문입니다. 그때에 다만 종묘(宗廟)·사직(社稷)만을 개정하옵고, 그 나머지의 중사(中祀)·소사(小祀) 아울러 10여 단(壇)은 모두 역사도 시작하지 아니한 채, 이제까지 8, 9년이나 되도록 국가의 영선(營繕)이 호번(浩煩)하다 하여 덮어두고 거행하지 않고 있사옵나이다.
그러나 신은 생각하옵건대, 제단을 개정하는 일은 마땅히 뒤로 미룰 것이 아니옵고, 또 그 공사는 이미 전우(殿宇)를 화려하게 건축하는 사치도 없는 것이옵고, 또 깎고 단청 칠하는 사치도 없는 것이오며, 단지 돌을 포열(布列)하여 단을 쌓고 바깥으로 난간과 담장을 마련하는 것뿐이옵니다. 그러하온데도 불긴(不緊)한 것으로 보고 여러 해 동안 지체하는 것은 매우 불가하옵니다. 이제 만약 고치지 아니하옵고 그대로 후세에 전하오면, 제소(祭所)가 적의(適宜)함을 잃게 되옵니다. 그 중에서도 선잠(先蠶)·산천(山川)의 두 단(壇)은 잡석(雜石)으로 지경을 이루었사오므로 무너지는 것은 겨우 면할 것이오나, 그 나머지 여러 단은 모두가 흙 언덕이 될 뿐이옵니다. 또 단소(壇所)에 난간으로 보호하는 것이 없어서 소·양·개·돼지가 마구 드나들어 더럽게 만들며, 아울러 좁고 막히고 또 많이 기울어지고 쓰러져서, 예를 행하고 음악을 쓰는 데 모두 그 의례대로 못하게 되옵니다. 지금 예악이 바야흐로 성(盛)하고 제도가 닦여 밝은데, 이에 사전(祀典)에는 결함이 이와 같이 있사오니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더군다나 일찍이 미신(微臣)에게 명하시어 그 일을 감독하게 하셨사오니, 어찌 구차하게 세월을 끌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와, 창성한 시대의 날로 새로워지는 성덕(聖德)에 누가 되게 하겠사옵니까."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7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僉知中樞院事朴堧上言:
祀享, 國之大事也, 而我國祭壇, 失其制度。 往者以臣之請, 命皆改正, 別立祭壇監造色, 委以攻治之事, 命領議政黃喜、戶曹判書安純、大提學鄭招、府尹洪理爲提調, 蓋重其事也。 其時但改正宗廟社稷, 而其餘中祀小祀共十餘壇則皆未起役, 逮今八九年間, 緣國家營繕浩煩, 寢而不擧。 然臣以爲祭壇改正, 宜不在後也。 且其工作, 旣無殿宇華構之奢, 又無斸礱丹雘之侈, 但布石成垺, 外設欄墻而已。 然且視爲不繄, 累歲淹延, 甚不可也。 今若不改, 仍傳於後, 則祭所失宜。 其中先蠶山川二壇, 雜石成域, 謹免頹圯, 其餘諸壇, 皆爲土丘耳。 且於壇所, 皆無欄衛, 牛羊犬豕, 縱橫作穢, 兼以狹隘, 又多傾仄, 行禮用樂, 俱失其儀。 方今禮樂鼎盛, 制度修明, 乃於祀典, 有缺如此, 不勝痛憤。 況曾命微臣監其事, 豈宜苟延歲月, 終於默默, 以累盛朝日新之德乎?
從之。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7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