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의 시행에 있어 조관을 파견하여 심사하도록 하다
임금이 여러 승지를 불러 보시고 말하기를,
"처음 공법(貢法)을 의논할 때에, 만일 수한 풍상(水旱風霜)의 재앙이 근년의 충청도 한 도나 경상·전라의 북도에 비교할 만한 도(道)가 있다면, 임시로 백성에게 조세를 면제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요, 비록 한 도는 아니라도 한 고을이 모두 손상되었다면 면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금씩 결실(結實)되지 아니한 곳을 답험(踏驗)한다는 것은 공법을 시행하려는 본의가 아닌 것이다. 이미 한 집의 경작하는 바가 온통 손상되었으면 면세한다고 하였으니, 그 도의 관찰사가 반드시 처치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가령 한 들의 땅에서 그 동쪽 밭을 감면시킨다면 서쪽 밭의 조세를 바치는 자는 원망이 생기어 소송하는 것이 그치지 않을 것이요, 또 비록 풍년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손상된 곳이 있을 것이니, 만일 각 고을의 손상된 곳을 모두어 세어보면 그 수효가 어찌 적겠는가. 단지 한 들만의 토지를 면세하고서 어찌 백성들의 원망을 막을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신개(申槪)의 의논이 그와 같고 너희들의 의견도 또 그러하니, 그곳 감사에게 명하여 판단할 것인가, 조관(朝官)을 뽑아 보내서 그 썩어 손상된 형편을 심사할 것인가. 다시 대신과 함께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영의정 황희 등이 의논해 말하기를,
"공법의 좋지 아니함이 이러합니다. 윗 항목의 썩어 손상된 땅은 불가불 면세해야 할 것이오니, 만약 면세하지 아니하면 민생(民生)이 반드시 곤란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산천(山川)이 매우 많아서 중국의 넓고 평탄한 것과는 같지 아니합니다. 한 집에서 경작한 것이 온통 손상된 자가 반드시 많을 것이오나, 가령 10묘를 경작하는 자가 9묘가 썩어 손상되었으면 1묘는 비록 거두었어도 1년 생활에 반드시 부족할 것이니, 9묘의 조세를 어찌 하겠습니까. 신 등은 생각하옵기를, 여럿이 다 아는 물에 잠긴 땅이라면 면세하는 것이 마땅히 유익할 것입니다. 또 관찰사가 이미 한 지방을 맡았사온데, 하필 따로 조관(朝官)을 보냅니까."
하고, 최사강(崔士康)은 말하기를,
"만약 관찰사로 하여금 분변하게 한다면 소송이 많아질 것이오니, 신의 생각으로는 별도로 조관을 보내어 그 썩어 손상된 것을 심사한 뒤에 면세하는 교서(敎書)를 내리심이 좋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관찰사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관을 보내서 그 썩어 손상된 곳을 심사한 뒤에 시행하고자 한다."
하고, 곧 판내섬시사(判內贍寺事) 변효문(卞孝文)을 경상도로, 군기감 정(軍器監正) 민공(閔恭)을 전라도로 보내어 물에 잠겼던 토지를 심사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68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上引見諸承旨曰: "初議貢法時, 如有水旱風霜之災, 如近年忠淸一道、慶尙ㆍ全羅之北道, 則臨時令民免租可矣。 雖非一道, 而一邑全損, 則可以免稅矣, 若踏驗小小不實之處, 則非設貢法之本意也。 旣云一戶所耕全損則免稅, 其道觀察使必有處置矣。 假令一野之田, 減其東田, 則西田之納租者怨咨而訴訟不已。 且雖豐年, 必有損處。 如摠各邑損處而算之, 則其數豈小乎? 但免一野之田, 何能止民之怨乎? 雖然申槪之議如此, 若等之意又如此, 令其監司分辨乎? 擇遣朝官, 審其朽損之形乎? 更與大臣共議以啓。"
領議政黃喜等議曰: "貢法之不善如此, 上項朽損之田, 不可不免租, 若不免租, 則民生必困。 我國山川甚多, 不如中國之平衍, 一家所耕, 全損者必多矣。 假如耕十畝者, 九畝朽損, 則一畝雖實, 終歲之養, 必不足矣。 九畝之稅, 何以能辦乎? 臣等以爲衆所共知水沒之地則免租便益。 又觀察使旣任一方, 何必別遣朝官乎?" 崔士康曰: "若令觀察使分辨, 爭訟必多。 臣意以爲別遣朝官, 審其朽損, 而後下免租之敎。" 上曰: "非不信觀察使也。 欲遣朝官審其朽損之處, 而後施行耳。" 卽遣判內贍寺事卞孝文于慶尙道, 軍器監正閔恭于全羅道, 以審水沒之田。
- 【태백산사고본】 26책 8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68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