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단오날의 석척희를 범한 익녕군·서산군을 추방하다
당초에 서울 사람들은 단오(端午) 날만 당하면 넓은 거리에 모여 돌 던지는 놀이[石擲戲]를 벌이고는 막대기로 치기도 하여 사람을 상하게 하는 수가 많아서, 시속에서는 석전(石戰)이라 하는 것을 일찍이 의금부로 하여금 금지시켰다는 것인데, 오늘에 이르러 다시 이 놀이를 반송정(盤松亭)에서 벌이니, 양녕 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와, 익녕군(益寧君) 이치(李)·서산군(瑞山君) 혜(譿)·순성군(順成君) 개(𧪚)·원윤(元尹) 이녹생(李祿生)·정윤(正尹) 겸(謙) 및 이무생(李茂生) 등이 같이 가서 구경을 하고, 혜(譿)·겸(謙) 등은 김춘자(金春子) 등 20여 명이 돌 던지는 데 능하다 하여 모두 불러 모아서 이들을 좌우 대(左右隊)로 나누어 각기 이에 통속시켜 싸우게 하고는, 친히 말을 달려 종횡으로 지휘 독전(督戰)하는가 하면, 다시 작대기를 잡고 몸소 나가 서로 쫓으며 대전(大戰)을 벌여 자못 많은 부상자를 내었으며, 혹은 사망한 자도 있었다. 사헌부에서 이 사실을 듣고 여러 종친들을 해당 관서에 내려서 이들을 탄핵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 마땅히 친히 물으리라."
하고, 드디어 혜·겸 등을 승정원으로 불러 도승지 신인손(辛引孫)으로 하여금 이를 힐문(詰問)하게 하고는, 이내 명하여 이를 가서 본 여러 군(君)들을 다 불러서 물었던 바, 모두 승복(承服)하므로 드디어 신인손에게 명하여 문책하게 하였다. 사헌부에서 또 아뢰기를,
"석척희(石擲戲)의 금지가 법령으로 성문화 되어 있는데도 김춘자 등이 공공연히 법을 범한 것입니다. 의금부는 석척의 금지를 맡아 가지고 있고, 종부시는 종친들의 비위를 조사 적발하는 직책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직무를 감당 이행하지 못하였사오니, 그의 탄핵을 청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사헌부에서 드디어 이들을 탄핵하여 아뢰기를,
"김춘자 등 20명이 법의 조문을 준수하지 않고 여러 날 석전을 벌였는데도 의금부 관리들은 이를 금하지 못하였으며, 종친들이 혹은 병을 사칭하고 혹은 휴가를 신청하고는 종학(宗學)에 나오지 않고 여러 날을 두고 석전을 가 보았는데도 종부시 관리들이 이를 적발하지 못하였사오니, 청하옵건대, 모두 율에 의하여 죄에 처하게 하옵소서. 양녕 대군 이제(李禔)는 종사(宗社)에 죄를 짓고 외방으로 추방되온 것을, 이제 돈독하옵신 우애의 은혜를 입고 서울 안을 출입하며 또 복종(僕從)까지 하사 받았으니, 의당 조심하여 개과자신(改過自新)함으로써 우대하옵시는 뜻에 부응해야 할 것인데도, 이제 금하시는 일에 그 자제를 인솔하고 가서 관람하였으니, 이는 전혀 근신하는 의사가 없는 것이요, 또 혜와 겸이 무뢰한들을 불러 놓고 좌우로 분주히 말을 달리며 지휘 독전하였을 뿐 아니라, 혹은 작대기를 잡고 추격하여 사람을 상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대군이 그냥 보고 금하지 않았으니, 그의 광망(狂妄)스런 행동은 전일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시 그 복종을 거두시와 방자함을 징계하옵소서."
하니, 모두 윤허하지 아니하고, 다만 이치(李)를 원평(原平)으로, 혜(譿)를 진천(鎭川)으로, 겸(謙)을 문화(文化)로 추방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8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45면
- 【분류】풍속-풍속(風俗) / 왕실-종친(宗親)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初, 都人每當端午日, 聚于廣衢, 爲石擲戲雜, 以杖擊之, 多傷人, 俗云: "石戰。", 曾令義禁府禁之。 至是爲此戲於盤松亭。 讓寧大君 禔, 與益寧君 、瑞山君 譿、順成君 𧪚、元尹 祿生、正尹 謙及茂生等往觀之。 譿、謙等以金春子等二十餘人爲能石擲, 竝皆招集, 分爲左右隊, 各令統屬相戰, 親自馳馬, 縱橫指揮督戰, 又執杖親赴, 相逐大戰, 頗多傷人, 或有死者。 憲府聞之, 請下諸宗親于有司劾之, 上曰: "予當親問。" 乃召譿、謙于承政院, 令都承旨辛引孫詰問, 仍命悉召往觀諸君問之, 皆服, 遂命引孫責之。 憲府又啓曰: "石擲之禁, 著在令甲, 春子等公然犯法。 義禁府掌禁石擲, 宗簿寺糾察宗親, 皆不堪職, 請劾之。" 從之。 憲府遂劾而啓曰: "春子等二十人不從條令, 累日石戰, 義禁府官吏等不能禁之; 宗親等或詐病或告暇, 不赴宗學, 累日往觀, 宗簿寺官吏不能糾察, 請皆依律抵罪。 讓寧大君 禔得罪宗社, 放黜于外, 今蒙友愛之恩, 出入京中。 且賜引從, 宜當小心改過自新, 以副優待之意, 而今於敎禁之事, 率其子弟而往觀, 殊無謹愼之意。 譿、謙招集無賴之徒, 左右奔馳, 或執杖追逐, 以至傷人, 大君縱觀, 不禁其狂妄之行, 不異前日, 請還收引從, 以懲不恪。"
皆不允, 只放 于原平, 譿于鎭川, 謙于文化。
- 【태백산사고본】 26책 8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145면
- 【분류】풍속-풍속(風俗) / 왕실-종친(宗親)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