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에서 승지 허후가 토목공사 중지할 것을 아뢰다
우박이 내렸다.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고, 경연에 나아갔다. 승지 허후(許詡)가 시강(侍講)하다가 인하여 아뢰기를,
"근래 토목의 일들이 전에 비하여 약간 번다하온 듯하오니 이를 억제하시기 바라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사소한 수리는 부득이한 것이다. 일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역사를 시작한 뒤에 계속 계청하여 공사가 지연되고 있으니, 나도 본래 그 폐단을 알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궁전이 기울고 위험한 곳이 많이 있고, 유사가 이의 중수를 누차 계청하였어도 모두 윤허하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허후가 또 아뢰기를,
"근일에 일관(日官) 최양선(崔揚善)의 헌의에 따라 주산(主山)의 내맥(來脈)을 보토(補土)한다 하옵는데, 신은 본래 풍수설(風水說)의 이치를 알지 못하옵니다. 그러하오나, 신의 좁은 소견으로서는 산맥이란 본시 천연(天然)의 형세가 있는 것이온데, 산맥의 장단(長短)을 보충해 무엇하며 국운의 길고 짧은 것이 이와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 역시 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다만 이미 시작한 일이니 정지하기에는 때가 늦었다."
하였다. 허후가 또 아뢰기를,
"근일 청와(靑瓦)를 구워 만들려고 선군(船軍)을 징발하였다 하옵는데, 신은 생각하옵기를, 근정전(勤政殿)은 이미 빈객을 접대하는 곳이 되어 있으므로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좋을 것이오나, 대내의 침전(寢殿) 등의 여러 궁전이야 기와를 고칠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또 청와는 노력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염초(焰硝)로 만드는 것이온데, 염초는 곧 군수(軍需) 물자이며 달이기도 몹시 어려운 것입니다. 신은 그윽이 생각하옵기를, 이 역시 할 필요가 없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하니, 임금은 묵연(默然)한 채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81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41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건설-건축(建築) / 왕실-경연(經筵)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戊辰/雨雹。 受常參, 視事, 經筵。 承旨許詡侍講, 因啓曰: "邇來土木之事, 比舊稍繁, 伏望裁抑。" 上曰: "然。 小小修葺處, 不得已爲之, 辦事者始役後續啓, 工役滋蔓。 予固知其弊, 以故宮殿傾危處多有之, 有司屢請修葺, 竝皆不允。" 詡又啓曰: "近因日者崔揚善獻議, 補主山來脈。 臣本不識風水之理, 然以臣管見, 山脈本有天然之勢, 何事於補? 山脈短長, 何關於國祚之脩短? 此亦不必爲之事。" 上曰: "然。 但業已爲之, 不可及止。" 詡又啓曰: "近以燔造靑瓦, 調發船軍。 臣竊謂勤政殿, 旣爲待賓客之所, 文飾可矣, 內寢諸殿, 何必改瓦? 且靑瓦勞費不貲, 而以焰(焇)〔硝〕 爲之, 焰硝乃軍務所需, 而煮之甚難。 臣竊意此亦不必爲之事。" 上默然。
- 【태백산사고본】 26책 81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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