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군을 사역시켜 사리각을 수리하게 하다
흥천사 사리각(舍利閣)을 고쳐 지으면서 승군(僧軍) 6백 명을 사역시키고, 또 방패·보충군을 더 배정하여 모두 세 때의 식료(食料)를 주었다. 또 명하기를,
"중으로 자원하여 30일 동안 노역한 자는 도첩을 주고, 양식을 가지고 온 자는 15일만 노역하여도 도첩을 준다."
하니, 사방 중들이 노소를 물론하고 모두 서울에 모여 들었다. 어린 중은 본래가 도첩이 없는 것이나, 장성한 자는 장차 도첩을 받아 딴 중에게 팔고자 하여 구름처럼 모이고 서로 교대하여서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흥천사에 다 수용할 수가 없어 절 부근 여염에 숙사를 정하고 백성과 섞여서 거처하였다. 판중추원사 안순(安純)과 지중추원사 성달생(成達生)을 제조로 삼고, 또 군기감 제조 판중추원사 이순몽(李順蒙)을 제조로 삼아 그 일을 감독하게 하였는데, 도성 사람들은 일재(日齋)한다 하면서, 음식을 공궤하는 자가 잇달아서 끊임이 없었다. ‘일재’라는 것은 혹 하루를 한해서 혹은 한 끼니를 한해서 중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며, 혹 한두 집 혹은 네다섯 집 혹은 수십 집이 공동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사람마다 경쟁하다시피 달려가며, 환자와 별감도 가끔은 임금의 명으로써 찬물(饌物)을 많이 가지고 가서 공궤(供饋)하였다. 여러 대군과 여러 군 및 재추(宰樞)로서 부처를 좋아하는 자와 부유한 장사치까지 모두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서 공궤하였는데, 공궤하는 밥과 떡은 모두 한 동이로서 셈하며, 한 집에서 공궤한 것이 거의 백 동이나 되어, 산같이 쌓여 있었다. 공궤할 때에는 악공과 광대[俳優]들이 많이 모여서 항오에 따라 돌며 풍악을 연주하여서 중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이것을 ‘음성공양(音聲供養)’이라 하며, 중들은 길에서 뛰놀면서 미륵 세계(彌勒世界)가 이로부터 나온다 하니, 유식한 자는 개탄(慨歎)하였다. 이때에 중들이 관사와 교량(橋梁)을 이룩하기를 자원하여 도첩을 받은 자가 더욱 많아졌고, 부역하는 곳마다 아침저녁으로 모여 서서 분향하고 부처[佛]를 불러 축수하였는데, 범패(梵唄) 소리가 사방에 들리어서 길가는 사람들이 놀래였고, 예조 낭청한 사람이 도첩 발급(發給)하는 일을 맡아서 날마다 발급하여도 해가 모자랐다. 이렇게 되자 공사 천인(公私賤人)과 죄를 피해서 도피한 자와 부역을 피해서 도망한 자 모두 중이 되어 제멋대로 조부의 이름을 거짓으로 내대고 도첩을 받았는데, 예조에서는 다만 그의 아비[父]와 외할아비[外祖]만 상고해서 천인과 관계가 없으면 그냥 결재할 뿐이었다. 비록 외방에 있는 중이라도 면포만 보내어 그 역사를 도우면 모두 도첩을 받았고, 혹은 인원 수효를 더해서 이름을 기록하고 도첩을 받아서 외방에 팔기도 하여 그 값이 면포 3, 4필이나 되었으나, 관에서는 알면서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80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3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재정-역(役)
○改構興天舍利閣, 役僧軍六百名, 又加防牌補充軍, 皆給三時料。 且令曰: "僧人自願赴役者滿三十日, 則給度牒; 齎糧自赴者滿十五日, 則給度牒。" 於是四方僧徒, 無少無老, 畢萃京師。 其幼者, 本無度牒, 其壯者, 將欲受度牒以賣, 其聚如雲, 更相遞代, 不可勝數, 興天寺不能容, 皆舍於寺之近傍閭閻, 與民雜處。 以判中樞院事安純、知中樞院事成達生爲提調, 又以軍器監提調判中樞院事李順蒙爲提調, 監督其事。 都人稱日齋, 以飮食供饋者絡繹不絶。 其日齋爲名者, 或限一日, 或限一時, 皆以飯僧也。 或一二家或四五家或數十家共辦, 人爭趨造之。 宦者與別監時有以上命, 多齎饌物往饋之。 諸大君諸君及宰樞之侫佛者、富商大賈, 皆盛備饋餉焉。 其所饋飯餠, 皆以盆爲數, 一家所供, 幾至百數, 積之如山。 其饋餉也, 樂工(徘優)〔俳優〕 之徒, 多聚循行, 奏樂以娛之, 名之曰音聲供養。 僧徒踊躍於路曰: "彌勒世界, 當自此而生矣。" 識者嘆之。 是時, 僧徒自願造成館舍橋梁而受度牒者益多, 各於役處, 朝暮聚立, 焚修唱佛祝壽, 梵聲四達, 行路駭愕。 禮曹郞廳一人掌給度牒, 日亦不足。 於是公私賤口及避罪逃脫者、避役亡命者, 皆得爲僧, 冒稱祖父受度牒, 禮曹但考父與外祖, 不係賤人, 則行署而已。 雖在外方僧, 但遺緜布, 以資其役, 則皆受度牒, 或加數錄名, 濫受度牒, 以賣於外方, 其直緜布三四匹, 官亦知之, 不以爲怪。
- 【태백산사고본】 25책 80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3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재정-역(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