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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78권, 세종 19년 7월 23일 신해 2번째기사 1437년 명 정통(正統) 2년

백성에게 《농사직설》 등의 경작법을 권유하도록 각도 감사에게 명하다

각도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먹는 것은 백성에게 으뜸이 되고 농사는 정치의 근본인 까닭으로, 수령들의 백성에게 가까이 하는 직책은 권농(勸農)보다 중한 것이 없다. 만약에 수재·한재나 충재(蟲災)·황재(蝗災)같은 재변은 하늘의 운수에서 나오는 것이니 어찌할 수가 없으나, 그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의당 마음을 다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백성들은 조심성이 항상 있지 않아 농사일에 정신을 쓰지 않아서 조금도 근본에 힘쓰는 마음이 없다. 그러므로 지난 기유년에 여러 가지 책을 수집하여 《농사직설(農事直說)》을 만들어 각도에 반포하여, 어리석는 백성이라도 역시 명백하게 쉽게 알도록 하였다. 다만 권과(勸課)하는 데 마음을 덜 써서 책은 비록 반포하였으나 그 실효를 보지 못하였다. 이제 또 약간의 책을 박아서 여러 도에 더 보내니, 경들은 나의 지극한 뜻을 몸받아서 즉시 각 고을의 수령들에게 반포하여, 농민을 깨우치고 가르쳐 책에 의거해 시험해 보여서 풍속을 이루도록 하라. 만약에 어리석은 백성으로서 자력이 부족한 자나 제 스스로 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강제로 시킬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권과하기를 시종 게을리 하지 말아서 점차로 흥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또 전지하기를,

"옛부터 충재와 황재의 해는 중국에 많이 있었으며 우리 나라에는 드물게 들었는데, 근년 이래로 각도에서 황충이 자주 있어서 내가 심히 염려한다. 대저 재변은 하늘의 운수에 있고 사람의 힘으로 능히 구할 수 없으나, 사람의 힘이 미치는 데까지는 애써 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러 농사 책을 상고해 보니, 《농상집요(農桑輯要)》《사시찬요(四時纂要)》 등의 책과 범승(氾勝)《오곡종자피자방법(五穀種子辟虸蚄法)》에 말하기를, ‘말을 끌어다가 곡식 더미에 나아가게 하고 몇 입[口] 먹이고서, 말이 먹다 남은 것으로 종자를 하면 며루 등 벌레가 없어진다.’ 하였고, 또는, ‘씨앗이 상하거나 습하거나 조밀하게 익으면 벌레가 생긴다.’ 하였고, 또는, ‘박토(薄土)로서 분전(糞田)할 수 없는 데는 해묵은 누에의 똥으로 볍씨에 섞어서 심게 되면, 벼에 벌레가 없어진다.’ 하였고, 또, ‘말 뼈다귀를 거두어 1석을 썰고 물 3석을 타서 세 번이나 끓여 건데기를 걸러 내고, 남는 찌꺼기 물에 부자(附子) 5개를 담구었다가 3, 4일 만에 부자는 버린다. 그 물에 누에 똥과 염소 똥을 각각 등분이 있게 타고 여러 번 차근차근히 휘저어서 마치 뻑뻑한 죽과 같이 만든다. 씨앗을 심기 30일 앞서 종자에 반죽하기를 마치 보리밥 모양 같이 한다. 날이 건조할 때에 반죽한 것을 말리되, 엷게 펴서 자주 흔들어서 말린다. 이튿날 또 반죽하는데, 흐린 날이나 비가 올 때에는 반죽하지 아니한다. 6, 7차례를 반죽하여서 그만둔다. 바싹 말리어서 잘 갈무리하여 다시 습기 차게 하지 아니한다. 심을 때에 남아 있던 물에 반죽해서 심게 되면, 볏곡이 충재나 황재를 입지 않는다. 말 뼈다귀를 구하지 못할 때에는 역시 눈 녹은 물[雪汁]을 쓸 수도 있다. 눈 녹은 물은 오곡의 정기로서 농작물로 하여금 추위를 견디게 한다.’ 하였다. 농서에 이렇게 말한 것을, 지금부터 각 고을의 수령으로 하여금 간절히 백성들에게 깨우쳐서 방법대로 시험하게 할 것이다. 만약에 어리석고 졸렬한 사람이 자력(資力)이 부족하였다면, 부자와 해묵은 누에똥 같은 물건은 비록 옛글에서는 말하였지만, 실상 이것은 민간에서 얻기 어려운 물건일 것이다. 만약에 강제로 하게 한다면 이것도 역시 폐단이 있을 것이니, 그 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역시 강제로 하게 하지 말고 적당하게 권과해서 점차적으로 흥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7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책 93면
  • 【분류】
    농업-권농(勸農) / 농업-농업기술(農業技術) / 출판-서책(書冊)

○傳旨各道監司: "食爲民天, 農爲政本, 故守令近民之職, 莫重於勸農。 若水旱蟲蝗之變, 出於天數, 無如之何, 其人力所可及者, 宜當盡心。 然我國之民, 操心無常, 農事鹵莾, 殊無務本之意, 故歲在己酉, 蒐輯諸書, 撮爲《農事直說》, 頒于各道, 使愚民亦得明白易知, 第因勸課未盡, 書雖頒而未見其効。 今又印若干本, 加送諸道, 卿體予至意, 可卽分布各官守令, 令曉諭農民, 依書試驗, 使成風俗。 若愚民資力不足者、不願自爲者, 不必强使爲之, 隨宜勸課, 終始不怠, 漸致興行。"

又傳旨:

自古蟲蝗之害, 中國多有, 而我國鮮聞。 近年以來, 各道蝗蟲, 比比有之, 予甚慮焉。 大抵災變出於天數, 非人之所能求, 然人力所及, 要當盡心。 稽諸農書, 《農桑輯要》《四時纂要》等書氾勝《五穀種子辟虸蚄法》曰: "牽馬令就穀, 堆食數口, 以馬殘爲種, 無虸蚄等蟲也。 又種傷濕鬱熟則生蟲也。" 又: "薄田不能糞者, 以原蠶矢雜禾種種之, 則禾不蟲。" 又: "收馬骨, 剉一石, 以水三石煮之, 三沸灑去滓, 以汁漬附子五枚, 三四日去附子, 以汁和蠶矢羊矢各等分, 撓令洞洞如稠粥, 先種三十日, 以溲種如麥飯狀, 當天旱燥時溲之立乾, 薄布數撓令乾, 明日復溲之, 陰雨則勿溲。 六七溲而止, 輒曝謹藏, 勿令復濕。 至可種時, 以餘汁溲而種之, 則禾穀不被蟲蝗。 無馬骨, 亦可用雪汁。 雪汁者, 五穀之精也。 使稼耐寒。" 農書之言〔如〕 此, 自今令各官守令諄諄曉民, 依方試驗。 若愚劣之人資力不足, 如附子原蠶矢等物, 雖古書所言, 實是民間難得之物, 若令强爲, 則是亦有弊, 其不願爲者則亦不可强令爲之, 隨宜勸課, 漸致興行。


  • 【태백산사고본】 25책 7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책 93면
  • 【분류】
    농업-권농(勸農) / 농업-농업기술(農業技術)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