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지가 사직하기를 상언했으나 윤허하지 않다
이순지(李純之)가 상언하기를,
"신의 부자가 여러 번 전지를 받자와 신으로 하여금 상복을 벗고 나와 벼슬하게 하시매, 신이 이미 이 달 20일에 진정서를 올려, 상제를 마치기를 빌고 원하였으나 윤허하심을 얻지 못하오니, 혼백이 떨어져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두 번 천위(天威)를 범하오니 몸둘 곳이 없습니다. 엎드려 성상의 자애하심을 바라옵니다. 신이 본래 무상(無狀)하와 명예와 절조를 지키지 못하고 오직 이록(利祿)만을 도모하였더니, 이제 성은을 입어 작위를 제수하시고 또 특수한 은혜를 받자와 녹봉을 추급(追給)하시니, 은총이 비할 데 없고 대우하심이 분에 넘치옵니다. 어찌 이런 때에 감히 사정에 따라 은명(恩命)을 사양하여 상제를 마치는 이름만 위하오리까마는, 신이 안으로는 천만병(喘滿病)이 있고 밖으로는 귀와 눈에 병이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자세히 보아도 살피기 어렵고 귀가 들리지 않음이 더욱 심하여, 지금 다스리지 아니하면 후회하는 근심이 있을까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상중에 있으면서 슬픔을 잊고, 영화를 탐하고 은총을 입으면, 한갓 예법만 무너뜨리고 성치(聖治)에 도움됨이 없을 것이니, 위로는 인륜 교화에 죄를 얻고, 아래로는 풍속을 길이 더럽힐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슬픔을 살피시고 신의 병을 가엾이 여기시와, 내리신 벼슬을 도로 거두시고 병든 몸을 수양하게 하여, 짧은 시일의 상을 마쳐서 끝없는 슬픔을 조금 펴게 하옵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7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9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풍속-예속(禮俗)
○乙酉/李純之上言:
臣父子屢蒙傳旨, 令臣釋凶卽吉, 臣已於今月二十日, 上書陳情, 願乞終制, 未蒙兪音, 魂魄隕越, 不勝悲哀, 再觸天威, 措身無地, 伏惟聖慈。 臣本無狀, 不矜名節, 惟圖利祿, 今蒙聖恩, 擢除爵位, 又蒙殊恩, 追給祿俸, 恩寵無比, 奬待踰涯, 豈於此際, 敢循私情, 苟辭恩命以邀名哉? 第以臣內患喘滿之病, 外纏耳目之疾, 胸膈痞憫, 氣息短乏, 熟視難察, 重聽尤甚, 及今不治, 恐有噬臍之患。 況今居憂而忘哀, 貪榮而冒寵, 徒壞禮法, 無補聖治, 則上以得罪於名敎, 下以永玷於風俗矣。 伏望察臣口銜哀, 憐臣遘疾, 收還爵命, 養延病軀, 俾盡短日之喪, 小紓終天之痛。
不允。
- 【태백산사고본】 24책 7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책 69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풍속-예속(禮俗)